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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12. 8. 20:17산행기 & 국내여행/여행정보 & 여행기 펌.





트레킹 열 다섯 번째 날



여기는 해발고도 4380미터의 고사인쿤드(Gosainkund).

오늘은 내 트레킹 사상 최고로 일찍 일어난 날이었어. 5시 30분에 일어나 햇살이 산을 비추기만을 기다렸거든.

어제는 안개와 비(나중엔 눈까지 내렸어) 때문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산들이 오늘 아침엔 천천히 그 모습을 드러냈어.

가네쉬 히말과 마나슬루와 안나푸르나까지….

추위에 곱아 가는 손을 호호 불어가며 사진을 찍고, 한참을 밖에 서 있었어.

그리고 결심했지. 내일부터 내 기상 시간은 무조건 6시라고!

아침 햇살에 깨어나는 산들의 모습이 얼마나 아름답던지,

그동안 왜 늘 7시에 일어났는지 후회가 될 정도였으니까.

감자를 넣은 오믈렛과 뜨거운 우유로 아침을 먹고 7시 반에 숙소를 나섰어.

그동안에 비하면 거의 한 시간에서 한 시간 반을 일찍 나선 셈이지.

상쾌한 새벽공기와 가벼운 발걸음도 잠시. 이어지는 오르막길이 얼마나 힘이 들던지.

이건 여태까지의 ‘고난의 행군’과는 차원이 다른 수준이었다구!

4000 미터를 넘어 20킬로그램의 배낭을 멘다는 건 이런 고통을 수반하는 거라는 걸 오늘에야 깨달았다니까.

난 어디선가 계속 북소리가 들려온다 싶었는데, 알고 보니 내 심장이 쿵쿵거리는 소리더라구.

그 다음 길은 바위산 허리를 치고 돌아가는 덜 급한 오르막이어서 겨우 참을 만했고.

고사인쿤드에 도착하니 두 개의 호수가 나란히 맞닿아 있고,

작은 숙소 몇 채가 붙어 있는, 작지만 아름다운 마을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어.

가장 전망이 좋은 나마스떼 호텔에 짐을 풀고,

호수가 코앞에 내려다보이는(딱 세 발만 앞으로 내디디면 바로 호수로 뛰어들 수 있어) 야외 테이블에서 책을 읽다가 이 편지를 쓰고 있어.

오늘이 보름인데 벌써부터 저쪽 산허리에서 먹구름이 올라오는 걸 보니 달구경은 틀린 것 같아.

내일 4610 미터의 라우레비나 패스를 넘고 나면 그 다음부터는 내리막이야.

헬람부 트레일로 들어서는 거니까 곧 카트만두 밸리로 내려서게 될 거고.

이 트레킹이 종반에 접어든다고 생각하니 아쉽기도 하고, 그동안 잊고 지낸 문명의 혜택이 살짝 그리워지기도 해.

두 달 넘는 기간을 세상과 격리되어, 또 다른 세상과의 만남을 꿈꾸는 그대들은 지금 무엇을 그리워하며 지내고 있는지?






▲ 새벽 햇살에 깨어나는 안나푸르나 히말, 람중 히말과 마나슬루. 라우레비나(3900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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