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2. 21. 19:05ㆍ책 · 펌글 · 자료/문학
이 분이 스스로 서문에서도 양해를 해달라고 얘기를 했더구만은, 한시 해석이 좀 엉성한 데가 많습니다. 그렇더라도 등장인물이 많은고로, 詩보다도 인명사전이거니 복습 겸해서 일람한다는 생각으로 보면 은 괜찮습니다.
김진태 지음 / 불광출판사 / 2016 . 5 . 14
吃 (말 더듬을 '흘') |
흔히 사람들은 고단한 삶에 지쳐 먹고 살기 힘들다는 말을 종종하고 한다. 푸념 섞인 신세 한탄처럼 들리는 이 말은 인생살이 녹록치 않음을 대변한다. 힘들고 지친 인생사에서 옛 성현들의 가르침은 삶의 고단함을 극복하는데 큰 힘이 되어 준다.
김진태 전 검찰총장이 퇴임한 뒤 쓴 책인 <흘반난(吃飯難), 밥 먹기 어렵다>는 소위 ‘먹고 살기 힘든’ 현대인들에게 옛 성현들의 가르침은 전하는 나침반 역할을 한다.
저자는 검찰을 떠나며 짐을 챙기던 중 재직 시 책상 위에서 뒹굴던 시문들을 모아 퇴임식에 참석한 후배들에게 나눠주었고, 이것을 알고 달라는 사람들이 있어 몇 사람의 시를 더해 책으로 엮었다.
‘홀반난, 밥 먹기 어렵다’, ‘차면 줄어들고 비면 차오르고’, ‘묻고 싶어라 그리운 그대 있는 곳’ 등 세 장으로 구성된 책은 최치원, 두보, 이백, 이황 등을 비롯해 원효, 의천, 나옹, 무산스님 등의 글과 시문, <금강경>과 <묘법연화경>, <화엄경> 등 평소 좋아하는 경전 구절을 추린 시문집으로, 저자는 여기에 직접 해설과 함께 해설하고 자신의 짤막한 생각을 덧붙였다.
책을 통해 저자는 “세상사 밥 먹는 것보다 더 어려운 게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지며 “이 책에 실린 사람들의 이야기 또한 궁극적으로 밥 먹는 것과 관련된 것”이라고 말한다. 검찰에 몸담으며 느낀 번민과 소란한 마음을 성현들의 시문을 읽으며 다스렸던 경험을 독자들에게 담담히 풀어내고 있다.
저자는 “앞서간 사람들의 행적을 엿보다 보니 옛 사람의 말처럼 ‘자연은 예나 지금이나 조금도 다름이 없건만 인간의 정회는 참으로 제각각이로구나(風月無古今 情懷自淺深)’라는 느낌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이 책이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이해하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를, 그래서 온 누리에 자비와 평화가 가득하길 기대해 본다”고 밝혔다.
저자는 경남 사천에서 태어나 서울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했다. 한국은행을 거쳐 경향 각지에서 검사로 재직했으며, 검찰총장을 지냈다. 저서로 <물속을 걸어가는 달> 등이 있다.
엄태규 기자 che11@ibulgyo.com
[불교신문3207호/2016년6월8일자]
목차
글머리에
1장 흘반난, 밥 먹기 어렵다
길재 _술지述志
臨溪茅屋獨閑居(임계모옥독한거) 시내 임한 초가집에 홀로 한가로이 살아가도
月白風淸興有餘(월백풍청흥유여) 달 밝고 바람 맑아 흥취 남음이 있네
外客不來山鳥語(외객불래산조어) 속세사람 오지 않고 산새만 지저귈 때
移床竹塢臥看書(이상죽오와간서) 대숲으로 평상 옮겨 누워서 책을 본다
※
첫행 끝에, 왜 '한가로이 살아가도'로 해석을 할까요?
'한가로이 사니'가 문맥상 맞지 않나요?
흔히 안빈낙도를 주제로 한 시에서 이런 식의 해석이 많이 발견되는데,
이는 큰 착오입니다. 그런 의미로 시를 썼다면 더 큰 문제이고요.
