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아를

2017. 8. 10. 13:44여행/남프랑스

 

 

 

프로방스

 

서쪽으로는 론 강을, 남쪽으로는 지중해를, 동쪽으로는 알프스산맥으로 둘러싸여 있으며, 협곡과 고원, 호수와 기름진 곡창지대를 자랑하는 프로방스는 이탈리아 국경과 접하고 있는 프랑스의 남동쪽 지역이다. 공식 명칭은 프로방스알프코트다쥐르로, 보통 PACA라고 줄여 부른다.  기원전 2세기부터 로마제국의 통치하에 있었던 이곳을 로마사람들이 '우리 지역'이란 뜻의 '프로빈치아 노스트라'라고 부르기 시작한 것이 지금의 프로방스가 되었다. 프로방스는 여섯 개의 구(區)로 나뉜다.

 

 

 

 

 

 

 

 

 

 

나는 북쪽에 있을 때보다 여기에서 몸이 더 좋아졌네. 한잧에도 햇빛을 가득 받으면서 그림자 하나 없는 밀밭에서 일을 하며, 그래, 매미처럼 그것을 즐기고 있지. 아, 서른다섯이 아니라 스물다섯에 이 땅을 알았더라면 더 좋았을 것을!

 

1888년 6월 18일경

반 고흐가 에밀 베르나르에게

 

 

아를Arles을 에두르는 보랏빛 건물들 너머로 오렌지 색 태양이 질 때면 반 고흐의 명작「석양의 밀밭」이 펼쳐지고 바람결에 조르주 비제의「아를의 여인」이 들려온다.

모나코의 장미정원에서는 그레이스 켈리의 향기에 취하고, 니스 해변에선 이브 클랭의 푸른색에 마음이 일렁이며, 아비뇽 다리 위에서는 마티스의「댄스」처럼 파랑돌 춤이 펼쳐진다.

칸 해변에선 파도에 밀려드는 콕토의 시를 읊고, 앙티브에선 스콧 피츠제럴드『밤은 부드러워』의 첫 페이지를 탐닉한다. 또 뤼미에르 형제와「라 시오타 역으로 들어오는 기차」를 타면 브리지트 바르도의 요염한 손짓에 이끌려 생트로페에 닿기도 하고, 에즈의 작은 골목에서 니체의 고독을 맞닥뜨리기도 한다.

라벤더가 흐드러지게 핌 디뉴에선 굶주린 장 발장을, 에스트렐에서는 ‘슬픔이여 안녕’을 외치는 열일곱 살 세실을, 루베롱 산 중턱에선 별을 보는 알퐁스 도데의 순박한 양치기 소년을 볼 수 있는 곳.

 

프로방스에 살면 오히려 도처에 널린 아름다움을 온전히 표현해내지 못하는 갈증에 시달리곤 한다. 그리고 매일 생각한다. 그림이든 음악이든 글이든 인간은 누구나 언어 이외에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이 하나쯤은 있어야 한다고.

더운 바람에 일렁이는 양귀비꽃들의 사랑스러움을 조그만 냅킨에 그려 간직할 수 있다면, 농도 짙은 정오의 태양을 한 줄의 시로 표현할 수 있다면, 커다란 잎사귀 가득 햇살을 받아 모으는 포도나무 사이를 걸으며 설렘을 노래할 수 있다면 프로방스에서의 삶이 더 행복해지지 않을까?

 

 

- 장다혜, 『최고의 휴식 프로방스』 prologue

 

 

 

 

 

 

 

남불(南佛)의 기후는 아무 일 없이 시간 보내기에 적합하다. 작열하는 태양과 땅에서 올라오는 뜨거운 지열은 파리의 긴장된 생활에서 굳어진 몸을 부드럽게 풀어지게 한다. 프로방스에서 오후 2시에서 4시 사이는 거의 모든 사람들이 낮잠을 자는 시간으로 되어 있다. 프로방스는 도시의 문명생활에 지친 몸과 영혼에 휴식을제공하는 은혜 받은 장소이다.

