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날엔 샴페인을』

2018. 12. 19. 18:29책 · 펌글 · 자료/생활·환경·음식




슬픈 날엔 샴페인을2018. 4




이 책에는 가장 대중적인 알코올음료인 와인의 주재료인 포도의 종류와 산지, 제조 과정이나 특징, 좋은 와인의 조건과 와인에 얽힌 재미난 이야기, 그리고 와인이 우리에게 선물해주는 사랑과 행복, 삶에 대한 관조 등에 대한 이야기들로 가득해서 와인이 언제 어디서나 어떤 자리에서도 즐길 수 있는 친근하고 편안하며 멋진 술이라는 것을 알려준다. 마지막 장 〈질문〉 부분에서는 보관법이나 즐기는 법, 독특한 용어 설명 등 와인에 대한 궁금증을 자세하게 풀어줌으로써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했다. 그러면서도 정보 가득한 지식백과 책들과는 달리 와인 한 잔을 핑계 삼아 삶의 희로애락의 순간들을 떠올리는 명상의 시간으로 이끄는 안내서이기도 하다.



저자 정지현(60대? 남자)은 캘리포니아 주 나파 밸리 근처에서 1978년부터 살고 있다. 캘리포니아 칼리지 오브 디 아츠(California College of the Arts)를 졸업했고 샌프란시스코 주재 이태리대사관에서 와인 코스를, 버클리대학 익스텐션 코스에서 와인 과정을 수료했다.
와인 및 주류 소매점을 운영하기도 했고 두산그룹과 미주한국일보에 와인 칼럼을 연재했다. 여러 해 동안 사막과 오지를 여행하며 얻은 감성으로 세계해외동포문학상에서 시 부문을 수상했으며, 한국의〈정신세계사〉에서 명상여행 등 해외여행 책임을 맡기도 했다.
현재 한국의 여러 곳에서 와인과 테마여행에 대해 강의를 하면서 세계적으로 유명한 미국의 와이너리들과 외계인이 다녀갔을지도 모를 신비한 미국 서부 대륙을 가이드하고 있다. 책의 각 장에 나오는 사진은 직접 찍었다.





서구 문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소품인 와인! 와인은 서양에서는 어떤 자리에나 잘 어울리고, 식사 때마다 늘 오르는 일상적인 음료지만 우리에게는 많이 낯선 술이었다. 하지만 십여 년 전부터 국내에서도 대중화되어 지금은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사랑을 받는 술은 단연 소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와인은 소주나 막걸리, 맥주와는 달리 특별대우를 받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실제로 와인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가 무엇인지 물어봤을 때 대개 치즈나 따뜻한 벽난로, 은은한 조명, 분위기 있는 레스토랑, 파티, 데이트, 축하 등 긍정적이고 화려하며 부드럽고 달콤한 느낌의 것들이라는 대답이 나온다. 소주나 막걸리, 맥주를 떠올렸을 때와는 다른 반응들이다.

보통 우리나라 사람들이 즐기는 술 문화에는 ‘삼겹살에 소주’, ‘막걸리에 파전’, ‘맥주에 치킨’이라는 공식이 있다. 그 공식에 따르는 느낌도 소박함, 친근함, 수다스러움, 정겨움, 왁자지껄함 같은 서민적인 것들이다. 하지만 와인은 다르다. 왠지 비쌀 것 같고, 마실 때도 눈을 지그시 감고 코로 향을 맡으며 얌전하고 고상한 자세와 태도로 마셔야 할 것 같다. 벌컥벌컥 들이키거나 “카!” 하는 감탄사를 내뱉어야 제 맛이 나는 것 같은 다른 술과는 느낌이 사뭇 다르다.

그런데 특별하다는 것은 함부로 여겨지지 않고 귀하게 여겨진다는 뜻도 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쉽고 편하지 않으며 어렵거나 잘 모르는 것이라는 뜻이 되기도 한다. 원료나 제조 과정이 다른 소주는 차치하고라도 맥주나 막걸리도 와인처럼 자연에서 난 재료를 발효시켜서 만드는 똑같은 알코올음료인데도 왜 유독 와인에 대해서만은 특별한 느낌을 갖게 되는 것일까? 과연 와인은 세련되고 고상하며 고급스러운 특별한 술일까?

