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걸리 연가』

2018. 9. 3. 19:19책 · 펌글 · 자료/생활·환경·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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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석원 글그림 지음 / 출판사 조선북스 | 2010.11.15  / 형태 판형 A5 | 페이지 수 340

 

 

 

멋과 풍류를 아는 '성실한 한량'이 되고자 그리고 마시고 떠나며 용맹정진하는 화가 사석원의 『막걸리 연가』. 1984년 포장마차 풍경을 담은 수묵담채화로 대한민국 미술대전 대상을 받은 저자의 술과 낭만을 찾아 떠나는 추억 속 대폿집 기행기다. 세상에서 가장 배부른 막걸리 집, 영원히 기억된 막걸리 집, 세상에서 가장 맛깔스러운 막걸리 집, 그리고 고향 같은 막걸리 집으로 인도하고 있다. 세상은 고단하지만 사람 사는 정이 있어 살 만하다고 말하면서 외로운 어깨를 어루만져주는 우리 시대 대폿집의 마지막 증언을 듣게 된다. 아울러 대폿집에 얽힌 예술가 등의 일화를 담아내 푸짐한 읽는 재미를 안겨준다. 저자가 새롭게 그린 한국화 기법의 60여 점의 정감 어린 그림도 곁들여 대폿집에 관한 추억을 북돋고 있다.

 

 

저자 : 사석원
1960년생. 집안의 장손이며 서울 토박이. 외갓집 포천에서 제상에 올릴 술심부름을 하던 중 음주를 경험한 것이 어릴 적 초음의 추억. 탁구선수로 활동했던 면목중학교를 거쳐 한국의 대표적 기독교 학교인 대광고등학교에 진학, 그 당시 동아리 선배, 동료들의 권유와 합의로 지속적인 음주의 매력에 빠지다. 고등학교 졸업식 직후 아버지의 공식적인 주도수련이 시작되다. 모름지기 술을 즐기는 여부와 그 양의 많고 적음은 이른바 집안의 내력이 아닐까? 풍류를 동경하는 것도 그렇고. 하여, 멋을 알고 즐긴다는 한량의 기질을 고스란히 물려받은 것은 슬프고도 고마운 일…….
초등학교 시절 빈센트 반 고흐의 그림을 따라 그리면서 화가가 되기로 결심, 마침내 우리네 핏속에 면면히 흐르고 있는 불교문화의 심장 같은 동국대 미대와 동대학원을 졸업하다. 대학 1학년 때는 스님들과 함께 처음으로 일본 여행을 떠났으니, 이때부터 ‘사한량’ 인생의 좌우명은 땡빚을 내서라도 여행은 가고 본다! 나이 불혹을 넘어 지천명에 이른 지금, 여행 취미는 고조되고 있으나 안타깝게도 주력은 현저히 하향포물선을 그리고 있는 중. 그러나 그전보다 주력이 쇠했다 해도 음주 거부는 아직 가당치 않고! 동석하였던 친구나 집에서 기다리던 처자는 한결같이 내 술버릇을 양호하다고 평하니, 나는 그래도 인생 헛살지 않았구나! 전라도에서 한량이란 ‘멋을 알고 풍류를 안다’는 존칭쯤 된다던데, 그래서 나는 ‘성실한 한량’이 되고자 ‘그리고, 마시고, 떠나며’ 용맹전진하고 있다네. 바라노니, 아무쪼록 멋들어진 한량의 도를 얻어 내 인생의 축복이 되어주길…….

대한민국 대표 화가이자 작가. 1983년 전국미술대전에서 금상, 1984년 대한민국 미술대전에서 대상을 수상했으며, 「월간 미술」 선정 한국의 인기 작가 1위, 한국일보 선정 '2000년대를 빛낼 새별 100인' 중 미술 부문에 선정된 바 있다. 지은 책으로 《황홀한 쿠바(청림)》. 《명랑뻔뻔한 오사카 유람기(랜덤하우스코리아)》, 《꽃을 씹는 당나귀(웅진지식하우스)》 등이 있다.


그림 : 사석원
포토 라이브러리 ‘토픽포토에이전시’ 대표이자 사진작가.
이 책의 저자인 화가 사석원과는 요즘 말로 ‘절친’.  무슨 일이 있어도 일주일에 하루는 함께 술을 마시니 나이와 상관없이 절친이라 해도 무방할 터. 저자에게 이집트 사하라 사막 여행 이야기를 들려주다가 맺은 인연으로, 저자의 막걸리 상사병을 고스란히 옮게 됨을 영광으로 여기고 있다. 그 후로 둘은 완전 의기투합, 환상의 궁합을 자랑하며 수많은 여행에 동행하게 된다.

