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11. 13. 18:07ㆍ이런 저런 내 얘기들/내 얘기.. 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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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실로 들어서자 환자용 침대에 누워있는 사디가 보였습니다.
헨리가 자리를 권하며 말했습니다. “거실이 가장 넓어서 병상을 놓기 적당하거든요.
그리고 여기 있으면 집안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알 수 있어요.
저는 사디가 비록 반응은 못할지라도 다 듣고 보고 있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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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는 말입니다.
北向 외진 방에 누워서 천정만 바라보며
누가 들어와줄 때만 기다리고 있는 것보다
거실 한복판에 누워서 두리번 거릴 수라도 있다면 그게 백 번 천 번 낫지요.
오줌줄 똥줄을 매달고 있는 환자라 하더라도 속마음은 그럴 것입니다.
그러나 가족 입장에서는 쉽지 않은 일입니다.
이유는 잘 알잖아요.
요양병원에 보내고, 요양원에 보내는 게 다 그런 것 아니겠습니까?
너무도 당연해서 거실에 뉘여달라는 환자도 없습니다.
만일 식구들이 저렇게 거실 복판에 병상을 놓겠다고 하면 감격할 일이죠.
그런데, 어딜 보낸다쳐도 누군가의 보살핌은 받을 것이 아닙니까?
내 가족이 아닌 생면부지의 낯선 사람한테 말이죠.
물론 돈 받고 합니다만, 그렇다고 그 돈 만큼을 가족에게 준다고 해도 안하잖아요.
가만 생각해보면 부모자식간에도 가식이 있고, 부부 간에도 가식이 있어요.
아무리 혈육간, 부부간이라 하더라도 다 바랄 수는 없습니다.
이따금 티비에서「동물의 세계」를 보면요,
많이 늙거나 중병에 걸려서 제 몫을 못하면 무시당하고 외톨이가 되더군요.
개 아플 때 보셨습니까?
그래서 감춰요. 그리고 미안해 합니다. 주인에게 들킬까봐 두려워합니다. 버려질까봐서요.
다른 동물들도 마찬가집니다. 병들면 무리에서 낙오된다는 걸 알아요.
사자나 늑대같은 육식동물들도, 사냥감인 누우나 얼룩말 영양떼들도,,,
죽을 병이다, 죽을 상황이다 싶으면 알고 포기하고 떠나갑니다.
떠나가는 가족들의 뒷모습을 멀리 응시하는 눈빛에서
잠시 두려움과 슬픔이 어리긴 하는데, 곧 담담히 받아들이더군요.
그게 숙명인 줄을 아는 거죠. 사람보다 나아요.
사람도 여타 동물들과 크게 다른 것 같지가 않습니다.
젊은 가장이 갑자기 중병에 걸린 것과 늙은 부모가 숙환으로 누운 것과 대접이 같던가요?
동물들의 보편적 삶의 본능이 내재되어 있을테지요.
이성적 동물이라니깐 더 가책을 느끼고 서운해하는 건가요?
맨 위에 저 얘기는『일주일이 남았다면』이라는 책에 나오는 귀절입니다.
“25년간 저소득층 시한부 환자들을 위해 일했으며,
그 중 8년간은 호스피스 병동에서 환자들의 마지막 나날을 돌봤습니다.
살아생전 아버지는 제게 헌신적 삶을 가르쳐주셨고,
아버지의 죽음은 호스피스 병동의 의사가 되도록 저를 이끌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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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잡고 싶은 손, 기댈 어깨, 귓가에 “사랑해요” 라고 속삭여줄 누군가를 그리워합니다.
환자들의 상당수는 호스피스 병동 직원이나 자원봉사자들과 유대감을 형성하고, 마침내
사랑을 주는 ‘누군가’ 를 갖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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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참 희한합니다. 돌아가신 부모님 생각이 전혀 나질 않아요.
그런데 억지로 추억을 떠올린다 치면 그땐 아버지 생각만 납니다.
어머니는 전혀 떠올려지지가 않아요.
제가 어머니께 서운하다거나 뭐 그럴만한 건 있을 턱이 없어요.
‘엄부자모(嚴父慈母)’ 라는 말이 있잖습니까? 제 부모님이 바로 꼭 그런 타입이었어요.
어머니한테는 한 번도 회초리 한 대 맞아본 적이 없습니다.
그렇다면 정情이 가도 아버지보다는 어머니한테로 더 가야잖아요.
제가 늘 두 분을 함께 모시고 여행다녔지 아버지만 모시고 가질 않았습니다.
그런데도 희한하게 여정을 추억하자면 아버지만 떠올라요. 어머니는 그림자도 안 비칩니다.
너무도 이상한 일이 아닙니까?
“죽음은 또 다른 여행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저는 원래 여행을 좋아하거든요.”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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