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8. 14. 12:45ㆍ이런 저런 내 얘기들/내 얘기.. 셋
최혜진 『그때는 누구나 서툰여행』이었습니다.
1982년생 대전 아가씨(?)가 쓴 책입니다.
도서관서 빌려왔다가 나중에 다시 사서 봐야겠다며 미뤘던 그 책입니다.
언제고 여행 갈 때 한번 가져가서 읽으랴 했던.....
스물 남짓에 연애하다 헤어진 남친 얘기까지 들어주기엔 좀 거시기합디다만,
귀담아 들어 볼 내용도 꽤 됩니다.
어, 그러고보니 국어선생하는 제 조카녀석도 이름이 혜진입니다.
나이가 얼추???
갸는 잔나비 띤데... 고등학굔 어딜 나왔을까?
- 스무 살 봄이었나. 나는 몇 번이나 망설이다 이런 질문을 했다.
“교수님, 《어린왕자》에 그런 말이 나오잖아요.
‘어른들에게 새 친구에 관하여 얘기를 하면 어른들은 가장 중요한 것에 대해서는 결코 묻지 않는다.
목소리는 어떠니, 어떤 놀이를 좋아하니 하는 등의 말은 묻지 않고
나이는 몇이니? 형제는 몇이니? 그 애 아버지는 얼마나 버니? 하고 묻는다’ 라고요.
어른이 되는 게 정말 그런 건가요?
그냥 세상의 때가 묻고 시시해지는 게 어른이 되는 건가요?”
- 교수님은 저 멀리 산중턱 어딘가를 가리키며 답했다.
“여기서 보면 저 산에 있는 나무들이 모두 한 가지 색으로 보이지?
하지만 가까이 가서 보면 모든 나무가 다른 색을 가졌단 걸 너도 알잖아.
네가 지금 멀리 떨어져 있어서 어른들은 다 똑같다고 생각할 수 있어.
하지만 네가 막상 어른이 되어 보면 그 안에도 수많은 다양성이 있다는 걸 알게 될 거야.”
- 연극 동아리 친구들의 공연을 보고 돌아와 그들처럼 마음을 전부 어딘가에 쏟고 싶은데
어디에 쏟아야 할 지를 몰라 답답하다는,
스무살 고민에 대한 답글을 이렇게 주셨다.
“물론 마음을 쓰는 일도 경우에 따라 다르긴 할 게다.
연극배우가 쏟아내는 에너지는 그것만이 갖는 독특한 속성에서 비롯한 것.
시간과 대상이 정해진 게임의 공간,
막이 오르고 라이트가 켜지면 거짓말처럼 에너지가 뿜어져 나오고
온 마음을 다한 몰입이 있고 무아지경의 경지가 있지.
불을 사르듯 온 마음을 쏟고 나면 그 다음엔 암전처럼 허탈감이 밀려오겠지만
그건 형언할 수 없는 뿌듯함일테고,
그런 의미에서 연극배우의 삶은 부러움 자체다.
온몸과 마음을 불사를 대상이 있고 그걸 쏟고 난 다음, 자빠져 널브러져 버릴 수도 있으니까.
하지만 평생을 두고 에너지를 쏟아야 하는 일에는 그러한 극적 완결성이 하나도 없다.
오르고 내리는 막도 없고 관객도 박수도 없고 끝도 안 보이는 망망대해를 헤엄치는 기분.
그러나 정작 문제는 내 스스로에게서 비롯한다.
‘난 정말 바른 길을 가고 있을까? 라는 되새김질과 회의.
정말로 내가 원하는 일에, 가치 있는 일에 마음을 쏟고 있는 걸까?
그 되새김질 끝에 사람들은 첫 마음의 감격을 버리고 희망도 버리고 끝내 포기하고 만다.
이미 많이 지쳐 있으니까.
누구나 할 수만 있다면 연극처럼 살아 보고 싶어 한다. 나도 그렇고 너도 그럴지도 모르고.
