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영 에세이, 『시인의 밥상』

2017. 3. 15. 20:17책 · 펌글 · 자료/문학

 

 

 

 

시인의 밥상  2016. 10. 26

 

 

 

다시 지리산으로 걸음을 옮긴 공지영 작가의 신작 에세이.

누구나 그렇듯, 외로움에 목이 메어왔던 밥상이 있었고, 불구덩이처럼 힘겨웠던 밥상이 있었을 것이다. 공지영 작가의 신작 에세이 『시인의 밥상』은 《지리산 행복학교》이후 지리산으로의 발걸음을 끊었던 저자가 다시 매달 그곳으로 가 박남준 시인과 함께 음식을 만들고 밥상을 차리고 그 밥상 위에서 나누던 이런저런 삶의 이야기를 책으로 엮은 것이다. 지리산까지 가서 시인의 밥상을 받기로 한 작가의 결정은 잘한 것이었을까? 작가를 맞았던 건 어떤 밥상이었을까?

이 책에는 시인이 차려내는 소박하고도 따뜻한 엄마의 보드라운 손길 같은 스물네 가지 음식과 그 음식을 맛보며 써낸 작가의 담백하면서도 슴슴한 글이 담겨있다. 음식도 그걸 만든 사람의 성정을 닮듯, 우리는 시인의 음식과 작가의 글에서 무언가 다른 향기를 맡을 수 있다. 그건 노골적이지 않고 드러나지 않으나 분명히 존재하는 섬세한 이들에게만 선물처럼 주어지는 구수하고 뭉근한 사람 냄새다. 소박하고 욕심 없는 사람들이 풍기는 냄새다.

 

 

 

 

 

저자소개

저자 공지영

저서(총 100권)
 
공지영 
 
 
예리한 통찰력과 속도감 있는 문장으로 현실의 부조리를 파헤치는 작가, 불합리와 모순에 맞서는 당당한 정직성, 동시대 사람들과 함께 호흡하는 뛰어난 감수성으로 독자들의 뜨거운 호응을 얻은 작품들을 발표해온 작가 공지영.
 
연세대학교 영문학과 졸업. 1988년 『창작과 비평』 가을호에 단편 구치소 수감 중 탄생된 작품「동트는 새벽」을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장편소설 『더 이상 아름다운 방황은 없다』 『그리고, 그들의 아름다운 시작』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고등어』 『착한 여자』 『봉순이 언니』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사랑 후에 오는 것들』 『즐거운 나의 집』이 있고,
 
소설집 『인간에 대한 예의』 『존재는 눈물을 흘린다』 『별들의 들판』,
 
산문집 『상처 없는 영혼』 『공지영의 수도원 기행』 『빗방울처럼 나는 혼자였다』『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아주 가벼운 깃털 하나』 등이 있다.
 
21세기문학상과 한국 소설문학상, 오영수 문학상, 앰네스티 언론상 특별상, 제10회 가톨릭문학상, 2011년 월간 「문학사상」에 발표한 『맨발로 글목을 돌다』로 제35회 이상문학상 대상을 수상했다.
 
『봉순이 언니』『착한 여자』를 쓰고, 착한 여자로 살면 결국 이렇게 비참해진다는 생각을 가졌다는 그녀는 7년 간의 공백기를 가지면서 선한 것들이 우리를 살게 한다는 것을 절실하게 느꼈다고 한다. 그리고 그런 확신을 갖고 계속 글을 쓰고 있다는 그녀는 공백기 이후 『별들의 들판』을 내고 나서,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사랑 후에 오는 것들』『즐거운 나의 집』 등 정력적인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아주 가벼운 깃털 하나』에 이르러 그녀는 역사나 지구, 환경, 정치 같은 거대한 것들이 아니라 작고 가볍고 사소한 것들, 이를테면 풀잎이나 감나무, 라디오 프로그램, 반찬, 세금 같은 이야기를 정말 ‘깃털처럼 가볍게’ 쓰고 싶다고 말한다.
 
