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1. 13. 09:47ㆍ詩.
개구리네 한솥 밥
백석
옛날 어느 곳에
개구리 하나 살았네,
가난하나 마음 착한
개구리 하나 살았네
하루는 이 개구리
쌀 한 말을 얻어 오려
벌 건너 형을 찾아
길을 나섰네.
개구리 덥적덥적
길을 가노라니
길가 보도랑에
우는 소리 들렸네.
개구리 닁큼 뛰어
도랑으로 가 보니
소시랑게 한 마리
엉엉 우네.
소시랑게 우는 것이
가엾기도 가엾어
개구리는 뿌구국
물어보았네―
(소시랑게야
너 왜 우니?)
소시랑게 울다 말고
대답하였네―
(발을 다쳐
아파서 운다.)
개구리는 바쁜 길
잊어버리고
소시랑게 다친 발
고쳐주었네.
개구리 또 덥적덥적
길을 가노라니
길 아래 논두렁에
우는 소리 들렸네.
개구리 닁큼 뛰어
논두렁에 가 보니
방아다리 한 마리
엉엉 우네.
방아다리 우는 것이
가엾기도 가엾어
개구리는 뿌구국
물어보았네―
(방아다리야
너 왜 우니?)
방아다리 울다 말고
대답하는 말―
(길을 잃고
갈 곳 몰라 운다.)
개구리는 바쁜 길
잊어버리고
길 잃은 방아다리
길 가리켜주었네.
개구리 또 덥적덥적
길을 가노라니
길 복판 땅구멍에
우는 소리 들렸네.
개구리 닁큼 뛰어
땅구멍에 가 보니
소똥굴이 한 마리
엉엉 우네.
소똥구리 우는 것이
가엾기도 가엾어
개구리는 뿌구국
물어보았네―
(소똥굴이야
너 왜 우니?)
소똥굴이 울다 말고
대답하느 말―
(구멍에 빠져
못 나와 운다.)
개구리는 바쁜 길
잊어버리고
구멍에 빠진 소똥굴이
끌어내 줬네.
개구리 또 덥적덥적
길을 가노라니
길섶 풀숲에서
우는 소리 들렸네.
개구리 닁큼 뛰어
풀숲으로 가 보니
하늘소 한 마리
엉엉 우네.
하늘소 우는 것이
가엾기도 가엾어
개구리는 뿌구국
물어보았네―
(하늘소야,
너 왜 우니?)
하늘소 울다 말고
대답하는 말―
(풀대에 걸려
가지 못해 운다.)
개구리는 바쁜 길
잊어버리고
풀에 걸린 하늘소
놓아주었네.
개구리 또 덥적덥적
길을 가노라니
길 아래 웅덩이에
우는 소리 들렸네.
개구리 닁큼 뛰어
물웅덩이 가 보니
개똥벌레 한 마리
엉엉 우네.
개똥벌레 우는 것이
가엾기도 가엾어
개구리 뿌구국
물어 보았네―
(개똥벌레야
너 왜 우니?)
개똥벌레 울다 말고
대답하는 말―
(물에 빠져
나오지 못해 운다.)
개구리는 바쁜 길
잊어버리고
물에 빠진 개똥벌레
건져주었네.
발 다친 소시랑게
고쳐주고,
길 잃은 방아다리
길 기리켜주고,
구멍에 빠진 소똥굴이
끌어내 주고,
풀에 걸린 하늘소
놓아주고,
물에 빠진 개똥벌레
건져내 주고……
착한 일 하노라고
길이 늦은 개구리,
형네 집에 왔을 때는
날이 저물고,
쌀 대신에 벼 한 말
얻어서 지고
형네 집을 나왔을 땐
저문 날이 어두워,
어둔 길에 무겁게
짐을 진 개구리,
디퍽디퍽 걷다가는
앞으로 쓰러지고
디퍽디퍽 걷다가는
뒤로 넘어졌네.
밤은 깊고 길을 멀고
눈앞은 캄캄하여
개구리 할 수 없이
길가에 주저앉아
어찌할까 이리저리
걱정하였네.
그러자 웬일인가,
개똥벌레 윙하니
날아오더니
가쁜 숨 허덕허덕
말 물었네―
(개구리야, 개구리야
무슨 걱정 하니?)
개구리 이 말에
뿌구국 대답했네―
(어두운 길 갈 수 없어
걱정한다.)
