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노년에 접어들며 다행인 것은

2014. 4. 8. 08:39이런 저런 내 얘기들/내 얘기.. 셋

 

 

 

 

잠을 잘 잔다는 것이야.

 

 

 

 

 

잠 못 이뤄서 고통 받는 사람이 많더라고.

늙은이들 중에 만족스럽게 잠을 잘 잔다는 사람은 열 중에 서너 너댓도 드물게야.

내가 혈압약을 먹는 지가 3~4년은 된 듯한데, 오십 넘은 이들 중에 반은 될 걸?

내 친구들도 약을 먹어야 되냐 마냐, 식이요법 어쩌구 하더니, 지금은 아뭇 소리 없이 다 먹데. 겁나네벼.

내가 왜 혈압약 얘길 하는고 하니 혈압약이랑 수면제를 함께 처방받아서 먹는 사람들이 많더라는 거지.

수면제 먹는 사람이 의외로 많더라 그거야.

내가 잠을 잘 잔다는 것을 퍽이나 다행스럽게 여기는데, 오십 언저리까지도 숙면을 취하지 못했던 사람이거든.

잠이 잘 들지도 않았지만 잔다해도 설들어서 일어나면 늘 몸이 무겁고 피곤했었어.

졸리고 잠이 와서 자는 게 아니야, 눈이 아파서 억지로 잠을 청하는 거였지.

암, 지금은 잘 자지. 누우면 바로 잠들고. 수면시간도 웬만큼은 돼.

공부할 시절에 낮과 밤을 바꿔 살던 습관 때문에 오래도록 고생했었는데 말이야.

 

어머니가 칠십 즈음부터 수면제를 달고 살으셨지. 아버진 잘 주무신 편이고.

낮잠을 자면 밤잠을 못 자는 거잖아. (노인들이 그런 경우가 많은데)

어머니가 늘 잠을 못 주무신다며 고통을 하소연하곤 하셨는데,

어머니 입원해 계실 때 형수랑 제수씨가 간병을 하면서 보니 낮잠을 달게 잘 주무시더라는 거야.

코까지 골며 주무셔 놓고는 잠을 못 자겠다고 애달복달하신단 거지.

잠이 들었다는 걸 인정 못하는...… 그래서 낮잠을 못 주무시게까지도 했어.

가만 보면 심리적인 요소가 다분히 있는 것 같애.

거짓말 하시는 게 아니거든. 의식세계는 잠들었어도 잠재의식· 무의식 세계는 깨어 있었달까?

잠이 든 그 세계는, 그러니까 의식 ·무의식 ·잠재의식이 막 버무려지나봐.

어쨌든 잠을 못자겠다는 사람들은 틀림없이 뭔가 근심 걱정이 있는 것일텐데,

겉으로 봐선 멀쩡히 행복할 사람 같은데도 정서가 불안한 사람들이 있잖아. 밑바닥에 뭔가가 있겠지. 

하긴 그렇게 따지자면 근심 걱정이 하나도 없는 사람이야 있겠냐만서두.

내가 요즘 잠을 잘 자는 것은 어찌 보면 근심 걱정이 없다는 뜻인데, 사실이야, 정말로 그렇거든.

살면서 이렇게 맘이 편해보긴 첨이야. 그러니 잘 자지.

중요한 것은 잠이 못 든대도 걱정을 안한다는 사실,, 불면증은 일종의 강박관념이니까.

 

난 점심 먹고 헬스 가면 40분 운동하고, 10분 사우나, 그리고 장의자에 누워서 30분 꿀잠 자고 오는데,

그런데도 밤에 또 잘 자자나. 물론 반주 한잔씩 하기도 하지만.

잠이 안오면 테레비 틀고 소파에 누우면 직빵이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