나는 눈을 감고 프로방스의 풍경들을 머릿속에 떠올린다. 오후 한나절, 외롭게 서 있는 교회 종탑의 길게 늘어선 그림자, 붉은 기운이 도는 진한 갈색의 모래바위로 만들어진 절벽들, 빛으로 충만한 기름진 포도밭, 가지런히 늘어선 올리브 나무들, 향기를 발하는 보라색 라방드가 펼쳐진 들판, 그 뒤에 서 있는 중세의 수도원, 작은 마을의 시청 앞 광장과 그 주변의 카페들, 조용한 오후 햇살릏 받으며 청정하게 물 떨어지는 소리를 내는 분수대, 절벽 위에 빼곡히 들어선 작은 집들로 이루어진 마을의 전경, 폐허가 된 채 남아 있는 이끼 낀 고성의 벽돌, 부드러운 선으로 흘러내리는 언덕 위로 저녁해가 지면서 만드는 붉은 노을……

 

프로방스에 와서 몸으로 느끼는 가장 큰 변화는 햇빛이다. 햇빛 하나가 모든 것을 바꾸어 놓는다. 하늘빛이 다르고 나무들과 돌들의 색채가 다르게 보이고, 내 몸과 마음이 다른 상태가 된다. '카뮈와 이탈리아'전에서 본 카뮈의 햇살에 대한 묘사가 생각난다. (……) 피렌체의 햇살이 넓게 분산되어 퍼져 있고 은빛이 나는 영적 분위기라면, 로마의 햇살은 둥글고 유연하다. 로마의 햇살은 풍요로움과 행복한 삶과 성공한 인생을 생각하게 한다.  (……)

 

─ 정수복, 『프로방스에서의 완전한 휴식』p 91전후

 

 

 

 

 

 

 

 

 

 

고대극장 유적지

 

기원전 1세기에 지어진 로마시대의 반원형 극장으로, 지금은 계단의 일부와 '두 명의 미망인'이라는 애칭이 붙은 두 개의 원추형 기둥, 토대만이 남아 엣 영화를 쓸쓸히 보여주고 있다.

 

 

 

 

 

 

 

 

 

 

 

 

 

 

 

 

 

다 부셔져서 형체도 모를.....,

복원할 엄두도 못 낸다는 돌무더기뿐.

 

 

 

 

 

 

 

 

 

 

 

 

 

 

 

 

 

 

 

 

제2차 세계대전 무렵에 폴란드 유대인지구 같이 생겼네.

골목을 걷는 기분이 어째 음산한디? 뒤에서 비밀경찰이.

 

 

 

 

 

원형경기장

 

기원전 90년에 건립된 것으로 아를에서 가장 크고 웅장한 건물. 도리아식과 코린트식 기둥이 떠받치고 있는 60개의 2층 아치로 이루어져 있으며, 2만 명의 관람객을 수용할 수 있다.

 

 

 

 

 

 

 

 

 

 

 

 

 

 

 

 

 

 

 

 

 

 

 

 

「 로마 시절 이 원형경기장은 글래디에이터와 동물들 사이의 격투가 벌어지는 장소였는데, 중세에는 그 안에 200여 채의 건물이 들어서 마을이 형성되었고 교회도 두 개나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19세기에 들어서 로마 유적의 중요성이 인식되면서  1826년과 1830년 사이에 경기장 안의 집들을 모두 철거하고 원형경기장 원래의 모습을 복원했다. 1830년 프랑스 군대의 알제리 함락을 기념하기 위해서 이곳에서 투우 경기가 처음 열렸다.  그 후 매년 정기적으로 투우 경기가 열리는 장소가 되었고 때로는 대규모의 공연이 이루어지는 명소가 되었다. 」

 

 

 

 

 

 

 

 

 

 

 

 

생 트로핌 교회라는 것 같소만.

 

 

 

 

 

 

시청

 

 

 

 

 

 

 

  

 

 

 

 

 

 

 

고흐의「밤의 카페 테라스」와 포름광장

 

    


The Cafe Terrace on the Place du Forum, Arles, at Night, 
1888년 9월, 아를. 빈센트 반 고흐 / 캔버스 유채, 81 cm × 65.5 cm / 크뢸러 뮐러 미술관 (네덜란드 오텔로)

 

 


 

 

 

 

 

 

 

 

 

 

 

 

 

 

 

  

 

여기선 인증사진을 안 박을 수가 없제.^^*

카페 안에는 말할 것도 없고, 광장마당 아무데도 빈 자리가 나게 생기질 않았습디다.