저자 정지현은 미국의 유명한 와인 산지인 나파 밸리 근처에서 무려 40년을 거주해오면서 여러 지면을 통해 연재해온 와인에 관한 글을 모아 이 책에 담았다. 지금도 국내 여러 곳에서 와인과 테마여행에 관한 강의를 하고 있으며, 세계적으로 유명한 와이너리들과 미국 서부 대륙을 가이드하고 있는 작가가 들려주는 와인 이야기를 듣노라면 한 잔의 와인이 만들어주는 낭만적이면서도 아름다운 분위기에 절로 젖어들게 된다.

이 책에는 가장 대중적인 알코올음료인 와인의 주재료인 포도의 종류와 산지, 제조 과정이나 특징, 좋은 와인의 조건과 와인에 얽힌 재미난 이야기, 그리고 와인이 우리에게 선물해주는 사랑과 행복, 삶에 대한 관조 등에 대한 이야기들로 가득해서 와인이 언제 어디서나 어떤 자리에서도 즐길 수 있는 친근하고 편안하며 멋진 술이라는 것을 알려준다. 마지막 장 〈질문〉 부분에서는 보관법이나 즐기는 법, 독특한 용어 설명 등 와인에 대한 궁금증을 자세하게 풀어줌으로써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했다. 그러면서도 정보 가득한 지식백과 책들과는 달리 와인 한 잔을 핑계 삼아 삶의 희로애락의 순간들을 떠올리는 명상의 시간으로 이끄...는 안내서이기도 하다.

와인은 혼자서, 둘이서, 여럿이서, 그리고 모두 다함께 즐길 수 있는, 어떤 자리에서 누구와도 즐길 수 있는 술이다. 혼자 조용히 음미할 수도 있고, 두 사람이 로맨틱한 데이트를 즐기면서 잔을 부딪칠 수도 있고, 따뜻하고 소박한 식사자리에서 즐기는 것은 물론이고, 왁자지껄한 파티에서도 빼놓을 수 없는 술이다. 멀리 나파 밸리에서 저자가 들려주는 와인 이야기를 통해 어렵게만 느껴지는 와인이 더욱 친근하고 재미있고 만남의 자리를 풍성하게 해주는 멋진 술이라는 것을 알게 되기를 바란다. 내친 김에 기쁠 때나 슬플 때나, 축하의 자리에나 위로의 자리에 나와 함께할 마음에 드는 와인 하나를 골라보는 것은 어떨까.

꽃은 꽃이 아닌 것들로 이루어져 있듯 와인도 그렇다.
와인 한 잔을 깊게 들여다보면
그것은 햇빛과 흙과 물과 바람과 이국 사람들의 떠드는 소리와
참나무통의 부드러운 접촉 같은 것으로 이루어져 있음을 알게 된다.
와인을 마신다는 것은 곧 와인이 아닌 다른 성분들을 마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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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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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게 보기


천만 원짜리 와인과 행복 … 12
존 러스킨과 깊게 보기 … 21
좋은 와인 고르기 … 25
진짜 전문가 … 33
훌륭한 사람 아니, 훌륭한 와인이 되려면 … 41
작은 양조장 큰 양조장 … 46
어머니가 중요한가, 아버지가 중요한가 … 51
와인 식탁에서의 대화
와인을 마시는 이유 … 62
오크통과 스트라디바리 바이올린 … 68
미술관 와이너리 … 75
나파 밸리로의 초대 … 82
달의 계곡 소노마 밸리 … 91
캘리포니아 와인과 포티나이너스 … 96
행복과 보왕삼매론(寶王三昧論) … 103



사막, 시간, 와인


사막와인과 죽음의 계곡 … 110
파킹맨을 위한 건배 … 117
와인 속의 시간 … 124
보이는 것, 보이지 않는 것 … 131
외계인과 포트 와인 … 138
입맛과 무상예찬(無常禮讚) … 146



바디와 점수


파리의 심판과 김치 … 154
와인 아카데미상 시상식 … 160
풀 바디, 미디엄 바디, 라이트 바디 … 173
로버트 파커, 맛의 신? … 178
미국 최초의 와인전문가 토머스 제퍼슨 … 188
와인에 대한 가장 중요한 이야기 … 194



