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엄니가 퇴원을 하시긴 하셨다는데......

2015. 6. 17. 19:43이런 저런 내 얘기들/내 얘기.. 셋

 

 

 

 

작은엄니가 엊그젠가 그럭껜가

드디어 퇴원을 하셨네 그랴.

짚어보니까 벌써 3개월이나 되었더군.

몰골이 많이 상하셨데 ????

우리집에 오는 것도 간신히 오셨다는게야.

병원에서 수액이라도 맞지 그랬냐니깐

왜 안 맞았겠냐고, 맞아도 소용 없다고. 

지난번에 뵜을 땐 씩씩했었는데 말이야.

글쎄??? 병원에서 뭔 일이 있으셨나???

 

퇴원 안 시켜준다는 걸

억지로 떼를 써서 나왔다고 하시더구만.

병원밥이 아주 형편도 없디야.

도대체 얼마나 못 먹게 주냐믄,

간호산가 간병사가 적어간다더군. 5% 10% 15%

입원한 노인들이 밥 비운 양이리야.

그 밖에도 작은엄니가 말씀하시는 걸 들어보니,

그 병원 아주 못 쓰겠어, 동네방네 소문내야 되겠어.

변동인가 내동인가에 있는 ‘온누리요양병원’인데, 

부모님 거기로 보내면 안되겠더라.

 

오늘 코스트코 가는 길에 들러서

우족이랑 고기 몇 근이랑 영양제랑,

요즘 메르스 땜에 다들 먹는다는 비타민 씨랑……

드리고 왔는데,

가보니 집안 정리하고 계시더군.

오늘이 또 누구 제사라지?

 

작은엄니가 이젠 ‘우리집 일’에서 맘이 떠나신 것 같은데,

그렇다고 울산으로 내려간다는 일도

결심하기가  쉽지는 않을 터.

작은엄니가 동네 친구분들이 많으시걸랑.

혼자 궁리가 많으실텐데..... 어쩌겠나,

우리야 가타부타 말씀 있으시길 기다릴 뿐이고.

형수님이 대타로 오실 수야 있지만,

바로 글케 하면 작은엄니가 서운하실 게야.

 

비록 맘은 떠나갔드래도 막상 가시려면

아쉬움도 미련도 많으실터─.

사실, 나 같은 조카사위가 어디 흔한가?

글케 이쁜 조카사위가 이제 外人이 된다고 생각해봐.

사실을 사실대로 말해도 자랑질인가? ㅋㅎ 

우리집 일이, 일이랄 건  없어. 솔직히.

칠복이 뒤치닥거리가 일거리였지.

 

울산이 가깝기나 한가, 가시면 언제나 다시 볼지도.

울산애들이, 삼형제가 모여 사는데,

떠먹여 줄 때나 바라는 애들이야.

맘은 순박한데 뭘 모르더라고.

제 어미가 칠십 노인 됐단 걸 몰라. 

즈덜 키워줄 때의 그 엄만줄로만 알아.

나이가 사십줄 넘어 오십이 되면 뭐하나.

군대 간 새끼가 있는데도 말이야.

그런 걸 보면 난 철이 참 빨리 들었어 야?

 

암튼 그래서‥, ‘지금 보내드려야겠다‥,’

지체하면, 우리집에서 4, 5년을 더 계시게 될 터인데,

그러면 할망구 돼서 자식들 곁으로 가는 셈인데,

보내는 내 맘도 안좋겠지만,

뒤늦게 양로원 찾아오듯 하는 부모를

어느 애가 좋다고 하겠는가?

멀쩡히 가도 곧 병수발이나 하려니... 들텐데,

서운한 꼴 보기가 십상이거든.

그래서 가시려거든, 지금 가시라,

힘 있을 때 가셔서 팔 다리라도 휘저어 줘야

몫이거니 하고 모실 것이 아닌가.

요즘 세상이 다 그러니,

난 아니라고, 내 자식은 아니라고 말 못하잖아.

 

작은엄니가 사리가 분명하신 분인데,

경우가 밝고, 아주 똑똑하신 분인데,

이번만은 그렇지를 못하시는군.

이해하고 말고지.

작은엄니가 이번에 느낀 게 많으셨을 게야.

아파서 몸져 누우면 내 곁을 지킬 사람이 누군가......

전에부터 작은엄니랑 여행 한번 갈려고 했었는데,

집사람이 에버랜드라도 가자고 그랬었는제,

 

칠복이가 눈치도 빨라.

그놈 어찌 알고 잽싸게 튀었을까.

하긴, 칠복이가 있었으면 이렇게 빈집으로 둘 수는 없지.

에이, 낼 칠복이나 보러 갈까?

꽃잔디가 좀 퍼졌나?

아버지 어머니께 또봉이 얘기도 해드리고.

또봉이가 날 닮았다면 좋아하실텐데. ㅋㅎ

 

여태 작은엄니 얘길 했지만,

나도 멀지 않았지. 10년이야 잠꽌이지.

속초 사는 큰누님이 작은엄니랑 동갑인데,

자꾸 놀러오라고 하데, 자꾸 언제 오냐고. 

본능으로 느끼는 건가...... 멀지 않다는 걸......

 

아, 그리고 보니 또봉이가 작은엄니 증손자가 되는구나!

작은엄니가 우리 애들을 이뻐하셨는데,

집에 계셨으면 부산 내려가보자 하셨을 터인데,

또봉인 작은엄니 존재도 모르고 말겠구나.

사진 뵈드렸더니 “잘 생겼다”,

힘없이 한 말씀 하시고 말더군.

 

작은엄니가 우리집엘 오셔서

집을 사서 월세를 받는 게 두 채나 되고,

지금 사시는 집에도 세 들어 사는 사람이 둘이나 되고,

이런 거 저런 거 다 헤아리자면 떠날 수가 없긴 한데,

그렇지만 딱 지금이 자식들 곁으로 가야 될 타이밍이니.....

 

친구 하나 없는 매형은, 누나는,

왜, 아무런 연고도 없는 속초ㄹ 못 떠나는지.

미련 둘 게 아무것도 없는데 말이야.

하긴, 큰놈 곁에 와봐야 피곤하긴 해.

에혀~ 사는 게 왜 모두가 그러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