그랬더니 개똥벌레
등불 받고 앞장서,
어둡던 길 밝아졌네.
어둡던 길 밝아져
개구리 가기 좋으나
등에 진 짐 무거워
등은 달고
다리 떨렸네.
개구리 할 수 없이
길가에 주저앉아
어찌할까 이리저리
걱정하였네.
그러자 웬일인가
하늘소 씽하니
날아오더니
가쁜 숨 허덕허덕
말 물었네―
(개구리야, 개구리야
무슨 걱정 하니?)
개구리 이 말에
뿌구국 대답했네―
(무거운 짐 지고 못 가
걱정한다.)
그랬더니 하늘소
무거운 짐 받아 지고
개구리 뒤따랐네.
무겁던 짐 벗어놓아
개구리 가기 좋으나,
길 복판에 소똥 쌍여
넘자면 굴어나고
돌자면 길 없었네.
개구리 할 수 없이
길가에 주저앉아
어찌할까 이리저리
걱정하였네.
그러자 웬일인가
소똥굴이 휭하니
굴러오더니
가쁜 숨 허덕허덕
말 물었네―
(개구리야, 개구리야
무슨걱정하니?)
개구리는 이 말에
뿌구국 대답했네―
(소똥 쌓여 못 가고
걱정한다.)
그랬더니 소똥굴이
소똥 더미 다 굴리어,
막혔던 길 열리었네.
막혔던 길 열리어
개구리 잘도 왔으나,
얻어 온 벼 한 말을
방아 없이 어찌 찧나?
방아 없이 어찌 쓸나?
개구리 할 수 없이
마당가에 주저앉아
어찌할까 이리저리
걱정하였네.
그러자 웬일인가
방아다리 껑충
뛰어오더니
가쁜 숨 허덕허덕
말 물었네 ―
(개구리야, 개구리야
무슨걱정하니?)
개구리 이 말에
뿌구국 대답했네―
(방아 없어 벼 못 찧고
걱정한다.)
그랬더니 방아다리
이 다리 찌꿍 저 다리 찌꿍
벼 한 말을 다 찧었네.
방아 없이 쌀을 찧어
개구리는 기뻤으나
불을 땔 장작 없어
쓸은 쌀을 어찌하나,
무엇으로 밥을 짓나!
개구리 할 수 없이
문턱에 주저앉아
어찌할까 이리저리
걱정하였네.
그러자 웬일인가
소시랑게 비르륵
기어오더니
가쁜 숨 허덕허덕
말 물었네―
(개구리야, 개구리야
무슨 걱정 하니?)
개구리 이 말에
뿌구국 대답했네―
(장작 없어 밥 못 짓고
걱정한다.)
그랬더니 소시랑게
풀룩풀룩 거품 지어
흰 밥 한솥 잦히었네.
장작 없이 밥을 지은
개구리는 좋아라고
뜰악에 멍석 깔고
모두들 앉히었네.
불을 받아준
개똥벌레,
짐을 져다준
하늘소,
길을 치워준
소똥굴이,
방아 찧어준
방아다리,
밥을 지어준
소시랑게,
모두모두 둘러앉아
한 솥 밥을 먹었네.
*봇도랑 : 논에 물을 대기 위하여 둑을 쌓고, 물을 대거나 뺄 수 있게 만든 도랑.
*달고 : 열이 나서 몸이 뜨거워지고
*받고 : 흐르거나 쏟아지지 않게 받치고
*굴어나고 : 좋지 못한 상태로 떨어지고
*쓸나 : 곡식을 찧어 속꺼풀을 깨끗하게 하나, 원형은 ‘쓿다‘이다
*잦히었네: 액체가 속으로 스며들거나 점점 졸아들어 없어지게 하였네.
여기서는 ‘밥을 하다’의 의미이다
「개구리네 한솥밥」은 1957년에 북한에서 출간한 동화시집 「집게네 네 형제」에 실려 있습니다. 백석은 아동문학에서는 산문보다 시가 더 적당하다고 생각하여 ‘동화시’ 라는 독특한 형식을 만들었습니다. 어린이들에게 알맞은 간결하고 리듬 있는 문장의 반복과 의성어, 의태어 등 다양하고 감각적인 우리말을 풍부하게 구사하였습니다.