와인과 섹스


와인 향과 섹스 … 206
남자의 향, 여자의 향, 와인의 향 … 210
성숙한 그녀, 샤도네이 … 214
싱그러운 그의 향, 소비뇽 블랑 … 218



바람 같은 사랑


슬픈 날엔 샴페인을 … 224
카베르네 소비뇽, 사랑, 그리고 결혼 … 231
비오는 날의 재즈와 멀로 … 237
피노 느와와 참된 사랑 … 244
다시 가을이 오면 메리티지를 … 253
오래된 사랑 노래와 시라 … 258
떠나기, 머스캣과 함께 … 262



질문 …… 267


ㆍ 와인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ㆍ 마시다 남은 와인은 어떻게 보관하는 것이 좋을까
ㆍ 한 그루의 포도나무에서 나오는 와인의 양은
ㆍ 와인 한 병의 원가는
ㆍ 와인 병 밑은 왜 움푹 파였나
ㆍ 와인의 맛을 볼 때 와인 잔을 언제나 흔들 필요가 있을까
ㆍ 유명하고 비싸고 구하기 힘든 와인을 저렴하게 마셔볼 방법은 없을까
ㆍ 와인 병의 라벨을 보고 그 와인의 가치를 알 수 있을까
ㆍ 와인을 마시면 어떤 사람들에게는 왜 두통이 생길까
ㆍ 와인을 보관하기에 가장 좋은 온도는
ㆍ 장기보관하기에는 어떤 와인이 좋은가
ㆍ 테루아란 무슨 뜻인가
ㆍ 빈티지란 무슨 뜻인가
ㆍ 타닌이란 무엇인가, 와인에 왜 중요한 요소인가 ...
ㆍ 다리 혹은 눈물이란 무엇인가
ㆍ 코르크와 스크루 캡은 무슨 차이가 있으며 어느 것이 더 나을까
ㆍ 와인 병의 라벨을 어떻게 뜯어낼 수 있을까
ㆍ 와인 병에 표기되어 있는 설파이트란 무엇인가, 설파이트 첨가란 무슨 뜻인가
ㆍ 레드 와인은 언제나 디캔트를 할 필요가 있을까








1.

책을 열면서 ─


와인은 그저 음료일 뿐이다. 특별하지도 않고 그럴 이유도 없다. 격식도 필요하지 않고 지식이 요구되지도 않는다. 음료를 마시는데 심각하거나 신중해야한다면 그게 오히려 이상한 일이다.  숟가락 젓가락을 어떻게 쥐는지가 중요하지 않듯 잔을 어떻게 들든, 병을 어떻게 따든 관계가 없다. 그저 소주나 맥주를 즐길 때처럼 펀안하게 자기 방식대로 즐기면 되는 것이다. 와인은 포도즙 외에는 아무것도 첨가하지 않은, 아무 때나 아무 곳에서나 즐길 수 있는 약한 도수의 알코올 음료일 뿐이니까.  적당하게만 마신다면 건강에도 좋다.


화이트 와인이 콩나물국 같은 것이라면 레드 와인은 된장국 같다고나 할까. 콩나물국이 맑고 담백하고 시원한 것처럼 화이트 와인도 깨끗하고 청량하고 상쾌하다. 된장국이 여러가지 맛을 가지고 있어 맛 속에 맛이 있는 것처럼 레드 와인에는 풍부하고 복합된 여러 맛들이 있어서 한 모그 마시고 나면 두 번째 모금이 긍금해진다.


조금 더 맛있는 김치를 먹기 위해 훨씬 더 많은 비용을 들이지 않는 것처럼 와인에도 큰 돈을 쓸 필요가 없다. 김치가 밥상에 있기에 행복한 것처럼 와인 한 잔이 있기에 식탁이 더 풍요롭고 행복하다. 와인이 있는 식탁은 생각을 잠시 쉬어가게 해준다. 그리고 식욕과 맛의 감각만을 위해 마실 때보다 와인에 대한 약간의 상식과 흥미 있는 이야기를 곁들여지면 그 맛이 더욱 깊어지고 섬세해진다.


이 세상에서 제일 좋은 와인이란 없다. 가슴 울리는 이야지, 편안한 눈빛을 주고받고 있는 지금 우리 앞에 놓인 그 와인이 바로 가장 좋은 와인이다.