 

 

 

 

 

 

 

 

 

 

 

아를Arles에는 이렇게 볼거리도 많고 갈 곳도 많은 모양인데,,

가이드도 아를이 제일 기억에 남는 여행지라고 하더구만은─,,

 

패키지 여행꾼인 나는,

아무것도 본 것도 없이~~ 낼 아침이면~~ 미련없이 아를을 떠나야만 한데이 ~~~~'!!!!

 한두 번 겪는 일이 아니지.

 

 

근데 도대체, 아를,, 어디를 가야 제대로 된 아를을 본다는 걸까?

 

 

 

 

 

 

 

지금도 투우 경기를 한다는 건가?

 

 

 

 

 

 

 

론강 : 길이는 813km로 유럽의 주요 강 중에서 지중해로 흘러가는 유일한 강이다. 스위스 남부의 론 빙하의 융빙수로 발원하여 서쪽의 발레 지역으로 향하면서 협곡을 흐른다. 론 강은 제네바 호로 흘러들어 가서, 호수의 남서쪽으로 빠져나와 지그재그 형태로 프랑스의 쥐라 산맥의 방향을 따라 서쪽으로 흘러간다.  리용에서 론 강은 북쪽에서 흘러 온 주요 지류 사온 강을 만나 남쪽으로 방향을 바꾼다. 하구에 가까워 지면서 강 주변에 습지가 늘어난다. 삼각주는 아를부터 시작되어 마르세이유 서쪽까지 이어지는데 여기서 론 강은 크게 두 개의 물줄기로 갈라져 지중해로 유입된다.

 

 

 

 

 

 

 

(참고로)

 

 고흐의 그림별이 빛나는 밤》은,

같은 제목으로 인해서 사람들이 더러 혼동하는 듯한데 전혀 다른 작품입니다.

* 하나는 말 그대로 「별이 빛나는 밤」

* 또 하나는 「론강의 별이 빛나는 밤」

 

※ 《별이 빛나는 밤에는, 이종환 · 이문세의 「한밤의 음악편지」「별이 빛나는 밤에」& 윤항기 노래 <별이 빛나는 밤에>........ etc

 

 

*「별이 빛나는 밤」은 고흐가 생레미 정신병원에 있을 때 그린 거디요.

 

 

 

 

The Starry Night, / Oil on canvas, 92 x 73cm, 1889  / 뉴욕 현대미술관 소장

 

 

 

 

Starry Night over the Rhone Arles / 1888,9. Oil on canvas 72.5 * 92 / 오르세 미술관 소장

 

 

 

 

 

 

 

 

 

 

 

 

 

 

 

 

 

 

최진용의 남프랑스 예술기행

(12) 아를(Arles), 이곳은 너무 아름답구나!



프로방스의 아를을 중심으로 한 일대 지역



  빈센트 반 고흐(Vincent van Gogh 1853~1890)가 프로방스의 아를(Arles)에 도착한 후 동생 테오에게 보낸 첫 번째 편지의 한 구절이 “이곳은 너무도 아름답구나!”이다. 그렇다.  아를은 반 고흐의 말처럼 아주 매력 있는 도시이자, 프로방스의 매력과 대자연을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예술과 역사의 도시다. 

