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6. 16. 19:19ㆍ이런 저런 내 얘기들/내 얘기.. 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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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요사스런 공부 근처에 발을 적셔서 그런가?
‘사주명리(학)’이라는 게 묘한 구석이 있더구만. 잘못 빠지면 사람이 이상해질 것 같어.
이론이 허무맹랑하다는 얘기가 아니고, 또 사이비종교나 도참설 같아서도 가 아니라,
신통함에 혹(惑)하면, 세상만사 모든 일들을 전부 숙명론으로 꿰맞추려 덤빌 터이니,
사단칠정(四端七情)의 맛도 모르면서 애늙은이 행세하기가 십상이겠더라, 이 말일세.
* 사단(四端)은 惻隱之心 · 羞惡之心 · 辭讓之心 · 是非之心 / 칠정(七情)은 喜 · 怒 · 哀 · 懼 · 愛 · 惡 · 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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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게, 예를 들어서 자식 시집장가 보낼 때 말이야,
다시 말해서 며느리나 사위 들일 때 사람 똑똑하고, 인물 좋고, 집안에 큰 하자 없고 그러면 됐지,
거기에 뭔 놈에 사주·족보 나부랭이를 들이댈 일이 있는가.
콩 심은데 콩 나고 팥 심은데 팥 나려니 해야지,
그래서 예로부터 ‘진인사(盡人事) 대천명(待天命)’ 이라고도 하지 않았는가?
옛 성현들이 등신인가?
옛날에 선비입네 하는 사람 치고 ‘사서·삼경(詩經· 書經· 易經)’ 공부 안한 사람이 어디 있겠나?
당연히 주역을 기본 베이스로 공부한 사람들이란 말일세.
孔子가 주역을 모르고 공부가 부족해서 천하를 주유하고 다녔겠는가?
퇴계니, 율곡이니, 그 내로라는 학자들 중에 사주명리가 어쩌고 했단 말을, 자네 들어본 적이 있는가?
유배(流配) 간 다산과 추사가, 언제 해배가 되어 임금이 다시 불러줄런지 안 궁금했겠는가?
임금이 신하 들일 때, 양반집에서 하인 들일 때 사주를 봐서 들이던가?
개인의 길흉화복(吉凶禍福)을 점치는 사주명리학(四柱命理學)이란 것이,
성현의 가르침 대로 독야청청 살겠다던 선비가 할 공부이겠는가?
당파싸움으로 三族이 멸하고 九族이 멸족했던 사건들이 조선시대에 얼마나 많았는가?
그 용하다는 사주명리를 따랐으면, 왜 애초에 黨派에 들었겠으며, 여기 붙고 저기 붙어서라도 다 살아남았어야 하지 않는가?
그들이 사주 공부하기로 했다면 한 달여면 충분했을 사람들이라네.
사주명리(四柱命理)를 왜 ‘잡학(雜學)’이라며 천시했을까.
사주명리학, 거기에는 정의를 따라야 한다든지, 의리를 지켜야 한다든지, 홍익인간 해야 한다든지,
그런 당위(當爲)란 게 없다네. 오로지 부귀영화를 누리겠나 못 누리겠나만 있을 뿐이네.
벼슬 한 자리 못했던 안중근 윤봉길 같은 의사 · 열사들의 사주는 보나마나 개떡 같다고 하지 않겠는가.
이순신 장군 사주를 주면 어찌 풀이를 할래나 궁금하이.
p .s
실력이 좀 쌓이면 생년월일시만 알아도 저 사람이 살아온 인생역정이랑 앞으로 다가올 운명이 그려질 게 아닌가.
말년운이 좋기만 하면 저놈이 지금 아무리 머저리 등신 ·그지 발싸개 같아도 덮어져 보일 것이고,
나처럼 똑똑한 사람이 똑똑한 소리를 하더라도 사주가 션찮으면, “니까지것!”, 갓잖아 우습게 보일 터이고…….
이 같이 지나가는 나날의 순간들은, 사주명리학을 하는 그들에겐 그다지 중요하지가 않을 것이네.
사주관상이 좋아서 재복· 관운이 넘치는 사람은 오늘 점심 짬뽕 그릇에 바퀴벌레가 빠져 있어도 괜찮을 것이네.
오늘 오늘, 하루 하루,, 즐겁게 또는 고민하며,, 떳떳이 또는 비굴하게 살아가는 이런 모습들이,,
그 모두가 합쳐져서 바야흐로 인생이 되는 것인데,
순간은, 과정은 다 의미가 없고, 나중에 결과와 통계 만이 중요한 것이냔 말일세.
이건 사람 대하는 방식도 아닐 뿐더러, 제대로 사람 사는 길이 아니라네.
근데, 저거 알면 재밌긴 재밌겠더라. (^___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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