전국의 한옥을 답사한다는 핑계로 꽤 오랜 기간 동침하면서 밤마다 막걸리집 답사로 정분을 쌓았다. 그 답사여행이 계기가 되어, 내로라하는 사진작가들을 다 제치고 《막걸리 연가》를 위해 전설의 주모와 풍류를 렌즈에 담게 됐다. 토픽포토에이전시 대표, 사진작가, 홍익대학교 대학원 사진학 외래 교수. 아프리카, 남극 등지에서 기획 촬영 다수

 

 

뭔소리여? 같은 사석원이가 아녀??

책 껍데기에도 '사석원 글 ·그림'이라고 써 있구만!

 

이 양반, 화가畵家라드니 아주 노련한 글쟁이로세.

조선일보가 못된 신문이긴 한데, 필력이 짱짱한 사람들을 잘도 물색해서 데려온단 말이야?

 

 

 

 

 

 

 

<목차>

 

 

다시 찾은 전설의 주모와 풍류의 힘


 

그동안 조선일보에 연재하였던 '대폿집 기행'을 묶어 《바람아 바람아 그냥 갈 수 없잖아》를 펴낸 지 5년이 흘렀다. 5년이란 세월이 그렇게 길었나? 혜화동 할머니집이 가장 먼저 가게 문을 닫았고, 예천 삼강리 나루터 주모는 돌아가셨다. 대구 도로메게집은 이사했고, 제주 잠녀 주막도 요즘엔 해녀들의 쉼터로만 쓰고 있다. 피맛골 철거 때문에 광화문의 소문난 집도 근처 르메이르 빌딩으로 옮겼다.

사정이 이쯤 되니 기행문으로서 이 책의 존재 의미에 의문이 가기도 했다. 그러나 그 시절 우리가 사랑했던 추억의 그곳을 기록으로 남기는 것도 꼭 필요한 의무라는 믿음을 갖게 됐다. 그래서 사라진 대폿집도 빠짐없이 전편 그대로 싣고 새로 네 곳을 더해 《막걸리 연가》로 새롭게 출간하게 되었다.

 

 

 

 


첫 번째 연가: 왠지 허전한 날에는


늘어선 좌판마다 넘쳐나는 사연들_ 서울 종로 5가 광장동 기철이 엄마네 / 오순네

 

 

                      

 

 

 


사람 사는 곳이다_ 전남 여수 공화동 말집

 

 

 

 

 

 

 

 

 

연탄불 화덕에 석쇠를 올려놓고 그 위에 돼지껍질을 굽는다. 껍질을 거져 주는데 굉장히 푸지다. 바삭하게 구운 껍질을 그냥 먹기도 하고, 된장에 찍어 양파나 깻잎에 말아먹기도 한다. "그만"을 외쳐도 아주머니는 자꾸 피붙이 먹이듯 자꾸자꾸 돼지껍질을 가위로 잘라준다. 1500원만 있으면 배부르다. 막걸리 한 병에 돼지껍질은 거의 무제한이니까.

막걸리 회시에선 막걸리 한 병에 800운씩에 납품한다고 한다. 그것을 받아서 말집에서는 푸짐한 돼지껍데기며 밑반찬, 연료비 들을 합쳐 한 병에 1,500원을 받고 손님에게 판다. 나로서는 도저히 계산이 안 선다.

 


왕대포 엘레지_ 대구 남산동 도로메기집 (* 남산동 도루묵으로 상호가 바뀜.)

 

대구 남산동 향교 근처. 봉산동 문화의 거리에서 걸어서 5분.

손님이 앉으면 구운 조기 서너 마리와 고춧가루 듬뿍 넣은 콩나물 무침이 기본안주로 나온다. 예전엔 공짜로 주던 도루묵 8~10마리 담긴 접시가 7천원이다. 막걸리는 잔으로 퍼준다.

 

 


● 행복한 술판_ 인천 차이나타운 만남의 집


* 인천 차이나타운  - <풍미> <자금성>

* 만남의 집 :

자유공원 입구 공갈빵집 바로 앞에 있다. 가게 안엔 양철로 된 대폿집 탁자가 여섯 개 있다. 안주가 일품인 이곳은 밴댕이, 병어, 준치, 쭈꾸미, 갈치, 고등어, 수제비 생선 매운탕 같은 해산물 안주가 전문이다.