준치가시
백석
준치는 옛날엔
가시 없던 고기
준치는 가시가
부러웠네,
언제나 언제나
가시가 부러웠네.
준치는 어느 날
생각다 못해
고기들이 모인 데로
찾아갔네.
큰 고기, 작은 고기,
푸른 고기, 붉은 고기,
고기들이 모일 데로
찾아갔네.
그기들을 찾아가
준치는 말했네
가시를 하나씩만
꽃아달라고.
고기들은 준치를
반겨 맞으며
준치가 달라는
가시 주었네.
저마끔 가시들을
꽂아주었네.
큰 고기는 큰 가시
잔 고기는 잔 가시
등 가시도 배 가시도
꽂아주었네.
가시 없던 준치는
가시가 많아져
기쁜 마음 못 이겨
떠나려 했네.
그러나 고기들의
아름다운 마음!
가시 없던 준치에게
가시를 더 주려
간다는 준치를
못 간다 했네.
그러나 준치는
염치 있는 고기,
더 준다는 가시를
마다고 하고
붙잡는 고기들을
뿌리치며
온 길을 되돌아
달아났네.
그러나 고기들의
아름다운 마음!
가시 없던 준치에게
가시를 더 주려
달아나는 준치의
꼬리를 따르며
그 꼬리에 자꾸만
가시를 꽂았네
그 꼬리에 자꾸만
가시를 꽂았네.
이때부터 준치는
가시 많은 고기.
꼬리에 더욱이
가시 많은 고기.
준치를 먹을때엔
나물지 말자
가시가 많다고
나물지 말자.
크고 작은 고기들의
아름다운 마음인
준치 가시를
나물지 말자.
1
학명은 Ilisha elongata BENNETT이다. 몸이 측편(側扁)하고, 몸빛은 등은 암청색이고 배는 은백색이다. 아래턱이 위턱보다 길게 나와 있다. 배지느러미는 작고 뒷지느러미가 상당히 길다. 몸길이는 50㎝ 내외이다.
우리 나라 서남해안에 많이 분포한다. 6, 7월경에 큰 강의 하류나 하구 부근에 내유(來遊)하여 산란한다. 준치는 시어(鰣魚)라고도 하고 진어(眞魚)라고도 하였다.
≪세종실록≫ 지리지에 의하면 경기도와 충청도에서 진어가 나는 것으로 되어 있고, ≪신증동국여지승람≫에 의하면 경기도·평안도·충청도·전라도·경상도의 여러 지방에서 진어가 나는 것으로 되어 있다.
준치는 조선시대 초기에 이미 많이 어획되고 있었던 것이다. 정약전(丁若銓)의 ≪자산어보 玆山魚譜≫에는 준치를 시어라 하고, 그 속명(俗名)을 준치어(蠢峙魚)라고 하였다.
그리고 준치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설명하였다. “크기는 2, 3자이고, 몸은 좁고 높다. 비늘이 크고 가시[鯁]가 많으며, 등은 푸르다. 맛이 좋고 산뜻하다. 곡우가 지난 뒤에 우이도(牛耳島)에서 잡히기 시작한다.
여기에서 점차 북상하여 6월 중에 해서에 이르기 시작한다. 어부는 이를 쫓아 잡는데 늦은 것은 이른 것만 못하다. 작은 것은 크기가 3, 4치[寸]이며 맛이 매우 박하다.”
준치는 맛이 있는 물고기이기는 하나 살에 가시가 많은 것이 흠으로 지적되어 왔다. ≪증보산림경제≫에는 전어(箭魚)의 맛은 상품(上品)이나 날카로운 뼈가 많아 방심하고 먹어서는 안 된다고 하고, 그 뼈를 추리는 방법을 설명하고 있다.
徐有榘의 ≪난호어목지 蘭湖漁牧志≫에는 준치를 시(鰣)라 하고 한글로 ‘준치’라고 기재하고 있고, 그것이 내유하는 시기가 있어 항상 4, 5월에 내유하므로 시(時)자를 따서 이름을 붙인 것인데, 우리 나라에서 통속적으로 이르는 진어가 그것이라고 하였다.
이와 같이, 준치어업은 조선시대에 이미 상당히 성하여서, ≪한국수산지 韓國水産誌≫ 제1집에 의하면 우리 나라 사람은 준치를 기식(嗜食)하여 그 수요가 많으므로 이를 많이 어획하고, 중국인도 평안도 근해에 내어(來漁)하여 이를 잡아간다고 하였다.
