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7. 12. 12:30ㆍ책 · 펌글 · 자료/인문 · 철학 · 과학
대개 결혼한지 몇년 지난 많은 사람들이그렇듯이 딕은 아내와의 관계가 지겨워졌다.
요즈음 열정이란 게 사라졌다. 실제로 딕과 아내는 같이 잠을 자는 일도 거의 없다.
하지만 딕은 아내를 떠날 생각이 없다. 그는 아내를 사랑하며 아내는 아이들에게 훌륭한 엄마다.
이런 문제의 간단한 해결책이 무엇인지 그는 잘 알고 있다.
외도를 하는 것이다.
아내가 충족시켜주는 욕구가 있는 반면 애인이 충족 시켜주는 욕구가 따로 있다는 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딕은 아내를 속이기는 정말 싫었고, 대놓고 바람을 피우는 건 아내가 견디지 못하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바이트 온 더 사이드 byte on the side, 실제보다 더 좋아요>' 라는 회사 사이트가 있다는 얘기를 듣고
딕은 진지하게 고려해 보았다.
그 사이트는 컴퓨터로 연결된 실제 인물과 사이버 섹스를 나누는 것이 아니라,
가상현실 속에서 완전히 시뮬레이션으로 만들어진 사람과 "관계를 갖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진짜 섹스와 똑같은 기분은 들지만,
실제로는 컴퓨터가 뇌를 자극하여 자신이 섹스를 하고 있다는 느낌을 갖게 하는것일 뿐이다.
바람을 피울 때의 스릴은 전부 만끽 하면서도 실제 제3자는 없으니 진짜 외도는 아닌 것이다..
그렇다면 딕이 굳이 이 서비스를 거부 할 이유는 없지 않을까?
외도가 우리를 불편하게 하는 이유는 뭘까?
어떤 사람들은 외도를 불편해할 필요가 없으며, 그렇게 느끼는 이유는 단지 일부일처제라는
비현실적인 기대치에 문화적으로 묶여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섹스와 사랑은 별개이며, 생물학적 충동에 의한 성행위 때문에 애정의 결속을 깨뜨리는 것은
바보짓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그룹섹스나 스와핑을 경험해본 사람들에 의하면,
자기가 사랑하는 사람과 관계를 갖는 상대방에게 질투를 느끼지 않을 수 없다고 말한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외도를 불편하게 여긴다면 어떤 이유 때문일까?
만약 가상의 섹스를 반대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제3자의 개입이 결정적인 요인임을 의미한다.
우리의 가장 내밀한 관계는 배타적인 일대일의 관계여야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만약 가상의 섹스(외도)를 반대한다면,
그것은 제3자의 등장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둘의 관계에서 등을 돌려버렸기 때문인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볼 때 딕이 자극을 얻기 위해 컴퓨터에 의존한다면,
그는 더이상 아내에 대해 성애를 표현할 대상으로 여기지 않음을 표명하는 셈이 된다.
가상의 외도 프로그램을 반대하는 사람이라면 실제 외도에 대해서는 더욱 격렬히 반대할 것이다.
딕의 경우를 통해 우리는 외도의 한 가지 양상을 알 수 있다.
그것은 바로 우리가 가장 소중한 관계에서 얼마나 멀어졌느냐 하는 것이다.
-『유쾌한 딜레마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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