아무리 보아도 나의 일상은 초라하고 스스로도 볼썽사나우니까.
하지만 궁극적으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손안에 든 몇 가지의 것. 하나씩 버리는 일이 남았을 뿐이다.
내가 갖고 싶은 것, 하고 싶은 일 중 한둘만 취하고 나머진 그저 즐기는 대상으로 둘 것.
그리고 그 일을 택한 사람들에게 박수를 보내줄 것. 그들의 선택을 존중해 줄 것.
그리고 결과적으로 나는 내가 선택하고 내가 마음 쏟는 일에 만족할 것.
그리고 그것에 온 마음을 쏟을 것. 스스로 감격할 것. 후회하지 말 것.”
나는 죽는 날까지 지식을 내 속에 퍼 넣을 생각만 했지 누굴 가르치려곤 생각지 않았습니다.
세상일 그 무엇도 내가 결론을 내리기엔 아직 준비가 많이 부족하단 생각으로 살았습니다.
허나 이런 글을 보니, ‘나도 이제는 정리할 때가 되었구나’ 란 생각이 듭니다.
제가 지식을 습득하는 것은 내 성찰의 재미였었지 out-put을 염두에 둔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누가 물어올 때면 양비론 ·양시론적 입장에서 대답을 하곤 하였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솔직히 말하자면, 작품 제목을 ‘무제(無題)’라고 붙이는 행위처럼 무책임한 일이었습니다.
최영미,《시대의 우울》
조병준,《길에서 만나다》
김화영,《행복의 충격》
김승옥,
* 「자신을 알아봐줄 누군가를 간절히 기다리며, 삶의 의지를 주고받으며, 서로 기대며,
겨우 겨우 앞으로 나아가는 것,
산다는 것의 의미.」
* 「여행지에서 사진을 찍는다는 게
다시는 마주치지 못할 순간을 붙잡고 '헤어지고 싶지 않다'고 떼를 쓰는 행위란 걸 파리에서 처음 알았다.
너무나 많은 아름다움과 만나자마자 이별해야 했다.」
* 「나는 지적인 것에 끌리지만, 지적 허영심을 가진 사람을 지독히 싫어한다.
배격의 이유는 내 내부에도 그 허영심의 씨앗이 존재한다는 자각 때문이다.」
* 「내게 말을 걸고 있는 풍경이 그에게도 보였으면 좋겠고
이렇게 발견한 아름다움에 대해 마구 교감을 주고받고 싶다.
나에게는 너무나 각별했던 베니스를 건성건성 보고 있는 그의 옆에서 나는 뻘쭘하고 외로운 기분이었다.」
* 「관성의 힘으로 조율되는 일상 안에선 '선입견 없이'라는 조항을 충족시키기가 참 어렵다.
우리는 아주 작은 경험치를 바탕으로 "그 사람은 이렇잖아."라고 결론 내리고,
그 결론을 강화해 주는 근거만 보려는 경향이 있으니까.
그래서 일상 속 타인들은 으례 그런가 보다 하고 지나치는 어떤 공간이 생긴다.
인식되기를 바라면서 노출을 꺼리는 모순적인 공간.
이 모순이 버겁게 느껴질 때면 모든 것 훌훌 털어버리고
완전히 낯선 곳에서 낯선 사람들과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것을 꿈꾼다.
나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라면 오히려 정직하게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바라봐 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에 들뜬다.」
* 「오래전에 쓴 일기장을 다시 꺼내 읽을 때 나는 자주 놀란다.
15년 전에 했던 고민이나 요즘 하는 고민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걸 깨달을 때가 많아서다.」
* 눈을 들어 멀리 보면 중세 시대 건축물의 웅장한 스카이라인이 원경을 든든히 받쳐주고,
시야를 좁혀 가까이 보면 살뜰히 가꾼 누군가의 삶의 터전이 근경을 해사하게 밝혀 주는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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