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김의 미학』

2017. 1. 31. 20:47책 · 펌글 · 자료/문학





우리의 뿌리 깊은 전통 '남김의 미학'

지난 35년여 간 문학 현장의 한가운데서 활발하게 활동해온 비평가 이남호의 에세이집 『남김의 미학』. 저자 이남호는 1980년 등단한 이래 특유의 예리한 통찰력으로 문학 안팎의 세계를 탐구하며 한국 비평의 지평을 넓혀왔다. 이 책은 저자가 총 17회에 걸쳐 월간 《현대문학》에 연재되었던 글에 다양한 사진 자료들을 더해 출간하나 것으로, 잊혀져가는 한국의 대표적인 정서의 뿌리인 남김의 미학을 우리의 전통과 문학을 통해 깊이 있게 들여다 보았다.

책에는 '남김의 미학’의 흥미로운 특징을 보여주는 시조창으로부터 시작하여 문학, 삶의 터전을 이루는 주거, 그리고 시대의 거울로서 삶을 풍요롭게 해온 전통예술 등에 관한, 한국인의 심성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문화 등을 다채롭게 다루고 있다.

이처럼 저자는 우리의 전통적인 삶과 문화을 살펴보면서 우리의 문화는 다하는 것보다 남김에, 완전한 것보다는 모자라는 것에 익숙했음을 일깨운다. 즉, 완벽이나 완전이 꼭 좋은 것만은 아니며, 현 세대에게 참다운 깨달음이란 버림과 비움을 통해서만 완성된다는 지혜를 전한다.


저자 이남호는 1956년 부산에서 태어나 고려대학교에서 한국문학을 공부했다. 1980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평론에 당선되어 문학평론가로 오래 활동하였고, 평론집 『한심한 영혼아』 『녹색을 위한 문학』 『문학에는 무엇이 필요한가』 등을 비롯한 많은 저서와 편서가 있다. <현대문학상> <소천비평문학상> <유심문학상> 등을 수상했으며, 현재 고려대학교 국어교육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남김의 미학  2016.9







앞말 : 한국 문화와 남김·


우리 이야기 전통 속에는 철저한 복수극이 거의 없다. 복수를 하더라도 원수를 철저히 갚는 것에 초점이 있는 것이 아니라 주인공이 잘되어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것에 초점이 있다.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쳐서 원수를 죽이고 자기의 삶도 끝장이 나는 일본 소설들의 결말과는 사뭇 다르다.

적당히 하고 남기려는 태도는 소설 만이 아니라 문화 전반에서 발견된다. 까치밥을 남기는 것이나…, 그림을 그리다 만 것처럼 대충 그리는 것이나…, 정원이라는 것도 삶의 공간 한쪽 곁에 자연을 남겨두는 것이지 인공적인 공간을 따로 만드는 것이 아니다.




시조와 시조창·
동짓달 기나긴 밤을 | 시조의 형식 | 시조의 가창 방식


시조창의 종장의 마지막 구절은 노래하지 않고 그 직전에 그쳐버린다. 노랫말의 마지막 구절을 노래하지 않는 방식은 세게에 유례가 없을 것이다. 이는 한국문화가 지닌 남김의 미학을 가장 잘 보여주고 멋지게 보여주는 하나의 사례이다.



소설·
흥보전 | 임꺽정 | 혼불


전통적으로 한국문학은 악인의 창조에 서툴다. 한국문학의 전통 속에서 악을 심각하게 탐구한 사례는 찾아보기 어려우며 매우 악한 인물도 드물다. 놀보의 삶이 끝까지 비참해지는 판본은 『경판본』 오영순본 사재동본 정도이고 나머지 많은 판본에서는 놀보의 삶이 용서받아 행복해진다. 즉 악을 끝까지 응징하기보다는 적당히 혼내주고 개과천선과 재기의 여지를 남겨두려는 태도는 한국의 서사문학에서 두루 관찰되는 특징이다.



