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7. 12. 13:06ㆍ책 · 펌글 · 자료/인문 · 철학 · 과학
색스 일병은 곧 끔찍한 짓을 저지를 참이다.
그는 포로를 강간한 다음 살해하라는 명령을 받았는데, 그 포로는 특정 종교집단에 속한 죄밖에 없는무고한 민간인이었다.
그는 이것이 부당한 짓이며 전범행위임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러나 재빨리 사태를 파악해본 바 그대로 실행하는 것 말고는 다른 방법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가 명령을 수행한다면 불가피한 것 이상의 고통을 주지 않고 끝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명령을 어긴다면 그 자신도 총살을 당할 것이고, 포로는 더욱 잔인하게 폭행과 살해를 당할 확률이 높았다.
결국 색스 일병이 명령을 따르는 것이 모두를 위해 나은 길이다.
그의 논리는 명징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의 마음이 편해질 리는 없었다.
* *
'내가 하지 않으면 다른 누군가가 할 것이다'라는 말은 흔히 나쁜 행동에 대한 빈약한 합리화라고 여겨진다.
1)
다른 누군가가 하든 말든 관계없이 자신이 저지른 잘못에 대한 책임은 자신에게 있다.
즉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할 수 없다는 것이다.
색스는 거부해야 했으며, 그도 죽고 포로 역시 더 큰 고통을 당할테지만,
그래도 그가 선택할 수 있는 윤리적 행동은 그것 뿐이다.
그러나 그것으로 색스 일병의 고결함은 유지될지 모르지만,
과연 자신의 목숨을 구하고 포로의 고통을 덜어주는 것보다 더 고상한 일일까?
2)
행동은 나쁠 수 있지만 그 행동을 한 사람은 비난받을 수 없다는 것이 답이 아닐까.
논리는 성립한다. 그렇다면 그것은 세계의 복잡성을 반영하는 것일까,
아니면 정당화할 수 없는 것을 정당화하기 위한 궤변일까?
3)
어떤 사람들은 옳은 일을 하는 것이 불가능한 경우도 있다고 주장할 것이다.
그 일을 하든 안하든 부도덕을 피할 수 없는 경우이다.
그런 경우에 처했을 경우 우리는 덜 나쁜 길을 택한다.
그러나 이런 해결책은 또 다른 문제를 낳는다.
만약 색스 일병이 최선을 다했다면 어떻게 그를 비난하거나 처벌할 수 있단 말인가.
그리고 그가 어떤 비난이나 처벌도 받지 않아야 한다면,
결국 그는 아무 잘못도 하지 않은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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