기대승 _우제偶題
이색 _부벽루浮碧樓
昨過永明寺 (작과영명사·어제 영명사를 지나다가)
暫登浮碧樓 (잠등부벽루·잠깐 부벽루에 올랐네)
城空月一片 (성공월일편·성은 빈 채 달 한 조각 떠 있고)
石老雲千秋 (석로운천추·돌은 오래되고 구름은 천 년을 흐르네)
麟馬去不返 (인마거불반·기린마는 가서 돌아오지 않는데)
天孫何處遊 (천손하처유·천손은 어느 곳에서 노니는고)
長嘯倚風磴 (장소의풍등·길게 휘파람 불고 돌계단에 기대니)
山靑江水流 (산청강수류·산은 푸르고 강물은 흘러가네)
이 시는 목은이 23세에 원나라에서 돌아오던 도중 평양 부벽루에 올라 역사와 인간의 무상함을 읊은 시로, 고려시대 오언율시로는 최고로 꼽는 사람들이 많다. 영명사 부벽루를 둘러보는데 번성하던 성은 텅 빈 채 한 조각 달만 떠있다. 풍상에 시달린 바위는 오래되어 금이 갔는데 구름은 천 년이 지나도 변함이 없다. 주몽이 타고 놀던 기린마는 하늘로 떠난 뒤 돌아오지 않고 주몽 역시 어디서 노니는지 알 길이 없다. 참으로 무상함을 주체하기 어려워 길게 휘파람 불며 돌계단에 기대어 보니, 산과 강물은 내 마음은 아랑곳하지 않고 마냥 푸르고 하염없이 흘러간다.
이색은 고려 말기의 문신이자 학자로 자는 영숙(穎叔), 호는 목은(牧隱)이다.
목은은 일찍이 원나라에 가 성리학을 연구하였으며, 전시 등에 우수한 성적으로 합격하여 여러 벼슬을 지냈다.
귀국 후 공민왕이 즉위하자 전제, 국방, 불교 등 당면 현안에 대하여 개혁을 건의하였으며 좌승선, 대제학, 대사성, 정당문학, 판삼사사 등 요직에 차례로 중용되었다.
친명 정책을 지지했으나 조민수 등과 함께 창왕을 옹립하면서 이성계 일파와 대립했고 그들이 세력을 잡자 장단 등으로 유배되었다.
조선 태조 4년(1395)에 한산백(韓山伯)에 봉해지고 출사 종용이 있었으나 끝까지 고사하였으며 이듬해 세상을 떠났다.
그의 문하에서 고려 왕조에 충절을 지킨 명사와 조선 왕조 창업에 기여한 사대부들이 두루 배출되었는데, 정몽주, 길재, 이숭인 등이 전자이고 정도전, 하륜, 권근 등이 후자이다.
정몽주, 길재, 김종직, 조광조 등으로 이어지는 조선 성리학의 주류가 그로부터 나왔다.
주천난 做天難
하늘 노릇 하기 어렵다지만 4월 하늘만 하랴
做天難做四月天
양잠은 따뜻해야 하고 보리는 추워야 하고
蠶要溫和麥要寒
나그네는 맑기를 바라고 농부는 비를 원하는데
出門望晴農望雨
뽕잎 따는 처녀는 구름 끼길 바라네.
採桑娘子望陰天
做지을 주
김시습 _사청사우乍晴乍雨
乍晴乍雨雨還晴(사청사우우환청)
개었다 비 내리고 내렸다가 도로 개이니
天道猶然況世情(천도유연황세정)
하늘의 이치도 이러한데 하물며 세상 인심이야
譽我便是還毁我(예아편시환훼아)
나를 칭찬하다 곧 도리어 나를 헐뜯으니
逃名却自爲求名(도명각자위구명)
명예를 마다더니 도리어 명예를 구하게 되네
花開花謝春何管(화개화사춘하관)
꽃이 피고 꽃이 지는 것을 봄이 어찌 하리오
雲去雲來山不爭(운거운래산불쟁)
구름이 오고 구름이 가는 것을 산은 다투질 않네
寄語世人須記認(기어세인수기인)
세상 사람에게 말하노니 반드시 알아두소
取歡無處得平生(취환무처득평생)
기쁨을 취하되 평생 누릴 곳은 없다는 것을
잘못된 현실에 대해 타고난 비판의식이 있었지만 선악이나 시비는 늘 함께함을 이해했기에 스스로 나서지도, 남으로 하여금 나서게 하지도 않은 채 방황과 번민, 풍자와 일탈이 그의 삶이 되었다. 그리하여 퇴계가 그를 '색은행괴(은밀한 것을 찾고 괴상한 일을 행하다)"하고, 율곡이 '심유적불(마음은 유학자이되 겉으로는 불교도인인 체)'하다 말한 것이 조소일 수만 있겠는가.
