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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체른 & 취리히 - 오페라 하우스

by 알래스카 Ⅱ 2012. 11. 11.

 

 

 

 

루체른

 

해외여행 자율화 이후에 일어난 단체여행의 열풍으로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가장 친숙해진 도시 중의 하나가「루체른」일 것이다.

스위스 도시들 중에서도 가장 많은 한국인이 다녀간 도시도「루체른」이다.

사실 규모도 크지 않고 유럽치고는 문화유산도 거의 없는 이곳 루체른이

「제네바」「취리히」「베른」「바젤」「로잔」「몽트뢰」같은 유서 깊고 문화적인 도시들을 제치고

한국인 방문 순위 1위를 차지하는 것은 속 빈 관광 상품의 단면을 보여주는 일이다.

우리나니라의 관광상품은 비싼 입장료를 내거나 물가가 비싼 곳들은 과감히 생략하는 실정이다.

제한된 비용으로 스위스다운 풍광을 보여주려다 보니 입장료 없는 루체른 호숫가나 거닐고,

낡은 나무 다리 두어 군데를 어슬렁거리다가,

예술성도 역사성도 없는 돌사자나 구경하고, 그림엽서와 똑같은 곳에서 사진 찍고,

이 도시에 있는 한국 식당으로 가서 김치찌개나 먹는 것이다.

비교적 돈을 들였다는 고급 상품이란 것이 케이블카 타고 돌산 위로 올라가는 정도다.

스위스를 가보았다고 자랑하는 한국인들은 대부분 「루체른」만 들를 뿐,

그 중요한「제네바」나 「로잔」은 뒷전이다.

한국식당이 가장 먼저 생겼고 지금은 몇 개나 되는 도시가「루체른」이다.

그러나 그들이 정작 「루체른」에서 본 것은 무엇인가?

이곳은 아름다운 호숫가 마을일 뿐인가?

루체른의 진면목은 어디에 있을까?

 

 

 

 

 


「루체른」을 들른 당신이 그곳에서 음악을 만나지 않았다면,

당신이 간 곳은 진짜 루체른이 아니다.

당신은 다만 싸구려로 만들어놓은 관광상품 속에서 어슬렁거리다가 왔거나,

이미 낡고 얄팍한 여행서를그대로 따라다녔을 뿐이다.

「루체른」은 음악과 예술의 도시다.

음악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특히 바그너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음악사에서 루체른이 자주 언급되는 사실을 알 것이다.

바그너가 힘들 때면 자주 찾던 곳이 루체른이며, 코지마와 신혼시절을 보낸 곳도 루체른이다.

그리고 그가 금융가 베젠돈크를 만나 후원을 받게 된 곳도 루체른이었고,

베젠돈크 부인과의 연애사건도 이곳에서 발생했다. 

 

 

 

 

 

 

 

2003년의 「루체른 페스티벌」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전부 일신했다.

루체른 역 옆의 호숫가에 자리 잡은 거대한 초현대식 건물 「루체른 문화 컨벤션 센터(KLL)」가 완공됐다.

엄청난 규모의 건물 안에 여러개의 공연장 전시장 회의장의 시설은 입을 다물지 못할 정도다.

건축 당시에는 경관을 해친다고 하여 말이 많았으나 이제는 KLL을 빼곤 루체른을 생각할 수 없게 되었다.

루체른 페스티벌은 벌써 80회에 가까운 긴 역사를 헤아린다.

루체른 페스티벌은 오페라 분야만 제외하면 그 예술적 면모와 외형적 규모가

이제 잘츠부르그와 대등하거나 이미 추월했다고 평가받을 정도다.

2004년 페스티벌은 참여한 세계적 수준의 오케스트라가 16개에 이르렀다.

산속의 작은 도시에 16개의 세계적 오케스트라가 모여서 우글거린다고 상상해보라.

 

 

* * *

 

 

 

 

 

 

취리히

 

 

「취리히」는 마약 중독자들의 천국이다. 그들은 마치 천국을 찾듯이 취리히로 모여든다.

아침에 시내 공원에 가면 수많은 마약 중독자들이 시체처럼 여기저기 널부러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리고 잠시 뒤에 더 기막힌 장면이 연출된다.

여러 대의 메르세데스 벤츠 승용차들이 도착하고,

그 차에서 하차한 중상류층 부인들이 노숙자들에게 새 일회용 주사기를 나누어 주는 것이다.

그들은 자원봉사자들로, 자비로 깨끗한 주사기를 계속 공급해 준다.

'중독자들에게서 마약을 빼앗는 것은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최소한 에이즈에는 걸리지 않도록 도와야 하지 않겠나?'

 

 

 

                          알프스부도에서 바라본 취리히 오페라하우스와 베른하르트극장

 

 

 

택시는 오페라 하우스가 보이는 곳에 이르렀다.

택시기사는 공연을 보러 왔다는 나에게 취리히 오페라하우스에 대한 얘기를 들려주었다.

"오페라하우스의 극장장은 이전에는 스위스 대통령이었어요.

…… 그는 얼굴이 빨갛게 되는 루푸스라고 하는 난치병을 얻었지요."

대통령은 용단을 내려 대통령직을 사임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는 자원해서 오페라하우스의 극장장이 되었다.

이후 그는 자신의 오페라에 대한 식견과 인맥을 이용하여 세계 최고의 오페라하우스를 만들었다.

이제 이곳은 「빈」이나 「라 스칼라」를 능가하는 세계적인 오페라하우스가 되었다.

그런데 극장 일에 전념하던 그는 저절로 완쾌되었다.

정치하면서 받았던 스트레스가 좋아하는 오페라를 만들면서 다 없어진 것이라는 게 택시기사의 해석이었다.

 

취리히 오페라하우스는 취리히 호숫가에 위치하고 있다.

생각만 해도 설레이지 않나?

오페라가 시작하기 전에 호수 저편 너머로 해가 떨어질 때의 황혼 풍경은 오페라하우스의 극치다.

오페라를 다 보고나면 이번에는 캄캄한 밤 불빛들이 호수 위로 깜박인다.

오페라가 주는 감동도 최고, 더 말할 나위가 있을까.

 

 

글 출처. 박종호,『유럽 음악축제 순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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