한잔하면...

2007. 7. 23. 22:08이런 저런 내 얘기들/네 얘기 · 쟤 얘기

 

 

 

 

 

                        
 
 
 
 
한잔하면 추억이더라
 
 
몇년전 옷로비 사건으로
소위 상류층 아낙들의 삶이 세세히 전파를 탄적이 있었다.
앙드레김 의상실과 나훈아 쇼, 라스포사 밍크.. 등등
로비의 진실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고
앙드레김의 본명이 김봉남이란 것 외엔
특검이 밝힌 것은 없다,할 정도로 그의 본명이 화제가 되었었다.

신라왕관에서 따온 문양인지 노란색 불꽃같은 무늬,
처절한 음악에 맞춰 한을 벗어내듯 잠자리 날개같은 색색의 옷을
한겹씩 벗는 연출,
이마를 맞대는 다소곳한 신랑신부..
수십년 우려먹는 식상한 테마를 보며
창작력 고갈인가 해서 안타깝기도, 뻔뻔하다는 생각도 들지만
그래도 의복을 문화코드화한 그의 기여를 생각하면
평가하길 인색할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다.


며칠전인가,연예인들의 이벤트성 결혼식 문화를 두고
그 천박함이 지나쳐
성스러움을 담아야할 결혼식 의미가 훼손된다며
개탄했다는데
독신으로 평생을 지낸 그에게 결혼의 의미는 각별하지 않을까,
순결한 결혼을 피안으로 여기는건 아닐까,
해서, 웨딩드레스 입은 신랑신부의 행진으로 쇼의 대미를
장식하는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이든다.


그를 보면 항상 저승사자가 떠오르는데
흰색옷만 고집하는 그가
검은색을 걸친다면 영락없는 저승사자 같다는 생각을 해서인지
티벳 死者의 書 첫장을 펼쳐 서문을 읽다
갑자기 그를 만났던 일이 생각나서 웃는다.


결혼 예복을 준비할때 였으니 꽤나 오래전 일이다.
피로연 예복으로 앙드레김 옷이 유행?할때였는데
노란색 불꽃같은 무늬를 수놓은 그의 옷은
누구나 한눈에 알아 볼수 있으니
일생에 단한번 결혼이란 핑계로 호사를 부리기엔
더 할 나위없었다.

청담동 의상실은 꿈의 궁전이었다.
파티를 압도할 위상으로 호스테스를 가꾸어줄 옷들이 즐비했고
나는 우아하게 월츠를 추는 환각에 잠시 빠졌는데


- 이리루 오시죠..

마주 앉으니 과연 저승사자 같았다.
두터운 화운데이션, 짙은 마스카라는 흰색옷과의 대비로
밀가루통에서 갓 빠져 나온것 같았는데,
의외로 한참 어린 손님에게 공손했고
까탈스런 주문에도 참을성있게 친절했다.


- 얼굴도 몸집도 가늘고 목은 길고..
검은 벨벳 튤립 칼라 원피스에...
겨울인데 맨 원피스 차림은 좀.. 그렇잖아요..?
마침 영국산 캐시미어 들어온게 있는데 잘 �어요,코트하고..
검은색에 황금장식이면 정말 환타스틱 하지 않겠어요..?


그가 누구인가.
우리나라야 말할 것 없고
세계가 인정하는 패션대가가 아닌가.
그가 내앞에서 나에게 어울릴 그림을 열심히 스케치 하며 권하는데
감히, 내 어찌 거절로 그를 민망하게 하며
그의 예술적 성취를 방해하랴...
원피스 하나 맞추러 갔다가
고만 코트까지 맞춰, 인지도에 걸맞게 대단한 비용을 지불했으니
시쳇말로 바가지를 쓴건데
불구하고
- 대단한 미인이군요..
그의 말에 홀랑 넘어간 그때를 추억하면
그다지 기분 나쁘지만은 않으니 어쩔 수 없는 허욕인가 보다.


미인은 무신 미인, 자그마한 키를 구센티 힐로 감추며
물색없이 나대던 그때,
결혼식이 끝나고 피로연에서 잠깐, 신혼여행에서 잠깐 입고
어느 장소든 절대로 어울리지 않는 그의 옷은
출산후 달라진 체형으로 옷에 몸을 꿰 보려는 노력도 헛되이
옷장 안에서만 화려했는데,
그래도
김봉남氏에게 옷을 맞추던 그때,
그날들이 내 삶에서 가장 빛나던 한때 였던 것 같아
추억거리가 된다.
 

 
 
 
 
 
 
 <松 > 
 
  

 

 

 

 

 

 

'이런 저런 내 얘기들 > 네 얘기 · 쟤 얘기 ' 카테고리의 다른 글

딸 이야기  (0) 2007.07.30
황당 1  (0) 2007.07.27
술의 찬가  (0) 2007.07.26
황당 2  (0) 2007.07.24
'내숭'  (0) 2007.07.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