 

  아를은 14만ha에 이르는 론 강의 거대한 평원 카마르크(Plaine De La Camargue)를 아우르고 있는 도시이다. 프로방스의 작은 로마로 불리는 아를은 원형경기장(Amphitheatre), 로마반원형극장, 콘스탄티누스 대제(大帝)의 목욕탕, 성벽, 공동묘지 레 잘리캉(Les Ayscamps) 등 고대 로마 문명이 여기 저기 산재한 역사 도시로 이미 AD 2세기에 도시의 틀을 형성했다. 아를은 로마시대의 해군기지로, 1790년까지 생 트로핑이 세운 주교관구가 있던 종교도시로도 명성이 높았던 도시다. 아를이 습지가 많은 곳을 뜻하는 아르 라이뜨(Ar Laith)에서 유래 하듯 이 도시는 론 강 하구 삼각주 위쪽에 위치해 자연 그대로의 땅 카마르크 대평원의 역사적 관문이자 생 레미 드 프로방스(Saint-Rémy-de-Provence) , 레보 드 프로방스(Les Baux-de-Provence), 퐁비에뉴(Fontvielle), 생질(Saint Gilles)의 중심지로 프로방스의 전통이 살아있는 관광지로도 주목을 받고 있다.

  아를은 인구 5만 2천명으로 소도시 규모이지만 면적이 7만6천ha에 달하는 매우 광대한 지역을 포괄하고 있으며 프랑스 코뮌(Commune) 중 가장 큰 면적을 갖고 있다.
아를의 중심부나 고흐가 입원했던 생 레미 등 교외 곳곳에도 로마 문명의 유적터를 만날 수 있다. 특히 로마 극장 발굴 시 출토된 ‘아를의 비너스’ 등 많은 유물들이 루브르 박물관에 소장, 전시되어 있다.

  아를 하면 떠오르는 것이 ‘밤의 카페’, ‘노란 집’과 ‘해바라기’를 그린 빈센트 반 고흐일 것이다. 또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프랑스 유일의 국립사진학교와 올해 41번째를 맞는 아를국제사진페스티벌(Les Rencontres d'Arles Photographie)도 빼놓을 수 없다. 현대 사진의 성지(聖地)라고 부를 만큼 매년 7월 초부터 9월까지 열리는 아를국제사진페스티벌은 세계적인 관심의 대상이다. 

  또 하나 아를 하면 생각나는 예술가로는 1904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프로방스의 시인 프레데리코 미스트랄(Frédéric Mistral 1830~1914)과 우리나라 중등교과서에 실려 우리 가슴을 뭉클하게 했던 ‘마지막 수업’, ‘별’의 작가 알퐁스 도데가 있다. 여기에 덧붙여 알퐁스 도데의 희곡 ‘아를의 처녀’를 위해 부수음악으로 무도곡, 합창곡 등 27개의 관현악 곡을 작곡한 조르주 비제(Georges Bizet 1838년 10월25일~1875년 6월3일)도 꼽지 않을 수 없다.

  이와 같이 아를은 프로방스의 아름다운 대자연과 로마시대의 역사적 유적, 고흐, 비제, 미스트랄, 도데의 예술적 자산이 있어 더욱 빛나고 아름답고 부가가치가 높은 도시이다. 

  그러나 아를을 이야기 할 때는 가장 먼저 고흐부터 언급해야 옳은 순서일 것 같다. 고흐는 암스테르담이나 파리의 잿빛 하늘의 답답함과 축축함이 주는 견딜 수 없는 고통에서 벗어나고 싶어 했다. 영혼을 따뜻하게 감싸 줄 자연과 교감할 수 있는 자유로운 땅 프로방스를 늘 꿈꾸고 있었다. 그리고 그곳에 예술 공동체를 만들려는 계획으로 1888년 2월20일 겨울 밤 아를에 도착했다. 고흐의 아를 시절은 고흐가 가장 왕성하고 열정적으로 그림을 그린 시기이자 대표작을 가장 많이 그린 때이다. 

  고흐가 아를에 머물면서 그린 그림은 유화 187점을 비롯해 소묘 등 300 여점에 이른다. 고흐는 아를에 내려온 것을 크게 만족스럽게 생각하고 동생 테오에게 보낸 편지를 통해 프로방스의 아름다움을 여러 차례 감동적으로 적어 보냈다. 



고흐가 사랑했던 아를의 초여름 풍경

 

  “바다를 보았단다. 남쪽으로 내려오니 참 좋구나. 풍경이 뿜어내는 색채가 북쪽과는 아주 다른 느낌이다. 그림에서 색채들이 기지개를 펴고 일어나는 것 같다.” 
고흐의 편지에서처럼 고흐의 그림에는 화면 내부로부터 발산하는 에너지와 영혼을 느끼게 한다. 

