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7. 14. 19:14ㆍ이런 저런 내 얘기들/네 얘기 · 쟤 얘기
중학교 진학부터 치열한 경쟁에 내몰렸던 국민학교 6학년,
점수가 선생님의 기대에 미치지 못할 땐
어김없이 매타작이 이어졌는데
언제나 선생님의 기대를 저버렸으므로
우리의 손바닥과 엉덩이는 하루도 편할 날이 없었다.
그 기대치는 순전히 선생님의 그날 기분에 좌우됐으니
언제나 가슴은 불안으로 콩닥거렸다.
그때 나는
내게 눈길 한번 주지않아
애면글면 혼자 속을 태우던 상대가 있었는데,
공부도 잘하고 과묵하며
또래들의 짓궂은 장난에 초연한 애늙은이 같던
무슨 벼슬한 집 종손이었다.
불에 덴듯 화끈거리는 고통도 심각했지만
내가 애태우는 상대인 종손에게 비춰질
내 부정적 이미지가 걱정되어
비명이 새지 못하도록 앙다물어
표정관리에 사력을 다하곤
교실 뒷켠 후미진 공터에 앉아 통증과 설움을 삭히던 기억은
지금도 생생하다.
그후 각자 여학교로 남학교로 진학을 하였고
버스 정류장에서, 길거리서 스칠 뿐
내 오매불망은 질기게도 이어졌는데
꿈도 질기게 꾸면 이루어진다 했던가,
어느날 인편으로 만나고 싶다는 쪽지가 왔다.
말은 제주도로
사람은 한양으로,를 충실히 따르는 어른들의 담합?으로
종손은 결국 떠나게 된 것이다.
교복 외엔 몇가지 되지도 않은 옷들을
방바닥에 죄다 펼쳐놓고 이것저것 번갈아 입어보다
적당한 길이의 치마로 결정하고
끝자락에 흰 레이스 나풀거리는 속치마를 입었다.
등대로 오르는 키 낮은 방풍림으로 조성된 대나무숲 사잇길은
평소의 거칠은 해풍답지 않게 잠시 쉬어가는듯
그날따라 속상하게도 바람 한 점 없이 아늑했는데...
어색하고 거북해 손 한번 잡지 못한 서툰 만남이었지만,
등대 아래 절벽 끝에 매달린 작은 꽃을 따서 건네줄 때,
걸음을 헛디딜까 내 쪽으로 팔을 펼치던 그 아이의 몸짓이 기억날 때면,
바람이 불지않아
흰 레이스 눈부신 속치마를 그애가 못 본 거 같아
속상하던 그날이 함께 떠올라
매타작으로 화끈거리던 엉덩이 못지않게
화로를 뒤집어 쓴듯 지금도 얼굴이 화끈거린다...
< 松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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