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암 etc

2014. 7. 23. 13:10책 · 펌글 · 자료/문학

 

 

 

 

아, 저 까마귀를 보라. 그 깃털보다 더 검은 것이 없건만,

홀연 유금乳金빛이 번지기도 하고 다시 석록石綠빛을 반짝이기도 하며,

해가 비추면 자줏빛이 튀어 올라 눈이 어른거리다가 비취빛으로 바뀐다.

그렇다면 내가 그 새를 까마귀라고 불러도 될 것이고, 붉은 까마귀라 불러도 될 것이다.

그 새에게는 본래 일정한 빛이 없거늘 내가 눈으로써 먼저 그 빛깔을 정한 것이다.

어찌 단지 눈으로만 정했으리오. 보지 않고서 먼저 그 마음으로 정한 것이다.

이 까마귀를 검은색으로 고정 짓는 것만으로도 충분하거늘,

또 다시 까마귀로써 천하의 모든 색을 고정 지으려 하는구나.  (연암집·下 62쪽)

 

 

 

멀리 있는 물은 물결이 없고, 멀리 있는 산은 나무가 없고, 멀리 있는 사람은 눈이 없다.

손가락으로 가르키는 사람은 말하는 사람이요, 공수拱手하고 있는 사람은 듣는 사람이다.

 

(연암집·下 47쪽)

 

 

 

"글자는 군사요, 글 뜻은 장수요, 제목이란 적국과 같다."

성벽에 올라 단숨에 사로잡아야 하는 적장(敵將)처럼, 글을 쓰는 이는 제목부터 장악해야 한다는 말이다.

 

 

 

 

 

 

 

 

 

 

 

 

 

Summer of '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