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7. 23. 09:21ㆍ이런 저런 내 얘기들/내 얘기.. 셋
만약에 당신이 ‘가을’을 소재로 한 편의 시를 쓴다고 치자.
당신의 머릿속에 당장 무엇이 떠오르는가?
아마도 가을의 목록은 십중팔구 ‘낙엽 · 코스모스 · 귀뚜라미 · 단풍잎 · 하늘 · 황금들녘 · 허수아비 · 추석’과 같은 말들일 것이다.
이런 말들이 당신의 상상력을 만나기 위해 머릿속을 왔다갔다 할 것이다.
그러다가 낙엽은 떨어진다는 말로 연결되고,
코스모스는 ‘한들한들’이라는 의태어를 만나고,
귀뚜라미는 ‘귀뚤귀뚤’이라는 의성어와 결합하며,
단풍잎은 ‘빨갛게’ 물이 들 것이며,
하늘은 ‘푸른 물감을 뿌리다’는 문장과 조우하며,
황금들녘은 풍요의 이미지를 데리고 올 것이며,
허수아비는 반드시 ‘참새’를 불러들이고,
추석은 ‘보름달’로 귀결 될 것이다.
이렇게 한심한 조합으로 시의 틀을 짜려고 한다면 그 순간,
그때부터 당신의 시는 망했다고 보면 된다. 발버둥쳐도 소용 없다.
당신의 시는 상투성의 그물에 스스로 갇힌 꼴이 되고 만 것이다.
상투성은 시의 가장 큰 적이고 독버섯이다.
죽은 인식은 죽은 언어를 불러온다.
- 안도현,『가슴으로도 쓰고 손끝으로도 써라』「상투성의 그믈」중애서
이 글을 보니 블로그나 카페 에 댓글 쓰는 것도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답글을 붙이기도 민망하게시리 참 맥아리 없는 댓글이나 하나마나한 인삿말들이 많습디다.
그건 여기서 말하는 상투성이라기 보다도 ‘성의 없슴’에 해당하겠는데,
“글이 좋네여” / “음악이 좋네여” / “그림이 좋네여”,
“비가 많이 옵니다. 비 피해 없기를…” / “오늘도 많이 덥네요. 힘내시기를…”
에휴~‥ 도무지 긴장감이 없으니‥‥ 이런 겉치레 말은 당장 내가 재미 없지 않나요?
지적수준이나 표현능력의 문제가 아니라 대화하려는 의지의 문제라고 봅니다.
블로그는 몰라도 카페 같은 데에서는 굳이 솔직하고 진지해야 할 이유는 없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아무리 재밌기로 맨날 구라치고 댕기란 얘긴 아니고요.)
다만 댓글을 쓰려면 게시물을 꼼꼼이 읽어주는 성의는 있어야겠더군요.
제 경험상으론 칭찬 한 마디 하는 것보다 정곡을 찌르거나 헛점을 찾아내는 것이 더 효과적입디다.
덜컥하며 긴장되고 관계가 팽팽해질 겁니다. 그제야 재밌어지기 시작하죠.
저는 친구간에도 연인간에도 긴장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저런 내 얘기들 > 내 얘기.. 셋'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번에 중국 갈 때 가져간 책은 (0) | 2014.08.14 |
---|---|
어제 오늘 일인가, 주접들 다 그렇지 뭐~,, 에이~ 기분 좋게 시작하자~~~' (0) | 2014.07.28 |
어! 시원코 좋네! (0) | 2014.07.18 |
새집 ㅋㅋㅋ (0) | 2014.07.11 |
이러니 책이 팔리나 (0) | 2014.07.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