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10. 20. 20:19ㆍ산행기 & 국내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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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생들이예요. 색소폰 오케스트라랍니다.
‘베사메무쵸’, ‘거위의 꿈’ 연습하고 있더군요.
거북선은 하나만 있는 게 아니고 몇 개 됩니다. 판옥선은 한 개이고.
6시 넘으니까 못들어가게 하더군요.
중앙시장이라는 것 같던데, 한 마디로 풍성합니다.
보다시피 관광객들로 손님이 넘쳐납니다.
다른 관광지는 대부분 경유지에 불과한데 통영은 숙박하는 관광객이 많습니다.
아침에 나와보니까 알겠어요. 배낭 맨 사람들, 관광버스......
여기 말고도, 가는 곳마다 충무김밥집 진짜 많습디다. 전부 원조로다. ^^*
통영 꿀빵이 또 유명하다던데.......
찜질방이 하나 있더군요. 나중에 다시 오면 여기서 자야겠네요.
뒷골목으로 들어가면 전부 유흥가고 술집이죠.
↓ 이렇게요,,
도대체 ‘다찌’ 라는 게 뭐람?
궁금해서 저녁은 다찌로 먹기로 했는데, 실비집도 같은 거라더군요.
1인당 3만원입니다. 예약을 해야만 하는 거더군요.
이렇게 바께스에다 얼음 채워서 (3인분으로) 소주 4병부터 갖다 놓습디다.
그리고는,,
이것이 제일 먼저 차려놓은 기본 상입니다.
그 담부터는 줄줄이, 다 먹을만하면 또 가져오고 또 가져오고, 그런 식입디다.
여기까지는 다 똑같습니다.
그리고 나서 술 한 병 추가시킬 때마다 1만원씩 계산이 올라갑니다.
새로운 안주가 나오는 거죠. 그러니까 본게임은 추가하는 거기서부터가 시작인 셈입니다.
우리가 술 추가를 안해서 모르겠습니다., 어떤 안주가 새로 나오는지.를
이렇게 술 마시는 방식을 ‘다찌’라고 하는 겁니다.
글쎄요…, 가짓수로는 그럭저럭 꽤 나오는 듯하긴 한데,
별로 그렇게 착 땡기는 요리는 없었습니다.
저만 그런 줄 알고 아뭇소리 안했는데, 나중에 친구들도 마찬가지였다고 말하더군요.
밥도 안주고 매운탕도 안 줍디다.
아, 우리가 찾아다니던 ‘벅수실비’가 ↑ 여기에 있었구나.
(여길 동네사람들에게 물어 물어 찾았는데, 이 벅수실비보다도 ‘물보라’ 다찌집으로 가라고 하는 사람이 많았습니다.)
내부를 슬쩍 들여다 봤는데, 느낌상 벅수실비가 나은 것 같네요.
그런데 이 ‘다찌’라는 술문화가 독특합디다. 술집 쥔 여자 ‘내키는 대로’인 것 같습니다.
단골손님이라거나 자기 기분이 좋으면 인심 팍팍 쓰고, 꾀죄죄한 쫌생이가 찾아오면 대충 멕여 보내고......
(다찌집을 가려면 통닭이나 피자 한 판 사들고 가세요. ㅎ)
립서비스로 “맛있게 먹습니다!” 했더니 “그럼 한 잔 주소!” 이럽디다.
그냥 하는 농담인 줄 알았는데, 아니예요, 정말로 술을 한 잔 주니까 냉큼 받아먹고 잔을 돌립디다.
폼새가 나와요. 나중에 옆엣 상을 보니 거긴 주방 여자가 아주 틀을 잡고 앉았습디다.
‘다찌’가 무엇이냐?
1) 안주로 내놓는 ‘음식’이 중요한 게 아니라, ‘주인과 손님과의 관계’가 포인트라는......
2) 손님과 주인이 서로 대화나누며..... 알딸딸 기분이 통하면 아예 셔터 내리고......
3) 다찌집을 선술집이라고 하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 아닐까......
4) 전반부는 손님이 칼자루를, 후반부는 술집 여주인이 칼자루를.......
5) 춘향 모 월매 같은 스타일이 다찌집 체질이 아닐런지......
6) 손님이나 주인이나 서로 구찌가 좀 돼야만 다찌를 즐길 수 있지 않을까......
7) 그러니까 다찌집은 음식보다 문화로 접근해야 한다는......
