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7. 22. 19:01ㆍ책 · 펌글 · 자료/문학
시는 어떻게 태어나 사는가? 안도현 시인의 시 창작 노트 ‘시와 연애하는 법’
『가슴으로 쓰고 손끝으로도 써라 | 안도현의 시작법 詩作法』.
시를 가슴으로 쓸 것인가, 손끝으로 쓸 것인가?
손끝의 문학을 먼저 배운 안도현.
손끝으로 시를 만드는 일을 회의하게 된 그가 시를 쓰려거든 가슴으로도 쓰고, 손끝으로도 쓰고, 엉덩이로도 쓰라고 말한다.
‘좋은 시는 어떻게 태어나는지’,
‘좋은 시는 어떻게 쓰는지’,
상투적이지 않으면서도 친숙하게 핵심을 짚어주는 안도현 시인의 경험이다.
시를 쓰고자 하는 사람, 시와 친해지고 싶은 사람, 누구나 읽어도 좋을 책이다.
역사와 현실 속에서 치열하게 긴장하는 시 세계를 펼쳐 보이면서도 시의 본질인 서정성과 우리말의 아름다운 가치를 줄기차게 탐구해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그는 '어른을 위한 동화'에도 남다른 노력을 기울여 메마른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마음의 때를 벗기고 동심으로 돌아가자'는 바람을 불러일으키기도 하였다. 그 동안 '서울로 가는 전봉준', '모닥불', '그대에게 가고 싶다', '외롭고 높고 쓸쓸한''그리운 여우', '바닷가 우체국', '아무것도 아닌 것에 대하여' 등의 시집과 '연어''관계', '사진첩', '짜장면', '증기 기관차 미카' 등의 어른을 위한 동화, '외로울 때는 외로워하자', '사람' 등의 산문집을 펴냈다. 최근 중학교 국어 교과서에 그의 시가 수록되기도 하였다. '아침엽서'는 20년 가까이 이같은 시적 작업을 수행해 오는 동안 독자들에게 큰 울림을 준 산문의 구절 구절들을 다시 뽑아 묶은 것이다. 오늘의 문화와 사람의 향기에 관해 말하고 있는 투명하고 시적인 문장들은 독자들에게 정성 들여 적어 보내는 시인의 '아침엽서'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머리글 - 영혼의 생산자로서 시인이 된다는 것
1. 한 줄을 쓰기 전에 백 줄을 읽어라 술ㆍ연애ㆍ시집 / 소리로 세상 읽기
2. 재능을 믿지 말고 자신의 열정을 믿어라 타고난 시인은 없다 / 몰입의 기술
3. 시마(詩魔)와 동숙할 준비를 하라 똥하고 친해져야 한다 / 시적인 순간
4. 익숙하고 편한 것들과는 결별하라 상투성의 그물 / 세계와의 불화 / 동심론
5. ‘무엇’을 쓰려고 하지 말라 본 것, 가까운 것, 작은 것, 하찮은 것 /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첫째, 단 한번이라도 자신의 눈으로 본 것을 써라.
둘째, 먼 곳이 아니라 가까운 곳에 있는 것을 써라.
셋째, 큰 것이 아니라 작은 것을 써라.
넷째, 화려한 것이 아니라 하찮은 것을 써라.
6. 지독히 짝사랑하는 시인을 구하라 필사의 즐거움 / 사랑하면 길이 보인다
필사는 참 좋은 자기 학습법이다.
소설가 신경숙은 대학시절 방학 때 소설을 읽다가 필사를 시작했다고 한다.
‘그냥 눈으로 읽을 때와 한 자 한자 노트에 옮겨 적어볼 때와 그 소설들의 느낌이 달랐다.
소설 밑바닥으로 흐르고 있는 양감을 훨씬 세밀하게 느낄 수가 있었다.
필사를 하는 동안의 황홀함은 내가 살면서 무슨 일을 할 것인가를 각인시켜준 독특한 체험이었다.’
7. 부처와 예수와 부모와 아내를 죽여라 시가 서 있어야 할 자리 / 시인이 서 있어야 할 자리 / 사랑의 표현
8. 빈둥거리고 어슬렁거리고 게을러져라 발효와 숙성 / 쓰지 않고는 배길 수 없는 시간
9. 감정을 쏟아 붓지 말고 감정을 묘사하라 함축인가, 비유인가 / 고백 ? 감상 ? 현학 / 묘사의 힘
제발 시를 쓸 때만 그리운 척하지 마라.
혼자서 외로운 척하지 마라.
당신만 아름다운 것을 다 본 척하지 마라.
모든 것을 낭만으로 색칠하지 마라.
이 세상의 모든 슬픔을 혼자 짊어진 척하지 마라.
아프지도 않은 데 아픈 척하지 마라.
눈물 흘릴 일 하나 없는데 질질 짜지 좀 마라.
무엇이든 다 아는 척, 유식한 척하지 마라.
철학과 종교와 사상을 들먹이지 마라.
기이한 시어를 주워와 자랑하지 마라.
시에다 제발 각주 좀 달지 마라.