1) 앉자마자 푸짐한 냉면그릇에 가득히 김칫국과 벌건 미역냉국이 담겨 나온다.

2) 막걸리 이름은 인천탁주에서 제조한 '생소성주'다. 생효모로 빚어 천연탄산이 가득하다고 씌여 있는데 술맛이 기막히다. 시원하다고 여기저기서 감탄사가 작렬한다.

3) 회무침이 일품이다. 전어 병어 광어를 야채와 섞어서 무친 것이다. 양도 엄청 많다, 2만5천원 大자 하나로 우리 모두(5명?)가 자연산 회무침을 실컷 맛 볼 수 있었다.

4) 만 원 짜리 생선구이가 나왔다. 갈치와 병어, 조기를 구운 것인데 도대체 몇 조각이냐, 이렇게 많이 주는데 단돈 만 원이라니!

5) 병어조림도 나왔다. 환상적인 맛에 우린 거의 정신줄을 놓고 말았다.

 

 


두 번째 연가: 추억에 젖어드는 날에는


60년대 서울 블루스_ 서울 왕십리 대중옥 

수줍은 시인과 별 헤는 밤_ 두만강 도문유원지 주막 
서러워라, 잊혀진다는 것은_ 경북 예천 삼강리 나루터 주막 

 

 

부석사 공양간엔 이렇게 써 있다.

 

이 음식이 어디서 왔는가

내 덕행으로 받기가 부끄럽네

마음의 온갖 욕심 버리고 건강을 유지하는 약으로 알아

道를 이루고자 이 음식을 받습니다.

 

 

부석사 해우소에 걸려 있는 글귀다.

 

버리고 또 버리니

한 조각 구름마저 없어졌을 때

서쪽 둥근 달빛 미소 지우리.

 

 


지금 그 사람 이름은 잊었지만_ 서울 광화문 소문난 집 (三驚苑)

 

첫째 집구석 보고 놀란다

둘째 술 손님 보고 놀란다

셋째 주모의 인품과 미모에 놀란다

 

 

 

 

 

 

한 잔의 술을 마시고

우리는 버지니아 울프의  생애와

목마를 타고 떠난 숙녀의 옷자락을 이야기한다

목마는 주인을 버리고 거저 방울 소리만 울리며

가을 속으로 떠났다 술병에서 별이 떨어진다

상심한 별은 내 가슴에 가벼웁게 부서진다

그러한 잠시 내가 알던 소녀는

정원의 초목 옆에서 자라고

문학이 죽고 인생이 죽고

사랑의 진리마저 애증의 그림자를 버릴 때

목마를 탄 사랑의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세월은 가고 오는 것

한때는 고립을 피하여 시들어가고

이제 우리는 작별하여야 한다

술병이 바람에 쓰러지는 소리를 들으며

늙은 여류작가의 눈을 바라다보아야 한다

…등대에

불이 보이지 않아도

그저 간직한 페시미즘의 미래를 위하여

우리는 처량한 목마 소리를 기억하여야 한다

 

모든 것이 떠나든 죽든

그저 가슴에 남은 희미한 의식을 붙잡고

우리는 버지니아 울프의 서러운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

두 개의 바위틈을 지나 청춘을 찾는 뱀과 같이

눈을 뜨고 한 잔의 술을 마셔야 한다

인생은 외롭지도 않고

그저 잡지의 표지처럼 통속하거늘

한탄할 그 무엇이 무서워서 우리는 떠나는 것일까

목마는 하늘에 있고

방울 소리는 귀전에 철렁거리는데

가을 바람 소리는

내 쓰러진 술병 속에서 묵메어 우는데-

 

 

- 박인환, 「木馬와 숙녀」 

 

시인 이상을 좋아했던 박인환은 이상의 기일인 3월 17일 오후부터 이상을 추모하는 몇 몇 지인들과 명동의 한 대폿집에서 폭음을 한다. 그렇게 사흘을 내리 술을 마신 박인환은 1956년 3월 20일 밤 9시경. 그의 세종로 집에서 만취상태로 갑자기 숨지고 만다. 그의 나이 겨우 서른 한 살이었다.

 

 

 

 

 

나는 무엇인지 그리워

이 많은 별빛이 내린 언덕 위에

내 이름자 써보고

흙으로 덮어 버리었습니다.

