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6. 3. 08:17ㆍ이런 저런 내 얘기들/내 얘기..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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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자기가 세상을 떠난 후,
그 무덤 앞에서 통곡을 하던 백아는 미련 없이 칼을 들어 거문고 줄을 자른다.
"지음(知音)이 없는 세상! " ─ 백아는 홀로 금(琴)을 탄주할 의미를 잃었기 때문이다.
후일 사람들은 이를 두고 '백아절현(佰牙絶絃)'이라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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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명이던 대학동창모임 멤버 중에 벌써 세 명이 저 세상 사람이 되었습니다.
십 년 전쯤에 하나, 5년 전에 하나, 삼 년 전에 하나,,
형식적으로 만나서 얼굴 도장이나 찍고 헤어지는 그런 모임은 아니고,
나름 40년 '지기'라 할 수 있는데,도
추모하는 것은 딱 하루 뿐입디다. ─ 장례식장에서의 단 하루, 그것도 30분 남짓.
장지나 화장터까지 따라가는 친구는 물론 없구요,
이튿날인 발인場에 다시 또 나타는 친구도 없습니다.
직장 때문이란 핑게가 사라진 노년의 지금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죽은 친구의 존재는 장례식장에서 나오는 순간, 기억 저 편으로 아스라히 사라져 버리고 맙니다.
시나브로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칼로 금 긋듯이 말이죠.
한 달 후, 두 달 후,, 불과 몇 달 후에 분기별로 만나는 모임의 그 잔여 멤버들,
산 자들끼리 얼마나 화기애애 다정하게들 할 얘기들이 많은지......
※
이거는 좀 아니지 싶어서 ─ 속내를 곰곰히 들여다보니깐,
亡者에 대한 슬픔이나 예우(禮遇)가 야박해진 데에는 이유가 있었습니다.
30년 전의 세태와 지금의 세태가 크게 달라졌어요.
불과 30년 전까지만 해도 즐길 꺼리(놀이문화)는 '벗과 더불어서' 하는 것이었습니다.
혼자 노는 방식이란 게 없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주지하다시피 저 혼자 즐길 '꺼리나 수단들'이 넘쳐나게 많습니다.
─ 친구를 대신해줄 代替財가 온라인 ·오프라인에 널렸어요.
다시 말해서 '놀이 상대로써의 친구'라는 존재값이 5분의 1 이하로 뚝 떨어졌어요.
이것이 '忘慕'의 이유입니다.
우리가 종자기가 못 되도, 백아가 못 된다고 해서 자괴감에 빠질 일이 아닙니다.
우리 같은 "장삼이사" 匹夫들에게 너무 과한 요구를 할 수는 없는 일이니까요.
p.s 1
부모님 묘소에 들릴 때마다 내 무덤 앞엔 벤치를 하나 놓을까 생각해왔습죠 만,
괜한 짓일 것 같습니다.
p.s 2
그리고 얼마 전 한 달 입원해 있으면서 새삼 느낀 것인데,
인생 마지막 순간에 물심양면으로 배웅해주는 이는 자식이 아니라 부부더군요.
십중팔구는 아내가 남편을 간병하다 보내는 바이니,
죽기 전에 아내에게 미리 보답하기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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