자신에게 감정을 고백하고 싶으면 일기에 쓰면 된다.
특정한 상대에게 감정을 고백하고 싶으면 편지에 쓰면 그만이다.
10. 제발 삼겹살 좀 뒤집어라 묘사는 관찰로부터 / 대상과의 거리 두기
시인 당신은 식물도감 조류도감 곤충도감을 옆에 끼고 살아라.
어떤 생명의 이름을 알게 되면 그 생명을 함부로 대하지 않게 되고,
그 생명 속으로 들어가보려는 생각이 들게 된다.
11. 체험을 재구성하라 시적 허구 / 화자의 뒤에 숨은 시인
12. 관념적인 한자어를 척결하라 일상어와 시어 / 진부한 말이 진부한 생각을 만든다
관념적인 한자어가 시에 우아한 품위를 부여한다고 착각하지 마라.
품위는커녕 한자어 하나가 한 편의 시를 누르는 중압감은 개미의 허리에 돌멩이를 얹는 일과 같다.
신중하고 특별한 어떤 의도 없이 아래의 시어가 시에 박혀 있으면 그 시는 읽어보나마나 낙제수준이다.
그래도 관념어의 엣정이 그리워져 못 견디게 쓰고 싶거든 그 말을 처음 쓴지 30년 후쯤에나 써라.
13. 형용사를 멀리 하고 동사를 가까이 하라 한심한 언어 / 동사의 역동성과 종결어미의 변화
제발 노오란 개나리, 빨간 장미, 빠알간 고추잠자리, 파란 바다, 파아란 가을하늘, 검은 반, 하얀 백지, 하아얀 눈송이라고 쓰지 마라. 그 색채 형용사들을 쉬게 하라. 그 색채 형용사들이 들어갈 자리를 동사의 역동성으로 채워 시를 살아 꿈틀거리게 하라.
14. 제목은 시쓰기의 처음이자 마지막이다
음식점 간판과 음식의 맛 / 제목을 붙이는 방식 / 암시하되 언뜻 비치게
15. 행과 연을 매우 특별하게 모셔라
형식이 내용을 지배한다 / 행갈이의 힘 / 산문시와 짧은 시 / 문장의 빛깔과 무늬
16. 창조를 위해 모방하는 법부터 익혀라 통변의 기술 / 모방할 줄 모르는 바보
17. 시 한 편에 이야기 하나를 앉혀라 서정과 서사의 결합 / 시에 숨어 있는 기승전결
18. 가슴으로도 쓰고 손끝으로도 써라 진정성이냐, 기술이냐 / 온몸의 시학
19. 단순하고 엉뚱한 상상력으로 놀아라 비유의 덧칠 / 소를 들어올린 꽃
20. 없는 것을 발명하지 말고 있는 것을 발견하라
그 누구도 거들떠보지 않은 것들 / 현상의 이면을 보는 눈
21. 퇴고를 끊임없이 즐겨라 문을 밀까, 두드릴까 / 참담한 기쁨을 느낄 때까지 / 소월도 3년 동안 고쳤다
22. 한 편의 시가 완성되기까지 화장실에서의 메모 / 쩨쩨하고 치사한 시쓰기
23. 시를 쓰지 말고 시적인 것을 써라
새로운 언어, 새로운 인식, 새로운 감동 / 시애틀 추장의 연설 / 시의 네 가지 높은 경지
24. 개념적인 언어를 해체하라 상상력을 풀무질하는 시인 / 시적 상상력과 창의성
25. 경이로운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라 시인으로서의 고뇌 / 몇 가지의 시작법
26. 시를 완성했거든 시로부터 떠나라 시를 간섭하지 않는 시인 / 침묵도 말이다
색인
"나는 공으로 보내주는 시집을 받자마자 서문을 반드시 읽는다.
한 권의 시집이 지향하는 가치가 그 속에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서문 때문에 아예 시를 읽지 않고 책꽂이에 꽂아버리는 시집도 있다.
한 지붕 아래 함께 밥 먹는 배우자와 자식들을 향한 사랑을 서문에 여과없이 드러내는 꼴이 안쓰러워서다.
(전북지방의 말로 하면 식구들한테 아냥개부리는 것 같아서다. 간살을 떤다는 뜻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묘사 한 줄 없이 자기 뱃속에 든 것을 줄줄이 쏟아놓기만 하는 시는 우리를 슬프게 한다.
시의 옷을 입고 이리저리 시달리는 그 언어는 얼마나 몸이 아플 것인가.
어두운 노래방에서 혼자만 마이크를 잡고 있는 시인은 우리를 슬프게 한다.
나는 음식점을 고를 때 간판을 유심히 보는 편이다. '원조'라는 말이 붙으면 일단 의심한다.
또 무슨 텔레비젼에 출연했다고 써붙인 집도 의심한다.
맛 없으면 돈을 받지 않는다는 말도 싫어하며 할인가격을 써붙인 음식점도 꽝이다.
조리하는 음식 수가 많으면 기피한다.
'웰빙'이란 단어가 들어간 간판을 보면 피식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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