  아를에 내려와 첫 번째 그린 ‘꽃핀 과수원’ 연작이나 ‘랑글루아 도개교’ 연작, ‘노란 집’,  ‘해바라기’ 연작, ‘프로방스의 길’, ‘타라스콩을 걸어가는 자화상’ 등을 보면 고흐가 얼마나 아를 생활에 만족하고 프로방스의 자연에 도취되어 그림에 열정을 바치고 있었는지를 느낄 수 있다. 아를은 고흐가 그의 예술적인 열정을 가장 뜨겁게 쏟아 부었던 시기였다.



현재의 랑글루아 다리를 배경으로 포즈를 취한 필자

 

  폴 고갱과의 언쟁과 자신의 귀를 자르는 광기로 생 레미 정신병원과 생폴드 모졸 요양원을 드나들며 극도의 정신적 불안에 시달리면서도 고흐는 계속 그림을 그렸다. 고흐의 예술은 그의 운명 그 자체였다는 미술사가들의 말은 정말 적절한 표현이다. ‘론 강가의 별이 빛나는 밤’, ‘아를 저녁의 카페’ 등을 보면 그는 단순히 눈앞에 보이는 사물을 정확히 그리는 것보다 자신의 감정을 강하게 표출하기 위해 색채를 보다 자유롭게 사용했고, 자신의 감정과 감동을 작품의 일부로 그리려 했던 운명적인 작가의 모습을 만나게 된다. 또 어둠마저도 밝은 색채로 가득 채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놀라운 작품이다. 



고흐의 ‘노란 집’

 

  지금도 아를과 아를 인근 지역은 고흐의 수많은 흔적이 생생히 남아 있다. 생 레미 병원의 정원, 아를의 카페, 랑글루아 다리와 강 풍경, 아를 마을의 여러 풍경들, 상트마리의 농가들, 론 강의 풍경, 프로방스의 농촌, 상트마리 해안풍경, 지중해의 고깃배들 등 200여점에 가까운 그림 속에 아를의 풍경과 아를의 사람들이 생생하게 살아있다. 

  또 이 지역이 개발로 훼손되지 않은 것도 고흐의 체취를 느끼는데 큰 몫을 하고 있다.
120여 년 전에 그렸던 랑글루아 다리 주변의 경관이 현재도 옛 모습 그대로 아름다움을 지키고 있는 것은 이 지역을 대대적으로 개발하려는 도시계획을 반대한 시민들의 의견이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다. 경제적인 개발이익을 포기하고 환경을 지킨 시민의 높은 뜻이 있어 아를은 지금도 옛 정취와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다. 고흐는 아를의 생활에 크게 만족했다.



고흐의 아를의 밤의 카페 주인(지누 부인)

 

  그러나 불행히도 고흐의 작품은 아를에 없다. 그의 작품 대부분은 조국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반 고흐 미술관(빈센트 반 고흐 재단)과 오텔로 국립 크롤러 뮐러 미술관(Kröller-Müller Museum)에 소장되어 있다.

  아를은 또한 세계적으로 유명한 사진 예술의 성지다. 그것은 루시앙 클레르그(Lucien Clergue)의 덕택이다. 루시앙 클레르그의 끈질긴 노력으로 프랑스의 유일한 국립사진학교가 아를에 들어서게 되었고, 그와 그의 친구인 소설가이자 철학자인 미셀 투르니에(Michel Tournier)와 장 모리스 루크트(Jean-Maurice Rouquette)에 의해 아를국제사진페스티벌(Les Rencontres d'Arles Photographie / rencontres은 만남이라는 뜻)이 창설되어 오늘날 세계적인 사진 축제의 장으로 각광받고 있는 것이다. 

  아를국제사진페스티발이 뉴욕, 마드리드 등 세계적인 사진축제보다도 더 높이 평가받는  것은 루시앙 클레르그와 그가 2002년 선임한 유능한 예술 감독이자 사진전시기획자인 프랑세스 헤벨(Francois Hebell)의 독창적이고 혁신적인 노력 때문이다. 아를국제사진페스티벌은 진지한 사진 예술의 전시와 학술 행사가 주종을 이루면서도 축제적인 성격을 잘 살려내고 있다. 