어구는 건망(建網)과 연승(延繩) 및 유망(流網)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총어획량은 많은 편이 아니었다. 일제시대의 기록이 1928년의 2,685M/T이고, 광복 이후에는 1976년의 7,177M/T이 최고기록이었다. 1986년에는 4,722M/T이 어획되었다.
2
준치와 도미가 너무나 맛이 있어 썩어도 값어치가 나간다는 속담까지 생겼다. 썩어도 준치는 우리나라 속담이고, 썩어도 도미는 일본 속담이다. 도미는 일본에서 모든 물고기의 제왕이라고 떠받드는 생선이니 다른 물고기와는 품격 자체를 달리한다. 반면 우리는 도미 대신 준치를 최고로 여겼는데 준치의 한자 이름을 보면 준치가 얼마나 맛있는 생선인지를 알 수 있다.
준치의 한자 이름은 여럿이 있지만 그중 하나가 진짜 생선이라는 뜻의 진어(眞魚)다. 글자 그대로 준치와 비교하면 다른 물고기들은 모두 가짜에 지나지 않는다는 뜻이다. 맛으로 보면 준치만이 진짜 생선이라는 것이다. 또 다른 이름은 시어(鰣魚)다. 물고기 어(魚) 변에 때 시(時) 자를 쓰는데 제철이 지나면 완전히 사라졌다 이듬해가 되어야 다시 나타나기 때문에 생긴 이름이다. 정약전은 《자산어보》에서 시어는 살이 통통하여 맛은 좋으나 가시가 많다고 했다.
맛이 좋은 데다 아무 때나 맛볼 수 없는 생선이니 귀한 대접을 받는 것이 당연하다. 그래서 중국에서는 시어를 고대의 산해진미인 팔진미 중 하나로 꼽았다. 산해진미는 시대와 지역에 따라 다르지만 흔히 곰 발바닥, 낙타 등, 사슴 꼬리, 바다제비 집, 상어 지느러미, 시어를 꼽았다.
중국에서는 시어를 미녀에 빗대어 비유하기도 했다. 중국의 4대 미인은 양귀비, 서시, 초선, 왕소군을 꼽는데 시어가 얼마나 맛있는지 서시에 비유해 ‘물속의 서시’라고도 한 것이다. 생김새가 아닌 맛을 기준으로 꼽은 것인데 황하에서 잡히는 잉어, 이수의 방어, 송강의 농어, 그리고 양자강의 시어다. 하지만 팔진미에 포함되는 양자강의 시어는 지금은 멸종됐다고 하니까 지금 우리가 먹는 준치와는 약간 다른 종자였던 모양이다.
중국에서는 양자강의 시어를 최고라고 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한강의 시어를 가장 맛있다고 했다. 허균은 《도문대작》에서 웅어가 바로 시어인 준치라고 했는데, 사실 웅어와 준치는 같은 생선이 아니라 사촌쯤 된다. 양자강의 시어가 얼마나 맛있었는지 청나라 때는 살아 있는 채로 시어를 운송하기 위해 백성들이 엄청나게 고생을 했다. 우리가 양자강이라고 부르는 남쪽의 장강에서 황제가 사는 북경의 자금성까지는 거리가 약 1300킬로미터로 3000리가 넘는데 쉬지 않고 말을 달려 이틀 안에 살아 있는 시어를 실어 날랐다고 한다.
그런데 시어를 운송하는 과정이 거의 군사작전을 방불케 했다. 올라가는 길목 15킬로미터마다 대형 수족관을 만들어놓은 후 낮에는 깃발을 꽂고 밤에는 불을 피워 위치를 알려가며 시어를 날랐다. 이때 동원된 말만 3000마리가 넘었고, 사람도 수천 명을 동원해 시어를 날랐으니 도중에 수많은 사람과 말이 죽었다고 한다. 이런 과정을 거쳐서 북경까지 수송한 시어는 운송 도중에 죽거나 신선도가 떨어져 실제로 황제가 먹을 수 있는 생선은 1000마리 중에서 불과 서너 마리에 불과했다고 한다. 그래서 황제가 하사한 신선하지 않은 시어를 맛본 청나라 관리가 강소성을 여행하면서 진짜 신선한 생선을 맛보고는 “이것은 시어가 아니다”라고 우겼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장강의 시어가 우리가 먹는 준치와 똑같은 생선인지는 확실하지 않으나 어쨌든 여러 문헌을 종합해보면 준치 종류의 생선임은 틀림없는 것 같다.