 

인생은 살기 어렵다는데

詩가 이렇게 쉽게 씌어진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윤동주,「쉽게 씌어진 시」에서

 

 

 

 

 

 

봄이 혈관 석에서 시내처럼 흘러

돌, 돌, 시내 가차운 언덕에

개나리, 진달래, 노오란 배추꽃

 

三冬을 참아온 나는

풀포기처럼 피어난다

 

즐거운 종달새야

어느 이랑에서 즐거웁게 솟쳐라

 

 

- 윤동주,「봄」에서 

 

동주에게도 사랑이 이루어질 뻔한 시절이 있었다. 도쿄에서 만난 성악을 하는 항경부도 온성 출신의 조선 여성과 결혼을 결심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녀가 법과를 전공한 다른 남자에게 시집을 가는 바람에 이루어지지 못했다. 후일 그녀는 법관 부인이 되었다. 그녀를 만날 무렵 동주는 이전 작품과 사뭇 다르게, 아주 파격적이라 할만큼 화사하고 즐거운 분위기를 느끼게 했다.

 

 

 

 

 

 

지나간 것은 항상 그리워진다_ 서울 혜화동 할머니집   

 

 

 

가라, 어느덧 황혼이다

살아 있음도 살아 있지 않음도 이제는 용서할 때

 

구름이여, 지우다 만 창백한 생애여

서럽지 않구나 어치피 우린

잠시 늦게 타다 부시시 꺼질 몇 점 노을이었다

 

이제는 남은 햇빛 두어 폭마저

밤의 굵은 타래에 참혹히 감겨들고

곧 어둠 뒤편에선 스산한 바람이 불어올 것이다

 

우리는 그리고 차가운 풀섶 위에

맑은 눈물 몇 잎 뿌리면서 落下하리라

그래도 바람은 불고 어둠 속에서

밤이슬 몇 알을 낚고 있는 흰 꽃들의 흔들림!

 

가라, 구름이여, 살아 있는 것들을 위해

이제는 어둠 속에서 빈 몸으로 일어서야 할 때

그 후에 별이 지고 세상에 새벽이 뜨면

아아 쓸쓸하고 장엄한 노래여,

우리는 서로 등을 떠밀며 피어오르는

맑은 안개더미 속에 있다

 

 

- 기형도,「쓸쓸하고 장엄한 시」

 

 



세 번째 연가: 한없이 취하고픈 날에는

 


● 인정을 마시고, 흥에 취하다_ 전남 순천 남원골 

 

- 순천 시내 옥천과 동천 사이 방죽 길에 있었다.

 

 

東卓 조지훈! 그는 어지간히도 친구와 술을 좋아한 시인이었다. 그는 술을 마시는 것이 아니라 人情을 마시고, 술에 취하는 것이 아니라 흥에 취하는 것이 吾道의 자랑이라고 했다. 주정도 교양리라 했다. 많이 마시고 떠드는 것만으로 酒格이 높아지지 않으며, 주도에도 엄연히 단(段)이 있다고 했다. 그리하여 술을 마시는 연륜과, 술을 마신 친구와, 술을 마신 기회와 동기, 술버릇 을 종합해서 酒力을 18단계로 나누니, 이것이 풍류세계에서 회자되는 조지훈의 ‘주도유단론(酒道有段論’이다.

 

 

9급 불주(不酒)   술을 아주 못 마시진 않으나 안 마시는 사람
8급 외주(外酒)   술을 마시긴 마시나 술을 겁내는 사람
7급 민주(憫酒)   마실 줄도 알고 겁내지도 않으나 취하는 것을 민망하게 여기는 사람
6급 은주(隱酒)   마실 줄도 알고 겁내지도 않고 취할 줄도 알지만 돈이 아쉬워서 혼자 숨어 마시는 사람
5급 상주(商酒)   마실 줄도 알고 좋아도 하면서 무슨 잇속이 있을 때만 술을 내는 사람
4급 색주(色酒)   성생활을 위하여 술을 마시는 사람
3급 수주(睡酒)   잠이 안 와서 마시는 사람
2급 반주(飯酒)   밥맛을 돕기 위해서 마시는 사람
1급 학주(學酒)   술의 진경을 배우는 사람(酒卒)
초단 애주(愛酒)   술의 취미를 맛보는 사람(酒徒)
2단 기주(嗜酒)   술의 진미에 반한 사람(酒客)
3단 탐주(耽酒)   술의 진경을 체득한 사람(酒豪)
4단 폭주(暴酒)   주도를 수련하는 사람(酒狂)
5단 장주(長酒)   주도 삼매에 든 사람(酒仙)
6단 석주(惜酒)   술을 아끼고 인정을 아끼는 사람(酒賢)
7단 낙주(樂酒)   마셔도 그만, 안 마셔도 그만, 술과 더불어 유유자적하는 사람(酒聖)
8단 관주(關酒)   술을 보고 즐거워하되 마실 수는 없는 사람(酒宗)
9단 폐주(廢酒, 열반주)   술로 말미암아 다른 술 세상으로 떠나게 된 사람