─ 노란 겨자꽃 가득한 겨울, 캘리포니아 나파 밸리에서





2


어느 칼럼니스트는 "와인이야말로 제 값보다 훨씬 더 많은 금액을 지불하는 몇 개 남지 않은 호사스러운 제품의 하나다. 우리는 실제 값어치보다 더 많은 금액을 지불했을 때 그 와인을 최고로 즐기게 된다."라고 했다. 미국에서 와인사업을 하는 사업가는 "나는 가끔 내가 가지고 있는 가장 비싼 와인의 병에 붙어 있는 저 라벨이 떨어져 나간다면 그 값이 얼마로 매겨질지가 궁금합니다."고 했다는......


미국에서는 매일 마시는 일반적인 테이블 와인의 값이 우유값이나 소매점에서 파는 페트병 생수의 값보다도 싸고 유럽에서는 더 싸다. 다만 와인에 붙는 과다한 세금과 여러 명목의 부과금, 그리고 공급 방법 때문에 최종 소비자 가격이 몇 배씩 높아진 것뿐이다.


와인 한 잔을 깊게 들여다 보면 그것은 햇빛과 흙과 물과 바람과 이국 사람들의 떠드는 소리와 참나무통의 부드러운 접촉 같은 것으로 이루어져 있음을 알게 된다. 와인을 마신다는 것은 곧 와인이 아닌 다른 성분들을 마신다는 것이다.






3

단맛이 나는 와인은 'port'나  'Riesling'뿐이고, 포도 자체의 맛이 나는 와인은 '머스캣'(또는 모스카토)와 '콩코드' 두 품종 뿐이다. 나머지 모든 와인은 사실 포도가 아닌 다른 과일의 맛과 향으로 구성되어 있다.

와인 전문가가 되려면 ─ 1) 코를 잔 속에 깊게 박고 그 香에 대해 얘기할 줄 알아야 하고, 혀에서 느껴지는 맛을 어떤 표현이라도 좋으니 자신의 방식대로 말할 줄 알아야 한다.  2) 나아가 포도에서 포도에서 발효된 수백 가지 과즙의 서로 다른 맛과 향, 색을 구분할 줄 알고, 읽기 힘든 라벨을 이해할 수 있으며, 각 나라의 지형과 날씨와 흙의 성질을 이야기할 수 있는 자격이 되어야 한다.






4.

2009년 중국의 지아배이란 와인이 프랑스를 제치고 13달러 이상 와인급에서 금상을 수상했다. 지아배이란은 감숙성 가란산에서 만들어진 와인이다. 해발 2000미터의 건조한 사막 같은 지역으로 뜨겁지 않은 여름과 춥고 긴 겨울의 기후여서 지중해성 기후에서의 재배방식과는 많이 다르다.

중국의 와인산업은 급성장 중이다. 재배면적은 스페인 다음으로 2위, 와인 생산량은 세계 5위, 와인 소비량은 프랑스 미국 이태리에 이어 4위이다. 프랑스에서 중국인이 사들인 와이너리가 보르도 지역에만도 100개가 넘는다.






5.

된장찌개의 된장이 포도주스라면 감자 호박 양파 등의 양념은 오크통이다. 와인은 숙성되어갈수록 오크통에서 우러나오는 맛과 잘 어우러져 조화를 이루며 훌륭한 와인으로 완성되는 것이다.






6. 시애틀 추장의 편지 중에서


대지의 따뜻함이나 하늘을 어떻게 사고팔 수가 있단 말인가? 우리는 그대들의 생각을 이해할 수가 없다. 맑은 공기나 물의 반짝임을 우리가 소유하고 있지 않은데 어떻게 그것들을 사겠다는 말인가? 모든 반짝이는 솔잎, 모래 기슭, 깨끗함, 노래하는 벌레들은 우리의 기억과 경험 속에서 성스럽다.

백인들의 도시는 조용한 곳이 없다. 봄 잎새 소리나 벌레들이 날개 비비는 소리를 들을 곳이 없다. 쏙독새의 사랑스런 울음소리를 듣지 못한다면, 밤 연못에서 울어대는 개구리 소리를 듣지 못한다면 삶에는 무엇이 남겠는가? 우리 링디언은 한낮 비에 씻긴 부드러운 바람소리와 소나무 향을 사랑한다.





7.