예쁜 장미에는 가시가 있는 것처럼 썩어도 맛있다는 생선인 준치는 맛은 좋지만 잔가시가 많아서 잘못 먹으면 목에 걸릴 수 있다. 그래서 생겨난 말이 시어다골(鰣魚多骨)이다. 권력이나 명예, 재물을 탐내면 불행이 닥칠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는 교훈인데 요즘도 유효한 교훈이다.
예전에는 초여름이 준치회, 준치찜, 준치만두의 제철이었다.
귀머거리 너구리
백석
어느 산 속에
귀머거리 너구리가 살고 있었네.
어느 날 밤
마을 가까운 강냉이밭에
곰도, 맷돼지도, 귀머거리 너구리도,
다 함께 내려와 강냉이를 따 먹었네
그러자 밭 임자 영감
두- 두- 소리쳤네.
그 소리 듣고
매돼지가 먼저 달아났네.
그 뒤로 곰이 달아났네.
그러나 귀머거리 너구리
그 소리 들리지 않아
꿈쩍도 아니 하고
뚝하고 한 이삭
뚝하고 두 이삭
강냉이만 따 먹었네.
그러면서 하는 말
"달아나긴 왜들 달아나?"
맷돼지와 곰은 달아나며 생각했네.
너구리는 저히들보다 겁 없고 용감하다고.
이리하여 귀 밝은 도적놈들
귀 먹은 도적놈을 우러러보았네.
오리들이 운다
한종일 개울가에 엄지오리들이 빡빡.
새끼오리들이 빡빡.
오늘도 동무들이 많이 왔다고 빡빡.
동무들이 모두 낯이 설다고 빡빡.
오늘은 조합 목장에 먼 곳에서
크고작은 낮선 오리 많이들 왔다.
온몸이 하이얀 북 경종 오리도 머리가 새파란 청둥 오리도.
개울 가에 빡빡 오리들이 운다.
새 조합원 많이 와서 좋다고 운다.
송아지들은 이렇게 잡니다
송아지들은 송아지들끼리 잠을 잡니다.
좋은 송아지들은 엄마 곁에서는 아니 잡니다.
송아지들은 모두 엉덩이들을 맞대고 잡니다.
머리들은 저마끔 딴데로 돌리고 잡니다.
승냥이가 오면. 범이오면 뿔로 받으려구요.
뿔이 안 났어도 이마빼기로라도 받으려구요.
송아지들은 캄캄한 밤 깊은 산 속도 무섭지 않습니다.
승냥이가 와도 범이 와도 아무 일 없습니다.
송아지들은 모두 한데 모여서 한마음으로 자니까요.
송아지들은 어려서부터도 원쑤에게 마음을 놓지 않으니까요.
앞산 꿩, 뒤산 꿩
아침에는 앞산 꿩이 목장에 와서 껙껙.
저녁에는 뒤산 꿩이 목장에 와서 껙껙.
아침 저녁 꿩들이 왜 우나?
목장에 내려와서 왜 우나?
꿩들도 목장에서 살고 싶어 울지.
꿩들도 조합 꿩이 되고 싶어 울지.
쫓기달래
오월이는 작은 종 그 엄마는 큰 종
사나운 주인이 마소처럼 부리는
오월이는 작은 종 그 엄마는 큰 종.
하루는 그 엄마 먼 곳으로 일을 가
해가 져도 안 왔네 밤이 되도 안 왔네.
오월이는 추워서 엄마 찾아 울었네,
오월이는 배고파 엄마 찾아 울었네.
배고프고 추워서 울던 오월이
주인집 부엌으로 몸 녹이러 갔네.
부엌에는 부뚜막에 쉬찰밥 한 양푼
주인네 먹다 남은 쉬찰밥 한 양푼.
오월이는 어린아이 한종일 굶은 아이,
쉬찰밥 한 덩이 입으로 가져갔네.
이때에 주인마님 샛문 벌컥 열었네,
밥 한 덩이 입에 문 오월이를 보았네.
한 덩이 찰밥을 입에 문 채로
오월이는 매 맞았네 매맞고 쫓겨났네.