이항복 _삼물음三物吟
공자진 _기해잡시己亥雜詩
정사초 _한국寒菊
사마천 _보임안서報任安書
이백 _행로난行路難
남이 _북정北征
두보 _등악양루登岳陽樓
굴원 _소사명小司命
김일손 _도한강渡漢江
권필 _한식寒食
최치원 _추야우중秋夜雨中
문천상 _과영정양過零丁洋
권근 _왕경작고王京作古
백거이 _채시관采詩官
이황 _보자계상 유산지서당
步自溪上 踰山至書堂
조식 _제덕산계정주題德山溪亭柱
유우석 _유현도관遊玄都觀
유득공 _송경잡절松京雜絶
송익필 _산행山行
산을 가다 쉬는 것을 잊고 앉아서는 걷는 것을 잊어 山行忘坐坐忘行
소나무 그늘 아래 말을 세우고 물소리를 듣네. 歇馬松陰聽水聲
내 뒤에 온 몇 사람이 나를 앞서갔는가 後我幾人先我去
각자 그칠 곳으로 돌아갈 텐데 어찌 또 다투는가 各歸其止又何爭
(-송익필의 「산행山行」 중에서)
이숭인 _과회음유감표모사過淮陰有感漂母事
이욱 _우미인虞美人
임춘 _서회書懷
서위 _「묵포도도墨葡萄圖」의 제화시
원천석 _개신국호 위조선이수改新國號 爲朝鮮二首
정도전 _방김거사야거訪金居士野居
가을 그늘 침침하고 사방 산은 비었는데 秋陰漠漠四山空
지는 잎은 소리 없이 땅에 가득 붉구나. 落葉無聲滿地紅
시내 위 다리에 말 세우고 갈 길을 묻노라니 立馬溪橋問歸路
이 몸이 그림 속에 있는 줄을 모르네. 不知身在?圖中
(-정도전, 「방김거사야거訪金居士野居」)
정몽주 _춘春
정약용 _애절양哀絶陽
조광조 _절명시絶命詩
조송 _기해세己亥歲
김부식 _결기궁結綺宮
청허 휴정 _탐밀봉探密峰
소식 _자제금산화상自題金山?像
이청조 _하일절구夏日絶句
하완순 _별운간別雲間
한유 _과홍구過鴻溝
허균 _관장벽도위우소절용사장미운
官墻碧挑爲雨所折用死薔薇韻
황현 _절명시絶命詩
2장 차면 줄어들고 비면 차오르고
설암 추붕 _우후雨後
백곡 처능 _감흥感興
경허 성우 _자범어사향해인사도중구호
自梵魚寺向海印寺道中口號
왕안석
유종산 _遊鐘山
나은 _견민遣悶
정섭 _「제난죽석도題蘭竹石圖」의 제화시
대각 _의천독해동교적讀海東敎迹
허백 명조 _홍국紅菊
나옹 혜근 _기광주목사
변계량 _신흥유감晨興有感
김극기 _어옹漁翁
맹자
노자도덕경
묘법연화경
금강반야바라밀경
백운 경한 _출주회산出州廻山
사명 유정 _재본법사 제야在本法寺 除夜
이석형 _영회詠懷
옹정제(胤?윤진)
원감 충지 _우서일절偶書一絶
이규보 _산석영정중월이수夕詠井中月二首
침굉 현변 _청야문경淸夜聞磬
부휴 선수 _숙공림사宿空林寺
이순신 _행장行狀
유성룡 _징비록懲毖錄
주희 _구곡도가九曲棹歌5
중관 해안 _막상의행莫相疑行
진각 혜심 _대영對影
예장 종경
한산
함허 기화 _도중작途中作
허응 보우 _별보상인別寶上人
물결처럼 번듯이는 인간사 알기 어렵고 波飜人事?難知
부질없이 다시 온다 미리 기약하지 말자. 莫?重來預作期
하늘과 더불어 선약 없는 만물 物豈與天先有約
봄바람 불어오니 나무마다 움트는 가지. 春風無樹不生枝
(-허응 보우, 「별보상인別寶上人」)
황정견
김기추 _임종게臨終偈
태고 보우 _임종게
정관 일선 _상보은태수上報恩太守
측천무후 _개경게開經偈
논어
순자
주역
원효 _금강삼매경론
대방광불화엄경
3장 묻고 싶어라 그리운 그대 있는 곳
가도 _심은자불우尋隱者不遇
서거정 _춘일春日
정지상 _송인送人
김병연 _이별離別
왕발 _등왕각서?王閣序
박은 _복령사福靈寺
왕유 _송원이사안서送元二使安西
신숙주 _기중서제군寄中書諸君
이상은 _야우기북夜雨寄北
김정희 _도망悼亡
황진이 _봉별소판서세양奉別蘇判書世讓