일주일에 레드 와인 한 잔을 마시면 전립선암에 걸릴 확률이 60퍼센트나 줄어든다는 통계가 있다. 그러나 유방암의 가족력이 있는 폐경기 이전의 여성이나 임신 초기의 여성들은 절대로 마시지 말아야 한다.


건강에 도움이 되는 와인

* 장수한다

* 심장마비 위험이 30% 줄어든다.

* 심장병 위험이 낮아진다.

* 제2유형 단뇨병에 걸릴 확률이 30% 낮아진다.

* 뇌졸중에 걸릴 확률이 50% 줄어든다.

* 백내장에 걸릴 확률이 32% 낮아진다.

* 그밖에 비만을 예방하고, 기억력 감퇴 막아주며, 우울증을 예방하고, 성생활에도 도움이 된다.




8

오크나무가 와인 통으로 쓰이기 위해서는 수령이 100년 정도는 된 것이어야 하고, 춥고 밀집되어 있는 곳에서 자란 나무가 이상적이다. 나무는 수액이 적은 겨울에 수확되며 보통 나무 한 그루당 225리터짜리 통 2개를 만든다. 오크통의 사용기간은 3~5년이며 대부분 경매로 거래되는데 800~1400달러이다.





9.

내면이 공허한 사람일수록 외부의 자극을 원한다. 자기 내면의 마음살림이 풍부한 사람은 남에게 기대지 않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은 남의 것을 기웃거리며 무리에 섞이고 싶어 한다. 보통사람들은 무리 속에서 위로를 얻고 싶어하지만, 지혜로운 사람은 언제나 깊은 산속의 꽃처럼 홀로 있다. 小食이 건강에 좋은 것처럼 사람을 적게 만나는 것이 오히려 마음의 평화를 누리는 데는 더 좋다.


와인을 따르면서 잔으로 떨어지는 소리를 듣고, 투명한 잔에 담긴 맑은 빛깔을 보고, 향을 즐기며 잔을 부딪치면서 잠시나마 행복을 맛볼 수 있다. 행복을 느끼는 그 순간에는 어떤 다른 생각도 나지 않는다.






10.

샴페인은 반드스 프랑스 샹파뉴 지방에서 만들어지고 샴페인 방식으로 양조된 것에 한해서만 '샴페인'이라 부를 수 있다. 따라서 미국에서는 '스파클링 와인' 또는 '버블 와인'이라고 부르고, 스페인에서는 '카바스', 이태리에서는 '스푸만테', 독일에서는 '젝트'라도 부른다.

샴페인(샹파뉴)는 파리 북동쪽 150키로미터 북위49도상에 있다. 겨울은 춥고 여름은 덥지 않고 따뜻한 편이다. 그래서 포도의 당분이 낮아 알코올의 함유량이 낮은 대신 산도가 높다. 이것이 발포성 와인을 만드는데 이상적인 조건이다. 이 지역의 토질은 마치 칠판에 쓰는 백묵 같다.

샴페인은 천천히 마셔야 하는 음료다. 피어오르는 거품이 체내 혈관에 알코올을 급속히 유입시키기 때문이다. 조금씩 음미하며 입안에서 거품을 살짝 녹인 후에 삼키면 좋다.




11.

보통 와인 한 병을 만드는데 1킬로그램이 약간 넘는 포도가 들어간다. 한 그루에서 3년 동안 7~9킬로그램의 포도를 얻으니 평균적으로 나무 한 그루당 약 3병의 와인을 만드는 셈이다.


* 2017년도 최대 와인 생산국 순위

1위 이태리

2위 프랑스

3위 스페인

4위 미국

5위 호주

6위 아르헨티나

7위 중국

8위 남아공

9위 칠레

10위 독일







9월
- 오세영 -


코스모스는
왜 들길에서만 피는 것일까

아스팔트가
인간으로 가는 길이라면
들길은 하늘로 가는 길

코스모스 들길에서는 문득
죽은 누이를 만날 것만 같다
코스모스 꽃잎에서는 항상
하늘 냄새가 난다

문득 고개를 들면
벌써 엷어지기 시작하는 햇살

태양은 황도에서 이미 기울었는데
코스모스는 왜
꽃이 지는 계절에 피는 것일까

사랑이 기다림에 앞서듯
기다림은 성숙에 앞서는 것

코스모스 피어나듯 9월은
그렇게
하늘이 열리는 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