춥디추운 밖으로 쫓겨난 오월이
캄캄한 어둔 밤에 엄마 찾아 울었네.
행길로 우물가로 엄마 찾아 울다가
앞터밭 밭고랑에 얼어붙고 말았네.
주인집 쉬밥 덩이 먹지도 못하고
어린 종 오월이는 얼어 죽고 말았네,
엄마도 못 보고 얼어 죽고 말았네.
그 이듬해 이른 봄 얼었던 땅 풀리자
오월이가 얼어 죽은 앞터밭 고랑에
남 먼저 머리 들고 달래 한 알 나왔네.
이 달래 어떤 달래 곱디 고운 붉은 달래,
다른 달래 다 흰데 이 달래 붉은 달래,
쉬찰밥이 붉듯이 이 달래 붉은 달래.
쉬찰밥 한 덩이로 얼어 죽은 오월이,
원통하고 슬퍼서 달래 되어 나왔네.
쉬찰밥이 아니 잊혀 쉬찰밥빛 그대로,
엄마가 보고 싶어 이른 봄에 나왔네.
사나운 주인에게 쫓겨나 죽은
불쌍한 오월이가 죽어서 된 이 달래,
세상 사람 이름 지어 쫓기달래.
이 달래 가엾어서 이 달래 애처러워
세상에선 이 달래를 차마 못먹네.
*
이 동화시는 1957년 북한에서 발표한 <집게네 네형제>속에 포함 된 동화시에요.
이 동화시집 속에는 개구리네 한솥밥, 준치가시, 오징어와 검복, 집게네 네형제 등 12편이 수록 되어 있습니다.
산골 총각
어느 산골에 늙은 어미와 총각 아들 하나 가난하게 살았네.
집 뒤 높은 산엔 땅속도 깊이 고래 같은 기와집에 백 년 묵은 오소리가 살고 있었네.
가난한 사람네 쌀을 빼앗고 힘없는 사람네 옷을 빼앗아 오소리는 잘 먹고 잘 입고 잘 살아갔네.
하루는 아들 총각 밭으로 일 나가며 뜰악에 널은 오조 멍석 늙은 어미 보라 했네. (* 일찍 익는 조)
"어머니, 어머니, 오조 멍석 잘 보세요, 뒷산 오소리가 내려올지 몰라요."
그러자 얼마 안 가 아니나 다를까 뒷산 오소리 앙금앙금 내려왔네
오소리는 대바람에 조 멍석을 오더니 이 귀 차고 저 귀 차고 멍석을 두루루 말아 냉큼 들어 등에 지고 가려고 했네.
조 멍석을 지키던 늙은 그 어미 죽을 애를 다 써 소리 지르며 오소리를 붙들고 멱씨름 했네.
그러나 아뿔싸 늙은 어미 힘없이 오소리의 뒷발에 채여서 쓰러졌네.
오소리는 좋아라고 오조 멍석 휘딱 지고 뒷산 제 집으로 재촉재촉 돌아갔네.
해 저물어 일 끝내고 아들 총각 돌아왔네. 오조 멍석 간 곳 없고 늙은 어미 쓰러졌네.
오소리의 한 짓인 줄 아들 총각 알아채고 슬프고 분한 마음 선길로 달려갔네 (* 빠른 걸음으로) 오소리네 집을 찾아 뒷산으로 달려갔네.
아들 총각 문밖에서 듣는 줄도 모르고 오소리는 집안에서 가들거려 하는 말 (* 잘난체하며)
"오조 한 섬 져 왔으니 저것으로 무엇 할까? 밥을 질까 떡을 칠까 죽을 쑬까 범벅 할까,
에라 궁금한데 떡이나 치자!" (* 배가 고파 무엇이 먹고 싶은 생각이 나다)
오소리는 오조 한 말 푹푹 되어 지더니만 사랑 앞 독연자로 재촉재촉 나가누나. (* 돌로 만든 절구통) 이때 바로 아들 총각 오소리께 달려들어 덧거리로 힘껏 걸어 모으로 메쳐댔네.
그러나 오소리는 넘어질 듯 일어나 뒷발로 걸어 차서 아들 총각 쓰러졌네.
겨우겨우 제 집으로 돌아온 아들 총각
채인 것도 날이 지나 거의 다 아물으자 산 넘어 동쪽 마을 늙은 소를 찾아가서 오소리를 이기는 법 물어보았네.