 

 

동편제는 섬진강을 중심으로 동쪽인 남원, 운봉, 구례, 순창 등지의 소리이다. 명창 송홍록 집안에서 나온 소리 유파이다.

그것은 지리산처럼 남성적인 담백 웅건하면서 산천이 떨듯한 호령조와 큰칼로 내려치듯이 서늘할 정도로 산뜻하게 끝을 맺는 게 특징이다.

서편제는 부르럽고 애절한 여성적인 소리이다. 섬진갈 서쪽인 나주, 보성, 광주, 곡성, 해남, 강진 완도 등지를 중심으로 유파를 형성했다. 기교가 뛰어나고 화려한 표현력을 가졌다. 좀 더 대중적인 호응을 얻는 편이다.

 

 

 

 


그냥 갈 수 없잖아_ 부산 중앙동 부산포 

 

 

"늙으나 젊으나 처녀는 매력적이지요. 그래서 주인 양반을 좋아하죠. 여기서 술 꾸준히 마시다가 죽은 사람 많아요. 하하하하"  가게 안에는 많은 미술작품이 걸려 있다. "혹시 화가들이 외상값으로 대신 준 것인가요?" "아녀요, 모두 제가 전시회 때 산 것이예요." 하면서 벽장이며 가게 구석 여기 저기 빼곡히 쌓여 있는 작품들을 보여준다. 아마도 그 작품들 한 점 한 점은 단순히 그림이 아니라, 손님과의 정과 추억이 진하게 배어 있는 소중한 재산이리라.

 


그랬다면 당신은 세상 헛산 것이여_ 광주 영광할매집 

 

 

 

나폴리에 피자집이 적은 것처럼, 맛있는 홍어지은 어쩌면 전라도보다도 서울에 더 많을 지도 모르겠다.

 

1) 세종문화회관 뒤의 '신안집',

2) 한국동 헌법재판소 뒤 '목포집',

3) 인사동 '홍어가 막걸리를 만났을 때',

4) 종로3가 '무주집',

5) 서교동 '포도나무집',

6) 답십리 '흑산도 수협 회타운',

7) 노량진 '여수식당',

8) 신설동 '홍어회집',

9) 서초동 국제전자상가 건너편 '영산강'

 

홍어회 하나만을 본다면 내 입맛에 제일 잘 맞는 국방부 옆 먹자골목 안의 '황토마당'을 빼놓을 수 없다. 예약손님만 받아 불편하기는 하지만 맛은 보증할 수 있다.

 

사람들은 내가 어떻게 알고 전국의 대폿집을 다니는지 궁금해한다.

1) 내가 원래 알고 있는 곳, 2) 지인들을 통해 알은 곳, 3) 우연히 현지인들이 가르쳐준 곳, 4) 무작정 다니다가 느낌만으로 들어간 곳(별로 소득이 없었다) , 5) 지역 관공서에서 알려준 곳( 실패 확률이 높음), 6) 그 지역 양조장에서 알려준 곳( 정확도가 높음. 막걸리 회사에선 보통 500~800군데 주점을 상대하고 있었고, 속사정을 훤히 뀌고 있었음), 7)인터넷을 통해 찾아간 대폿집은 모두 실패했다.

 

 

광주 신학대 사거리 영광할매집,, 일대가 홍어 냄새로 진동한다.

 

홍어애탕 : 뼈와 내장을 넣고 버리순 등과 된장을 풀어 끓여낸다.

홍어탕 : 애탕보다 훨씬 강하다. 홍어뼈와 내장에 매운 풋고추와 고춧가루가 듬뿍 들어간다.

 

목포나 섬 지역에선 주로 홍어애국이,

나주를 중심으로 함평, 영광, 장성, 곡성, 화순, 보성, 장흥, 영암에선 홍어탕을 주로 먹는다.

홍어맛의 진수란 첫째가 코이고, 둘째가 애(간), 셋째가 날개, 넷째가 꼬리, 다섯째가 살, 마지막이 뼈다.