소설 _ 비교문학적 고찰·
춘향전과 주신구라 | 문제의 발단과 해결의 논리적 구조 | 남김과 다함



한국의 집·
있는 그대로, 생긴 그대로 | 너에게 내가 맞추려는 마음 | 안과 밖의 소통 | 열림과 닫힘의 변증법



화엄사 구층암 요사채




선운사 만세루 (기둥/ 보/ 마루)



개심사 심검당



죽서루 (덤벙주초와 그랭이질)



 창덕궁_연경당

연경당


 

집이란 것이 문이나 벽이나 담을 만들어 밖으로부터 안을 보호하고 안과 밖을 분명하게 구분하려는 것은 당연하다. 그래야 안정감이 있다. 한국의 집은 안과 밖을 구분하여 이 안정감을 유ㅠ지하면서 동시에 안과 밖이 잘 소통할 수 있는 개방적인 공간을 연출한다.





한국의 정원·
자연을 그대로 둔 정원 | 선비의 마음이 된 자연 | 바람과 달과 물의 집


우리나라 산천에는 경치가 좋은 곳이면 으례 정자가 있다. 선비들은 자기가 머물고 싶은 곳이 있으면 그곳에 정자를 지었다. 정자가 있으면 그 주위는 자연스레 정원이 되는데, 이때 이러한 정자 주위의 자연 공간을 산수정원이라고 하기도 한다.

정자가 있는 산수정원은 모든 정원의 구성요소를 자연으로부터 빌려 쓴다. 이것을 차경(借景)이라고 하는데, 멀리 있는 청산의 모습을 바라보고 즐기는 것을 원차(遠借)라고 하는 등 여러 종류의 차경이 있다. 그 가운데 시절마다 변하는 주변의 자연의 모습을 그때 그때 맞추어 즐기는 응시이차라는 것이 특히 흥미롭다.

인위적으로 꾸며서 정원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자연을 그대로 빌려서 정원으로 삼는 것이 한국 정원 특유의 상상력이다.



분청사기·
방심과 어리숙함의 아름다움


분청사기는 흙으로 그릇을 빚은 다음 그 표면에 백토를 바르고 무늬를 넣는 다양한 방식에서 비롯된다. 분청사기는 아무렇게나 막 만든 듯이 고급한 문법을 무시라도 하는 듯이 방심과 어리숙함 심지어 게으름까지도 드러낸다. 그러나 거기에 세련되면서도 편안한 한국적 아름다움이 있다. 최순우는 "(철화문)분청사기들의 아름다움이야말로 조선시대 서민들의 타고난 대로의 성품과 생활감정과 천생연분이란 느낌이 든다"고 했으며, 강경숙은 "한국인의 감정을 구김살 없이 보여주는 그릇이요 한국 미술의 특색을 가장 잘 보여주는 분청사기"라고 했다. 보면 볼수록 한국적 아름다움이 어떤 것일까를 생각하게 하는 것이 분청사기인 것 같다.


대부분의 분청사기에서는 소위 '장인정신'이라는 것이 느껴지지 않는다. 고려청자를 계율을 엄격히 지키고 빈틈을 보이지 않는 범접하기 어려운고승에 비유한다면, 분청사기는 모든 계율을 무시하고 기행을 일삼는 비승비속의 스님에 비유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조선시대 백자·
고요와 절제 그리고 점잖음 | 조선적 아름다움의 발견



사랑방 가구·
멋을 내지 않은 멋 | 미니멀리즘 가구의 본보기



혜원蕙園의 봄 그림·
속에 대한 궁금증 | 다 알아도 말하기 어려운 것 | 감춰두고도 다 보여주는 방식



단원檀園의 산수화·
안 그리고 보여주는 것 | 물과 하늘이 아닌 여백 | 여백의 동력



조각보·
반근대적 실용과 만능 | 한국의 여인들이 업그레이드시킨 보자기 | 아낌과 정성 그리고 기다림



한국의 음식·
먹는 사람이 완성시키는 음식 | 안 보이는 사람들에 대한 배려 | 남겨서 다르게 먹는 방식 | 슬로푸드의 산실



조선 왕릉·
자연과 인공이 조화된 왕릉 | 권위를 세우는 미학적 방식 | 177년 만에 왕릉이 된 무덤



서정주의 시·
미당의 시적 직관 | 시론 | 구약 | 동천 | 연꽃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 | 풀리는 한강가에서 | 사십 | 낮잠 | 저무는 황혼



박목월의 시·
목월의 남김의 탐구 | 평일시초 | 무제 | 상하 | 왼손 | 난



뒷말 : 어지간과 남김·



책 끝에 부치는 말·











            José Luis Perales ~ Buenos Días Tristez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