하지만 아무리 가벼워져도 공지영의 글은 사회 문제라는 단단한 바닥에 닻을 내린다. 가벼운 이야기, 읽히기 쉬운 이야기를 쓰는 듯해...

 

 

 

 

 

1부 엄마의 따뜻한 손길 같은 것


식물성 밥상이 가르쳐주는 인생의 원리ㆍ

품위 있는 호박찜과 호박국


일곱 달 차이 두 사내의 동행ㆍ

아삭아삭 콩나물국밥


악양편지 1ㆍ

별을 따서


후회는 더 사랑하지 못하는 데서 온다ㆍ

누구와도 다른 가지선


아픈 날 엄마의 따뜻한 손길 같은 것ㆍ

복통마저 잠재운 갈치조림


악양편지 2ㆍ

무가 들어가는 ( )


너무나도 궁금한 은자씨ㆍ

전주 ‘새벽강’의 굴전


허접한 것들 가득한 세상에서 건져 올린 푸르른 숭어ㆍ

전주 ‘새벽강’의 소합탕


악양편지 3ㆍ

꽃을 보고 힘을 내서



2부 지상의 슬픈 언어를 잊는 시간


지상의 슬픈 언어를 잊고 두 귀가 순해질 시간ㆍ

거제도 J의 볼락 김장김치 보쌈


흰 눈은 오시고 임은 아니 오시고 고양이는 잠들러 간 밤에ㆍ

두 그릇 뚝딱 굴밥


악양편지 4ㆍ

만지면 시든다네


진정한 욕망과 충족은 어디서 오는가ㆍ

소박한 신비로움 애호박고지나물밥


사람에게는 얼마만큼의 사랑이 필요할까ㆍ

담백하고 짭조름한 유곽


악양편지 5ㆍ

반갑고 궁금하다


달의 뒷면은 몰라도 내 뒷면은 아는 친구들ㆍ

심원마을 백 여사의 산나물 밥상


신이 어찌 어여삐 여기시지 않으랴ㆍ

심원마을 백 여사의 능이석이밥
악양편지 6ㆍ홍매화 핀 날 녹두전



3부 벚꽃 흐드러진 계절에 삼킨 봄


벚꽃과 꽃게, 아카시아와 민어, 보름달과 간장게장, 지금과 여기ㆍ

J와 버들치 시인의 도다리쑥국


벚꽃 흐드러진 계곡에서 봄을 삼키다ㆍ

곱디고운 진달래화전


악양편지 7ㆍ

찬란하다


버들치 시인 입에서 나온 버들치는 헤엄쳐갈 수 있을까ㆍ

‘완전한 봄맛’ 냉이무침


‘도사’마저 감동시킨 엄마표 밥상ㆍ

‘엄마의 밥상’ 보리굴비


악양편지 8ㆍ

한창이다


살아 있는 모든 것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ㆍ

환성을 부르는 채소 겉절이


소유가 전부가 아닌 곳, 욕망이 다 다른 곳ㆍ

절로 입이 벌어지는 토마토 장아찌


악양편지 9ㆍ

녹차 만들기



4부 시린 가슴 데우는 별 같은 ‘사람 밥상’


흔들리며 가는 배, 울면서도 가는 삶ㆍ

마음을 위로하는 거문도 항각구국


웃음의 진실 맛의 진심ㆍ

바다가 와락 해초비빔밥


악양편지 10ㆍ

나한테 도대체 왜 그러느냐


단식, 지극한 혼자의 시간ㆍ

김장김치 고명 올린 냉소면


그건 사랑이었지ㆍ

가죽나무 판이 만든 오방색 다식


악양편지 11ㆍ

너 때문


우리는 언어를 얼마나 배반하는가ㆍ

식물성 식감 무안 낙지


외로움을 잊게 한 별 같은 ‘사람 밥상’ㆍ

버들치표 미역냉국과 생감자셰이크


악양편지 12ㆍ

솔솔거리며 찾아오는 것

 



작가의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