그랬더니 늙은 소가 대답하는 말 - "바른바지개 들어 바로 메쳐라."
아들 총각 좋아라고 그길로 달려갔네. 오소리네 집이 있는 뒷산으로 달려갔네.
아들 총각 문밖에서 듣는 줄도 모르고 오소리는 집안에서 가들거려 하는 말-
"기장 한 섬 져 왔으니 저것으로 무엇 할까? 밥을 질까 떡을 칠까 죽을 쑬까 노치 지질까,
에라 입맛 없는데 죽이나 쑤자!"
오소리는 기장 한 말 푹푹 되어 지더니만 사랑 앞 독연자로 재촉재촉 나가누나.
이때 바로 아들 총각 오소리께 달려들어 바른배지개 들어 바로 메쳤네.
그러나 오소리는 넘어질 듯 일어나 대가리로 받아넘겨 아들 총각 쓰러졌네.
겨우겨우 제 집으로 돌아온 아들 총각
받긴 것도 날이 지나 거의 다 아물으자 산 넘어 서쪽 마을 장수바위 찾아가서 오소리를 이기는 법 물어보았네.
그랬더니 장수바위 대답하는 말- "왼배지개 들어 외로 메쳐라."
아들 총각 좋아라고 그길로 달려갔네, 오소리네 집이 있는 뒷산으로 달려갔네.
아들 총각 문밖에서 듣는 줄도 모르고 오소리는 집안에서 가들거려 하는 말-
"찰벼 한 섬 져 왔으니 저것으로 무엇 할까? 밥을 질까 떡을 칠까 죽을 쑬까 전병 지질까,
에라 시장한데 밥이나 짓자!"
오소리는 찰벼 한 말 푹푹 되어 지더니만 사랑 앞 독연자로 재촉재촉 나가누나.
이때 바로 아들 총각 오소리께 달려들어 왼배지개 들어 외로 메쳤네.
그러나 오소리는 넘어질 듯 일어나 이빨로 물고 닥채 아들 총각 쓰러졌네.
겨우겨우 제 집으로 돌아온 아들 총각
물린 것도 날이 지나 거의 다 아물으자 산 넘어 남쪽 마을 늙은 영감 찾아가서 오소리를 이기는 법 물어보았네.
그랬더니 늙은 영감 대답하는 말 - "통배지개 들어 거꾸로 메쳐라."
아들 총각 좋아라고 그길로 달려갔네. 오소리네 집이 있는 뒷산으로 달려갔네.
아들 총각 문밖에서 듣는 줄도 모르고 오소리는 집안에서 가들거려 하는 말-
"수수 한 섬 져 왔으니 저것으로 무엇 할까? 밥을 질까 떡을 칠까 죽을 쑬까 지짐 지질까,
에라 배도 부른데 지짐이나 지지자!'
오소리는 수수 한 말 푹푹 되어 지더니만 사랑 앞 독연자로 재촉재촉 나가누나.
이때 바로 아들 총각 오소리께 달려들어 통배지개 들어 거꾸로 메쳤네.
그러자 오소리는 쿵하고 곤두박혀 네 다리 쭉 펴며 피두룩 주고 말았네.
가난한 사람네 쌀을 빼앗고 힘없는 사람네 옷을 빼앗아 땅속에 고래 같은 기와집 짓고,
잘 입고 잘 먹던 백 년 묵은 오소리, 이렇게 하여 죽고 말았네.
그러자 아들 총각 이 산골 저 산골에 널리널리 소문났네-
백년 묵은 오소리 둘러메쳐 죽였으니 쌀 빼앗긴 사람 쌀 찾아가고, 옷 빼앗긴 사라 옷 찾아가라고,
그리고 땅 속 깊이 고래 같은 기와집 땅 위에 헐어내다 여러 채 집을 짓고 집 없는 사람들께 들어 살게 하였네.
|
'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김소월,「먼 후일」外 (0) | 2017.02.06 |
---|---|
추영수 / 기도서 (0) | 2016.12.13 |
소재로 모은 시 (기찻길. 나무. 민들레. 거울. 콩나물) (0) | 2015.12.13 |
정병근 시 모음 (0) | 2015.12.13 |
이외수 詩 (0) | 2015.11.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