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복이 산책로 바꿨어요.

2013. 7. 12. 10:31이런 저런 내 얘기들/개(犬) 이야기

 

 

 

 

LH공사에서 터닦기 해 놓은 곳인데, 부동산 경기가 안좋다보니 그대로 방치해(?) 놓은 곳입니다.

인근 아파트에 사는 주민들이 밭을 일궈서 요것조것 골고루 많이 심었습니다.

고추, 대파, 가지, 고구마, 토마토, 들깨, 옥수수, 콩, 호박, 상추, .... ,

깎아낸 마사토 생땅이라서 농사 지을만한 땅이 못될텐데도 아주 실하게 잘 가꿨더군요. 재주들 좋아요.

지금도 공터가 많이 남아있습니다. 부동산 경기가 쉬 풀리지 않을테니까 2년동안은 더 부쳐먹을 수 있을 겁니다.

옆에 도랑이 있긴 한데 물 퍼날르기가 쉽지 않을 거예요. 드럼통 같은 큰 물통을 갖다놓은 사람도 있더군요.

 

 

 

 

 

 

길이 위 아래로 두개 입니다. 보통은 도랑 옆을 타고 가는 아래쪽 길로 다니죠.

거긴 사람이 안 다니니까 목줄 풀어주고서 제맥대로 돌아다니게 해줍니다. 똥 치우기도 편해요, 밑으로 툭치면 되니....

이른 아침에 산책나가는데, 5시반쯤에 나가서 6시반쯤 옵니다.,

그럭저럭 집에서부터 1키로가 넘게 걷다 오는 건데, 칠복이한테는 좀 과한 거리죠.

심장도 안좋다 그랬잖아요. 혀 이래 빼물고 숨차 죽습니다.

보이는 저 하얀 건물이 교회인데, 많이 힘들어하면 저기서 물 먹이고 갑니다. 밖에 수도꼭지가 있어요.

 

 

 

 

 

 

뭐라고 써있나 봤더니 이런 경고문이더군요.

‘경고문’. ‘고발함’. ‘보임’ 은 빨간 글씨로,, 느낌표를 세 개씩이나,, ... 꽤나 신경써서 만들었어요.ㅎㅎㅎ

다른 밭에서는 이런 거 못 봤습니다. 이 집 혼자만 유난 떠는 거예요.

요즘 세상에 이딴 걸 몰래 훔쳐다 해먹을 사람 어딧겠어요.

‘우리집서 잘 보임’ 이라고 썼길래, 휙 돌아보니, ㅎㅎㅎ. 잘 보이긴 하겠네요. 

보이면? 보이면??? ㅎㅎㅎㅎㅎㅎㅎㅎㅎ “메롱.”

 

 

 

 

 

칠복이는 지금도 여전합니다.

앞 뒷다리 절뚝거리는 거랑, 주먹만한 혹덩어리 서너군데 있는 거랑, 배에 복수 가득차 있는 거랑.... 그대로입니다.

그래도 그만하면 잘 걷는 편이고, 어떤 땐 식탁에까지 뛰어오르려고 합니다. 

그 식탐 어디 가겠습니까. 요샌 된장국을 잘 줍니다. 된장국을 그리 잘먹을 줄은 미처 몰랐네요.

언제까지 이대로 일지 모르겠는데, 이젠 나이가 있으니까 갑자기 병세가 악화돼서 죽을 것 같진 않습니다.

미리부터 당겨서 걱정할 거야 없죠.

 

 

 

 


 

 

 

 

 

오늘 하루의 길 위에서

 

                            이혜인  

제가 더러는 오해를 받고
가장 믿었던 사람들로부터
신뢰받지 못하는 쓸쓸함에
눈물 흘리게 되더라도

흔들림 없는
발걸음으로 길을 가는
인내로운 여행자가 되고 싶습니다
오늘 하루 제게 맡겨진
시간의 옷감들을
자투리까지도 아껴쓰는
알뜰한 재단사가 되고 싶습니다

하고 싶지만
하지 말아야 할 일과
하기 싫지만 꼭 해야 할 일들을
잘 분별할 수 있는 슬기를 주시고

무슨 일을 하든지
그 일 밖에는 없는 것 처럼
투신하는 아름다운 열정이
제 안에 항상 불꽃으로 타오르게 하소서

제가 다른 이에 대한 말을 할 때는
"사랑의 거울" 앞에
저를 다시 비추어 보게 하시고
자신의 모든 것을
남과 비교하느라
갈 길을 가지 못하는 어리석음으로
오늘을 묶어 두지 않게 하소서

몹시 바쁜 때일수록
잠깐이라도 비켜서서
하늘을 보게 하시고
고독의 층계를 높이 올라
해면이 더욱 자유롭고 풍요로운
흰옷의 구도자가 되게 하소서

제가 남으로부터 받은 은혜는
극히 조그만 것이라도 다 기억하되
제가 남에게 베푼 것에 대해서는
아무리 큰 것이라도
잊어버릴 수 있는
아름다운 건망증을 허락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