 

 

 


어쩐지 술이 잘 익을 것만 같은 밤_ 경남 진주 애나가 

 

 

 

우리 민족의 현대사에서 최고의 술꾼은 누굴까? 나는 영문학자이자 시인인 수주(樹州) 변영로(1898-19610를 뽑고 싶다. 수주는 다섯 살 즈음 부친으로부터 음주의 도를 전수 받은 후 대취와 경음(고래가 물을 마시듯 술을 마심)으로 평생을 일관했다. 왜소한 체구지만 타의 추종을 불허한 주량과 상상을 초월한 기행, 그러면서도 당대 최고의 문사오서 필명을 떨치며 酒林을 평정한 국보급 술꾼이었다.

수주는 14세 때 영어로 시를 써서 발표했고, 21세 때에는 그 해 일어난 3. 1운동의 독립선언문을 영어로 번역해서 국내외에 배포한 천재였다.

* 수주 변영로 - 《명정 40년》

* 무애 양주동 - 《문주반생기》

 

 

비빔밥

 

식은 밥에 육회를 얹어 소내장탕과 같이 먹는 진주 비빔밥,

사골국물로 밥을 지어서 더운 밥으로 내는 양반 음식인 전주 비빔밥,

나물과 간장을 넣고 젓가락으로 비벼먹는 안동 헛제삿밥,

해초를 넣는 통영 비빔밥,

기름으로 달달 볶은 밥에 닭고기를 북북 찢어서 얹어먹는 해주 비빔밥,

 

 


대폿집에서 빼놓을 수 없는 풍류, 맛_ 속초 청호동 아마이마을 단천식당


 


네 번째 연가: 누군가에게 위로받고픈 날에는


 ● 화가들의 고향_ 서울 종각 앞 남원집 

 

 

 

 

이 집의 대표 안주격인 대구조림은 마른 대구를 벌겋게 양념해 자작자작 할 정도의 국물을 남아 있게 하여 즉석에서 조금만 끓여 내오는데 가히 전라도 요리쟁이의 진수를 보여준다. 만약 이 맛의 진수를 못 느낀다면 그를 내공이 깊은 주당이라고 말할 수는 없으리라. 

하지만 대구조림을 먹기 전, 먼저 양념 없이 담백하게 삶아낸 꼬막을 권하고 싶다. 이렇게 맛있고 질리지 않는 안주가 즐비하니 항상 이곳은 문전성시다. 그러나 테이블은 다섯 개 뿐, 그리고 천장은 왜 그렇게 낮은지. 대개 초저녁 5시면 자리가 얼추 찬다. 6시 이후엔 자리가 없다. 손님들은 구석 냉장고에서 알아서 술을 꺼내 마신다.

 

 

오늘 모인 술동무 화가들은 임옥상, 고영훈, 유선태, 전병현, 이동기, 그리고 사진작가 배병우이다. 이들 모두 한국화단에서 내로라는 유명작가들이다. 하지만 경제적으로 겨우 궁기를 면한 정도랄까? 자신의 작품을 보석인 양 호주머니 속에서 움켜쥐곤 답답한 가슴을 토해내려 발버둥칠 뿐이다. 가난을 감춘 채 허세를 부리는 가여운 인간들이 바로 우리 화가들의 모습이다.

"왜 사람들은 그림을 사려고 하지 않을까?"

술이 오르긴 올랐나보다. 평소엔 자존심 때문에 입도 뻥끗하지 않던 얘기다. 예술이 인생을 얼마나 풍요롭게 하는지 모르는 것일까? 그림을 돈주고 산다는 것에 익숙하지 않은 대다수의 사람들. 21세기가 되었지만 그늘에서 말린 가죽처럼 우리네 문화풍토는 바싹 말라 있는 듯하다.

 

 

 

 

넉넉한 남도의 인심_ 전남 강진 장터 주막 

 

 

강진 장날 4, 9일

영산포 5, 10일

해남 1, 6일

함평 2, 7일

 


그래도 사발주는 돌아간다_ 서울 고대 앞 고모집 

 


살맛 나는 곳_ 부산 자갈치시장 영도다리 주막 

자갈치 시장 - 부산명물횟집

 

 

 

바닷새가 추억을 새기는 섬_ 제주 탑동 잠녀 주막

 

 

 

 

 

 

 

 

 


전설의 주모들이 빚어낸 맛의 향연 : 대폿집 정보



대폿집 만세! 막걸리 만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