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9. 23. 09:34ㆍ미술/미술 이야기 (책)
장 오노레 프라고나르 (1732-1806)
1732년 남프랑스의 그라스 출생. 파리에서 J.샤르댕에게 배우고, 이어 F.부셰에게 사사하였다.
1752년 로마 대상을 받고, 1756~1761년 로마에 유학하여 G.B.P 티에폴로의 영향을 받았다.
파리로 돌아와서는 1765년 아카데미 회원이 되었다.
역사화도 그렸으나, 대부분 여인, 아이의 초상, 혹은 목욕하는 여인이나 연인들을 제재로 한 풍속화를 즐겨 그렸으며, 섬세하고 미려한 관능적 정취를 짙게 보여주었다. 동판화에도 뛰어나 부셰의 후계자로서 한 양식을 만들어냈다. 생활면에서도 루이 15세, 16세의 치하의 귀족들과 친교를 맺어 화려한 생활을 했으나 프랑스혁명 후에는 완전히 영락하여 파리에서 쓸쓸하게 생을 마감했다.
작품은 세계 각지에서 볼 수 있는데, 그중에서도 '음악레슨,목욕하는 여인들 - 루브르미술관', '그네 - 런던 월레스 컬렉션', 여교사, 사랑스러운 아이등이 널리 알려져있다.
그네 [L'escapolette = The Swing], 1766, Wallace collection in London 캔버스에 유채 / 56 x 46cm
장 오노레 프라고나르의 〈그네〉는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남작의 주문으로 그려졌다.
남작의 주문 사항은 ─
1) 그네를 타는 여자를 그릴 것.
2) 주교가 그네를 밀고,
3) 그림 속에 내 모습을 넣되,
4) 내 얼굴이 그네를 타고 있는 여자의 다리와 같은 높이에 오게 할 것. 필요하다면 더 바짝 붙여도 상관없음.
//
앞서 다른 화가에게 주문했으나, 화가가 작업을 포기하자 프라고나르에게 주문이 들어왔고,
프라고나르는 남작의 주문에서 한 발 더 나아가 희대의 역작을 완성하기에 이른다.
※ 아래 작품 해설은 이진숙,『롤리타는 없다 2』에서 옮김..
남자는 그 이름도 유명한 '발몽 子爵'. 파리 사교계의 악명 높은 바람둥이었다.
그가 이번에 고른 상대는 정숙하기로 소문난 투르벨 법원장 부인.
그가 투르벨 부인을 선택한 이유는 딱 하나였다.
난공불락의 도덕적인 여인을 정복하는 난이도 높은 게임을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여자 발몽 자작'이라고 할 만한 술책가 메르테유 侯爵 부인이 이 게임에 판돈을 건다.
투르벨 부인을 정복하면 자신과의 뜨거운 하룻밤을 선물하겠다고 나선다.
그런데 메르테유 부인이 발몽에게 제안한 것은 원래 다른 게임이었다.
자신을 버리고 간 다른 남자를 골탕먹이는 데 발몽을 이용하려 했던 것.
그녀는 발몽에게 자신을 버리고 간 남자가 결혼할 상대인 처녀를 '교육'해 줄 것을 부탁한다.
열여섯 살짜리 순결한 소녀를 신부로 맞이한다고 생각하겠지만
신부는 바람둥이 손에 '교육'을 받은 황당한 상태라는 것을
신랑은 첫날밤에 깨닫게 될 거라는 것이 그녀의 계획이었다.
장 오노레 프라고나르의「빗장」은 바람둥이 발몽이 어린 소녀의 침실로 뛰어들던 방을 연상시키는 그림이다.
솔직한 심리묘사와 짜릿한 극적 스토리 덕분에 이 소설은 여러 번 영화화 되었다.
이미숙 전도연 배용준 주연의 《스캔들》,
장동건 장쯔이 주연의 《위험한 관계》처럼.
초판 2천 부가 사흘 만에 매진되었던 이 소설은 라클로가 6년간 체험한 사교계 생활의 정리판이었다.
×
그네를 탄 아가씨는 가볍게 공중으로 날아오른다.
달콤하고 감미로운 분홍색 드레스가 꽃송이처럼 부풀어 오르고 슬리퍼가 힘차게 날아오른다.
벗겨진 슬리퍼는 짝을 찾기 위해 날아간다.
여성의 신발은 성적인 암시를 담고 있다.
젊은 아가씨의 시선은 덤불 아래 숨어 있는 잘생긴 젊은 남자에게로 화살표처럼 꽂힌다.
젊은 남자의 시선은 아가씨의 치맛속을 향하고 있다.
아가씨 뒤쪽의 어두운 나무 그늘 아래에서 그네를 밀어주고 있는 나이 든 남자는
아무것도 모르는 순진한 표정을 짓고 있다.
아가씨는 두 남자 사이를 오가는 그네처럼 밀고 당기는 욕망의 게임을 벌이는 중.
조그만 큐피트 조각상은 입에 손을 대고 '쉿'하며, 젊은 남녀의 게임을 부추긴다.
그네를 미는 남자 쪽의 하얀 개는 이상한 낌새를 눈치채고 불안해 하고 있다.
화면을 지배하는 것은 아가씨의 분홍 드레스.
분홍은 감미로움과 간지러운 유희의 색이며, 연약하고 변하기 쉬운 사랑의 색이다.
순수의 하양과 열정의 빨강 사이에서 태어난 분홍은
고상함, 연약함, 부드러움에서 천박함, 강렬한 매혹에 이르기까지 상반되는 감정 사이를 오가며 그네 타기를 하는 색이다. 젊은 남자의 기대와 달리 그네는 관성에 의해 제자리로 아무렇지도 않게 돌아갈 수도 있다.
누가 이 살의 게임의 승자가 될 것인가?
×
소설 』위험한 관계』가 주는 답은 이렇다.
게임이 되어서는 안되는 것이 게임이 되었을 때는 승자도 패자도 없이 모두 파멸에 이를 뿐이라는 것.
발몽에게 버림받은 투르벨 부인은 그 충격으로 광기에 빠져 죽음에 이르게 된다.
발몽은 메르테유 후작 부인의 계략에 빠져 결투 중에 치명상을 입고 죽는다.
메르테유 후작 부인도 모든 것이 폭로되어 평판을 잃고 파산과 천연두로 가장 처참한 모습으로 죽게 된다.
×
기쁨과 슬픔 속에서도 사랑이 더 큰 인간적 성숙을 선물하기 때문에 '사랑하기'는 늘 좋은 일이다.
때로는 정말로 뜨겁게 사랑했지만 떠나야 할 수밖에 없는 때도 있다.
그러나 그 과정에 진실이었고 충실했다면 어떤 이별도 상실이나 패배가 아니다.
사랑은 게임이 아니므로 이기고 지는 것이 아니다.
이별의 아픔조차 사랑의 선물이다.
더 좋은 사랑을 위해 내 영혼이 성숙해 가는 과정일 뿐이다.
사랑을 욕망으로 환원시켜서는 안된다.
( 『이진숙, 』롤리타는 없다 2』p 21~3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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