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생에 한번은 독일을 만나라』

2013. 7. 11. 17:30책 · 펌글 · 자료/예술.여행.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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뾰족한 아치가 하늘을 찌를 듯이 솟아 있는 대규모 고딕 양식의 교회들은 생활과 문화의 중심이었다.

그러나 그 기독교는 지금 쇠락의 길을 걷고 있고  독일도 그 중의 한 국가다.  내가 살고 있는 아헨과

그 위성도시만 하더라도 매년 8천 명에서 1만 명씩의 기독교 신자가 줄어들고 있다.  인구 57만의 지

역구가 이 정도니 얼마나 빠른 속도로 감소하고 있는지 전체 독일의 분위기를 추측해 볼 수 있다.

 

독일인들은 교회에 십일조를 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믿는 종교재단에 종교세를 낸다. 신자가 줄어

들면서 당연히 종교세도 감소해서 갈수록 교회의 위기감은 팽배해지고 살아남기 위한 다양한 자구책

을 마련하고 있다.  아헨도 앞으로 3분의 1의 교회와 부속건물을 매각 처분할 계획이다.  아헨 교구는

900개의 교회와 450개의 사택, 사무실 등 3,000여개의 교회와 부속 건물을 소유하고 있다.  이 많은 건

물들의 연간 유지비로 1,800만 유로가 필요하다. 그러나 교구는 1,000만 유로밖에 조달할 수 없는 실정

이다.

 

그 때문에 매각 처분하거나 용도를 변경해서 수익사업으로 활성화할 계획을 활발하게 논의하고 있다.

교회를 호화 호텔로 변경해서 성공한 예도 있고, 도서관으로 변모해서 빈 교회에 다시 시민들의 발길

이 이어지고 있기도 하다.

 

그 중에서도 중요한 사업의 하나는 실내 암벽등반 시설로 개조하는 것이다. 지붕이 높게 설계된 유럽

의 교회는 암벽등반 시설로 바꾸기에 아주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한 언론사

기자는 "신성한 암벽등반이라며 이제 하늘에 기도만 하는 것이 아니라 하늘을 향해 기어올라가야 한

다"고 희화화 하기도 했다. 독일에서는 지난 2008년 립프라우엔 교회가 암벽등반 연습 공간으로 성공

한 이후 많은 교회들이 현재 공사 중이거나 계획 중에 있다.

 

-『일생에 한번은 독일을 만나라』 중에서

 

 

 

 

 

 

 

www.cbs.co.kr/chnocut/show.asp?idx=459351
유럽교회, 성도감소로 이슬람 사원에게 팔려

성도 감소로 유럽 교회들이 상업시설이나 타종교 사원으로 바뀌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뉴스위크가 보도했다. 영국 클라이더 시의회는 최근 사용되지 않는 감리교회를 이슬람사원으로 변경할 수 있도록 승인했다. 아시아 무슬림들의 이민이 급증, 300개로 늘어난 이슬람 공동체가 예배장소를 계속 요구했기 때문이다. 브리스톨 성폴교회는 현재 곡예사를 양성하는 서커스학교로 이용되고 있다. 클럽으로 변한 네덜란드의 암스테르담 파라다이스교회에서는 미국 팝가수 마돈나가 콘서트를 열었다. 로마의 중세교회들은 식당으로 변모된 지 오래됐고 아일랜드 더블린 성마리아교회는 최고급 레스토랑으로 리모델링 공사가 진행 중이다. 이런 변화는 일부 저항도 있지만 대부분 강행되고 있다. 앞으로 유럽에서 이런 사례가 더욱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크리스천리서치는 영국교회 10분의 1인 1600곳 이상이 사용되지 않고 있다고 진단하고 수 십년 내에 이슬람교도가 크리스천보다 많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체코 문화재보호국은 전체 교회 중 200곳이 팔릴 예정이거나 심각하게 훼손돼 보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프랑스나 덴마크의 경우 크리스천 인구의 5% 미만만이 주일을 지키고 있고 체코는 3%에 불과한 실정이다. 독일 입센 지역은 100개 교회가 곧 폐쇄되거나 다른 용도로 전용될 예정이다.

 

 

 

 

 

 

 

2

 

독일 사람들은 주말에 무엇을 하며 보낼까? 교회에 나가는 것도 아니고, 상가도 문을 여는 곳이 없어

쇼핑을 할 수도 없고, 토용일 오후부터 주말 내내 시내는 한산하다. 처음엔 참 궁금했다. 그런데 우리

아이들이 운동을 시작하면서 이 도시 저 도시 체육관마다 쫒아다니다 보니 많은 사람들이 거기에 다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우리 가족이 사는 인구 26만의 소도시 아헨에는 76개의 종합체육관과 300 정도의 소규모 체육관이

64개, 700㎡  규모의 체육관이 4개, 1,200㎡ 가 넘는 대규모 체육관이 8개나 있다.   이 모든 시설이 각

스포츠 클럽에 무료로 제공된다.