설도 _춘망사春望詞1?3
임제 _무어별無語別
루쉰 _양취엔을 추모하며楊銓
원세개 _안중근의사만安重根義士輓
장갈 _분서갱焚書坑
유종원 _어옹漁翁
도연명 _귀거래사歸去來辭
두목 _강남춘江南春
박지원 _요야효행遼野曉行
신위 _동인논시東人論詩
이세민 _부득함봉운賦得含峯雲
구양수 _풍락정 유춘?樂亭 游春
이인로 _소상야우瀟湘夜雨
이제현 _산중설야山中雪夜
장영 _천리수서지위장千里修書只爲墻
정철 _산사야음山寺夜吟
조익 _논시論詩
조조 _단가행短歌行
장약허 _춘강화월야春江花月夜
제갈량 _출사표出師表
초의 의순 _귀고향歸故鄕
최경창 _고봉산재高峯山齋
최호 _황학루黃鶴樓
하륜 _제광주청풍루題廣州淸風樓
혜초 _여수旅愁
취미 수초 _산거山居
범중엄 _악양루기岳陽樓記
대학
중용
설악 무산 _허수아비
허수아비
- 설악 무산 조오현 스님
새 떼가 날아가도 손 흔들어 주고
사람이 지나가도 손 흔들어 주고
남의 논일을 하면서도 웃고 있는 허수아비
풍년이 드는 해나 흉년이 드는 해나
- 논두렁 밟고 서면 -
내 것이거나 남의 것이거나
- 가을 들 바라보면 -
가진 것 하나 없어도 나도 웃는 허수아비
사람들은 날더러 허수아비라 말하지만
저 멀리 바라보고 두 팔 쫙 벌리면
모든 것 하늘까지도 한 발 안에 다 들어오는 것을
歸故鄕
- 초의 의순 스님
멀리 고향을 떠나온 지 사십 년
돌아와 보니 어느새 머리에 백발이 가득하네
잡초에 묻힌 땅 어디에 집이 있었던가?
오래된 무덤에 이끼가 덮여 걷기도 쉽지 ㅇ않네
마음이 죽었는데 한이 어디에서 일어날 것인가
피가 말라 눈물 또한 흐르지 못하네
지팡이 하나로 다시 구름 따라 떠나려 하니
사람이 살면서 고향 찾은 것 부끄럽기 그지없구나
단가행(短歌行)
- 조조
對酒當歌, 人生幾何? 술잔을 대하면 노래를 불러라. 인생이 얼마나 되더냐?
譬如朝露, 去日苦多. 아침이슬 같으리니, 지난날의 많은 고통.
慨當以慷, 憂思難忘. 슬퍼하며 탄식해도, 근심 잊기 어렵구나.
何以解憂, 唯有杜康. 무엇으로 근심 풀까? 그건 오직 술뿐일세.
靑靑子衿, 悠悠我心. 푸르고 푸른 그대 옷깃, 내 마음 아득하도다.
但爲君故, 沈吟至今. 다만 그대 때문에 이제껏 깊은 시름에 잠겼었네.
呦呦鹿鳴, 食野之苹. 우우하고 우는 사슴의 무리, 들에서 햇쑥을 뜯는다.
我有嘉賓, 鼓瑟吹笙. 내게도 좋은 손님 오셨으니, 비파 타고 피리도 불리.
明明如月, 何時可掇? 밝기는 달과 같은데, 어느 때나 그것을 딸 수 있으랴.
憂從中來, 不可斷絶. 마음속에서 우러나는 근심, 참으로 끊어버릴 수 없구나.
越陌度阡, 枉用相存. 논둑과 밭둑을 누비면서, 헛되게 서로 생각하는가.
契瀾談嘗, 心念舊恩. 마음이 통하여 즐겨 이야기를 나누고, 마음속으로 옛 은혜를 생각하네.
月明星稀, 鳥鵲南飛. 달 밝고 별을 드문데, 까막까치가 남쪽으로 날아간다.
繞樹三匝, 何枝可依. 나무를 서너 차례 빙빙 맴돈들, 어느 가지에 의지할 수 있을꼬?
山不厭高, 海不厭深. 산 높음을 싫어하지 않고, 바다 깊음을 싫어하지 않네.
周公吐哺, 天下歸心. 주공처럼 어진 선비를 환영한다면, 천하는 모두 진심으로 돌아가리!
안중근의사輓(끌만)
- 원세개
평생에 해야 할 일 이제야 마쳤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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