‘시래기’가 맞는 말이지요? 시레기가 아니라.
그리고 시락국이 뭡니까. 글자 한 자 줄여서 뭘 하겠다고. 경상도, 시끄럽게 말 많은 사람들이.
이런 식으로 앉아서 먹는 건 상상도 못해봤습니다.
반찬은 다 별루인데, 국은 괜찮더군요.
장어 뼈를 우려낸 국물에 들깨가루 넣고, 시래기를 넣어서 만든 거랍니다.
이 집은 앉을 자리도 없이 손님들로 북새통인데, 골목 안에 있는 집은 손님이 없더군요.
지금 여기는 아침 새벽장이 활발한 서호시장입니다.
다음에 통영를 가게 되면 장어탕을 먹기로......
친구가 거제라든가 남해라든가 남도를 수도 없이 와서 자고 가곤했는데 통영에선 아직 못 자봤답니다.
온갓 물산이 풍부한 데가 통영 아닙니까? 다들 오케이죠.
통영항,, 나폴리는 안 가봐서 모르지만' 미항'이란 말이 맞는 것 같습니다.
포근하게 감싸는 모습이 정감을 느끼게 하네요. 전체적인 어우러짐이 참 좋아요.
통영은 며칠 묵으면서 한적하게 천천히 둘러보고 싶은……,
정말이지 여러 도시 다녀봤지만 이런 느낌을 주는 도시는 처음입니다.
*
간단하게 몇 곳 둘러보고 다시 지리산으로 들어갑니다.
세병관(삼도수군통제영)부터 들렀는데, 9시 전이라고 입장을 안 시켜주더군요. 겉만 대충 보고 나왔습니다.
* 세병관(洗兵館) - 세병이란 만하세병(挽河洗兵)에서 따온 말로 "은하수를 끌어와 병기를 씻는다는 뜻"
벅수실비집의 ‘벅수’가 무슨 말인가 했더니
바로 여기에 벅수가 있습디다. 여깃 사람들은 장승을 벅수라고 하는 모양입니다.
*
충열사입니다. 세병관 근처에 있습니다.
여기도 마찬가지로 9시부터 입장인데, 아무도 없길래 후딱 보고 나왔습니다.
이순신 장군 사당입니다.
가만,, 그러고보면 이순신장군 사당은 전국 도처에 많겠는데요?
불쑥 펼쳐진 1937년 봄은 잔혹했다. 백석의 마음을 뒤흔들었던 통영의 박경련과 그의 절친했던 친구 신현중이 결혼했다는 소식이 함흥으로 날아들었다. 신현중은 4월 7일에 서둘러 결혼식을 올렸다. 그는 약혼녀였던 김준연의 딸 자옥과 파혼하고 통영의 경련을 아내로 맞아들인 것이다. 백석이 그녀를 난으로 부르며 그토록 마음을 두고 있었다는 것을 잘 아는 신현중이었다. 백석은 열렬히 흠모했던 처녀를 빼앗긴 동시에 친구까지 잃어버렸다.
오늘 저녁 이 좁다란 방의 흰 바람벽에
어쩐지 쓸쓸한 것만이 오고 간다
이 흰 바람벽에
희미한 십오촉 전등이 지치운 불빛을 내어던지고
때글은 다 낡은 무명샤쯔가 어두운 그림자를 쉬이고
그리고 또 달디단 따끈한 감주나 한잔 먹고 싶다고 생각하는 내 가지가지
외로운 생각이 헤매인다.
그런데 이것은 또 어언 일인가
이 흰 바람벽에
내 가난한 늙은 어머니가 있다
내 가난한 늙은 어머니가
이렇게 시퍼러둥둥하니 추운 날인데 차디찬 물에 손은 담그고 무이며 배추
를 씻고 있다
또 내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
내 사랑하는 어여쁜 사람이
어늬 먼 앞대 조용한 개포가의 나즈막한 집에서
그의 지아비와 마조 앉어 대구국을 끓여 놓고 저녁을 먹는다
벌써 어린것도 생겨서 옆에 끼고 저녁을 먹는다
- 백석, 「흰 바람벽이 있어」 일부
통영은 둘러볼 곳이 많습니다.
그보다도 도시 분위기가 좋아요. 먹거리도 많구요.
멀지 않은 날에 다시 와봐야겠습니다.
경찰휴양소가 통영에 있다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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