 

 

 

 

3

 

남독일에서 북독일까지 880km 구간을 관통하며 흐르는 라인 강은 예로부터 독일의 가장 중요한 젖줄

이다. 이 라인 강을 뱃길로 이용하기 위하여 독일인들은 이미 19세기부터 물길을 직선화하고 강바닥

을 파는 준설 공사를 했고 20세기에는 몇 개의 갑문을 세웠다. 이렇게 라인 강과 도나우 강, 라인 강의

지류인 마인 강을 연결해서 장장 3500km의 뱃길을 열 수 있게 연결한 수로가 라인-마인-도나우운하다.

이 운하가 100년의 대공정 끝에 마침내 20년 전 완공되었다.

 

그러나 운하는 공사 도중에도 수많은 불협화음을 낳았던 독일의 대표적으로 잘못된 정책이다. 공사 도

중에도 막대한 공사비와 환경파괴에 비해 경제성이 없다는 이유로 반대가 심해 12년 동안 중단되는 사

태까지 발생했다. 도로와 철도의 발달로 더 이상 운하가 필요 없어진 현실도 반대의 중요한 이유였다.

그러나 이미 공사는 진행된 상태고 환경단체와 학계의 충분한 자문을 통해 최대한 친환경적으로 설계

를 변경해 가며 완공해 오늘에 이르렀다.

 

그러나 지금도 운하는 계획 당시의 경제적인 효과는커녕 화물 운송도 당초 예상했던 양의 30% 정도에

그쳐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는 상태다. 결국 대운하를 유지하기 위해 국민들의 세금만 무더기로 쏟아붓

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작 기업들은 물류 운송 수단으로 운하를 기피하고 있다. 이유는 신속한

운송이 중요한 시대에 배로는 너무 많은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공사 기간 중 끊임없이

문제를 제기했던 것처럼 100년 전에 비해 시대가 이미 변해버린 것이다.

 

친환경적으로 설계를 변경하고 학계의 자문을 받아 보완했다지만 습지가 사라지고 인근에 서식하던 동

식물이 멸종되는 사태는 계속 증가하면서 생태계의 균형은 날이 갈수록 깨지고 있다. 게다가 라인 강은

지금 홍수에 몸살을 앓고 있다. 해마다 우기가 되면 강변 도시들이 물에 잠기는 모습이 TV를 통해 비춰

진다. 자연의 순리를 거역한 인간에게 자연이 내린 형벌이다.

 

물은 샘에서 솟아 나올 때부터 구불구불 흐르고 적당히 범람하며 완급을 조절해야 하지만 인간이 반듯

하게 정리해 놓은 수로를 타고 거침없이 쏟아져 내려오게 된 것이다. 수로 공사 전에는 3~4일이 걸려야

상류에서 중류까지 도착하던 강물이 지금은 단 하루면 충분하다고 한다. 과거에는 10년에 한 번 일어날

까 말까 했던 홍수가 요즘은 비가 약간만 많이 오면 2~3년에 한 번씩 발생하고 있어 걱정이 이만 저만이

아니다.

 

거기다가 더 무서운 일은 지하수가 고갈되는 현상이 곳곳에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물이 직선으로 흐르

면서 물살이 세어지니 강바닥이 파이면서 강의 수면이 낮아지고 지하수의 수면도 예전에 비해 평균 8m나

낮아졌다. 숲은 점점 죽어 가고 물이 귀한 땅이 되었으니 농부들도 선택의 기로에 놓일 수밖에 없게 되었

다. 특히 갑문이 있는 유역은 막아 놓은 물이 폭포처럼 떨어지니 지반침하를 감당할 수 없어 연간 몇백만

유로를 들여 정기적으로 엄청난 양의 자갈을 강바닥에 쏟아붓고 있다.

 

인간이 자초한 재앙과의 싸움에 지친 독일인들은 강의 둑을 헐어내기 시작했다. 100년 전의 강으로 다시

돌아가는 작업이 시작된 것이다. 지금은 라인 강의 상류부터 범람지와 습지를 되살리고 재자연화 공사가

진행 중이다. 이미 완성된 지역은 숲이 조성되고 사람들은 예전처럼 구불구불한 강변에서 독서를 하며

일광욕을 즐기거나 아이들과 함께 물놀이를 할 수 있게 되었다.

 

 

-『일생에 한번은 독일을 만나라』 p80~83

 

 

http://www.youtube.com/watch?v=lA5Ci-MHB88&context=C3f959acADOEgsToPDskKAiykHTLFw2taeu0JDsp9j

http://www.hanamana.de/dul/ko/node/6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