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종,「섬」
2012. 7. 5. 12:07ㆍ詩.
섬
_ 정현종
사람들 사이에 섬이 있다
그 섬에 가고 싶다
우리는 고독하기 때문에 누군가를 만나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상황은 정반대지요.
우연히 누구를 만나고 사랑하기 시작했기 때문에 비로소 우리는 고독에 빠지는 겁니다.
내 마음을 그에게 주었는데도 그가 이것을 거부할 때 깊은 고독에 빠지는 것입니다.
결국 고독이란 타자와의 만남 그리고 그와의 사랑에서 발생하는 감정이라고 볼 수 있지요.
어떤 타자에게로 건너가기보다는 그와 자신 사이에 놓여 있는 섬으로 가고 싶다는 것은
자신의 사랑이 타자로 하여금 자신을 사랑하도록 하게 할 수 없다는 점을 알았기 때문이지요.
사랑에 빠진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일이란 단지 타자에게 수줍게 손을 내밀거나
말을 건네는 것뿐이라는 점을 잘 알고 있었던 겁니다.
그렇다면 결국 '섬'이란, 떨리는 말을 건네는 것을 의미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강신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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