제41회 아를국제사진페스티벌(2010년) 포스터



  행사기간 중 3천여 명의 사진작가와 1천여 명의 저널리스트와 에이전시, 컬렉터, 5천여  명의 사진 애호가들이 참가하는 축제 중의 축제이다. 축제의 하이라이트는 3만여 명의 시민과 사진애호가들이 참여하는 Night of the Year이다. 이 행사는 아를 시내 60여 곳의 공공장소를 사진 전시장으로 꾸며 하나의 예술장르로서의 사진예술의 진정한 모습을 보여준다. 올해로 40여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아를국제사진페스티벌은 그동안 흑백위주의 보수적인 운영형태에서 점차 컬러와 디지털기술이 함께 자리하는 축제로, 전문가와 비전문가가 하나가 되는 축제로 문을 활짝 열어 놓고 있다.

 

  루시앙 클레르그가 한ㆍ불 수교 12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지난 2008년 서울을 방문했을 때 김영섭 사진갤러리 대표의 소개로 저녁을 함께 한 적이 있는데, 성격이 밝은  노신사라는 인상을 강하게 받았다. 피카소와도 친분이 돈독했고 피카소의 전속 사진작가로도 활동했다고 자랑스럽게 얘기하는 모습이 열혈청년의 모습이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아를 사진학교에서 공부한 작가가 여러 명 있다. 특히 사진작가 김중만이 1977년 아를국제사진페스티벌에서 ‘젊은 사진작가상’을 수상하는 등 우리나라와도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아를은 또한 1904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프레데리크 미스트랄이 아를 인근 마얀에서 태어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미스트랄은 19세기 프로방스 어문학의 부흥을 주도한 시인이다. 평생 프로방스 지방의 생활과 언어를 복원하는데 헌신한 미스트랄은 ‘미레유’ Mirèio(1859),   ‘칼랑도’ Calendau(1867), ‘론 강의 시’ Lou Pouèmo dóu Rose(1897) 등 4편의 장편서사시와 서정시집 ‘황금의 섬’ Lis Isclo d'or(1876), ‘올리브 수확’ Lis Oulivado(1912) 등 서정시집 및 단편소설 등을 발표했다. 아를이 자랑하는 아틀라탕 박물관(Musee Ariatan)은 그가 노벨문학상 상금으로 저택을 구입해 설립한 민속박물관이다. 이곳에는 프로방스 지역의 전통과 특징을 잘 보여주고 있는 복식, 가구, 도기 생활용품 등이 수집, 전시되어 있다.

  아를 하면 우리가 잊지 못하는 소설가 알퐁스 도데(Alphonse Daudet 1840년 5월13일~1897년 12년16일)가 있고 음악가 조르주 비제가 있다. 알퐁스 도데는 이 지역에 관한 여러 편의 작품을 썼는데 ‘아를의 여인’도 그중의 하나다. 



조르주 비제(Georges Bizet)

 

  ‘아를의 여인’은 남프랑스 농촌을 배경으로 젊은 농부의 비극적인 삶을 그린 3막의 희곡이다. 1872년 조르주 비제는 이 작품을 위한 부수음악으로 27곡의 관현악곡을 작곡해 섬세하고 아름다운 음악이라는 평가와 함께 자신의 명성을 더욱 높였다. 무도곡, 합창곡으로 구성된 전체 27곡 중 4곡을 골라 제1모음곡을 만들었으며 비제가 죽은 후 친구들에 의해 제2모음곡이 나왔다. 제1모음곡은 전주곡, 미뉴에트, 아다지에토, 카리용으로 구성됐으며 제2모음곡은 목가(파스토랄레) 간주곡, 미뉴에트, 파랑돌로 돼 있다. 카르멘과 함께 대표적인 걸작이라는 말이 과장이 아닐 만큼 여전히 사랑받고 있는 음악이다. 이와 같이 아를은 문화적ㆍ예술적 자본과 스토리가 많아 여행객을 사로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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