茶와 同情 - 최영미

2012. 7. 5. 11:06詩.

 

 

 

 

茶(차)와 同情 (동정)

 

_ 최영미

 

 

내 마음을 받아달라고

밑구녁까지 보이며 애원했건만

네가 준 것은

차와

동정뿐.

 

내 마음은 허겁지겁

미지근한 동정에도 입술을 데었고

너덜너덜 해진 자존심을 붙들고

오늘도 거울 앞에 섰다

 

봄이라고

개나리가 피었다 지는 줄도 모르고……

 

 

 

 

 

 The thorn bird theme...

 

 

내가 어떤 타자를 사랑하는데도 타자가 나를 전혀 사랑하지 않는다면 이는 비극적인 사랑이겠죠.

그러나 과연 이것이 비극일까요?

내가 누군가를 사랑했을 때 그 사람도 나를 사랑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아마도 사랑이 가지는 불확실성, 설렘, 두근거림 같은 감정이 완전히 사라지고 말겠지요.

마치 음식을 주문하면 곧바로 시킨 음식이 나오는 것처럼 말입니다.

사실 나의 사랑이 타자의 사랑을 강제하지 못하는 비극이 발생하는 이유는

타자 또한 나와 마찬가지로 자유를 가지고 있는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

 

사르트르의 이야기는 간단합니다.

사랑에 빠진 우리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자신이 사랑하고있는 타자가 자유롭게 나를 선택하는 것입니다.

물론 여기서 하나의 단서를 답니다. 타자의 선택은 절대적인 선택이어야 한다고 말이지요.

우리는 자신이 사랑하는 타자가 특별한 조건에 얽매여서가 아니라

어느 조건에 처하더라도 반드시 나를 선택하기를 원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만나본 중에 상대적으로 잘 생겨서", "만나본 사람 중에 경제적 여유가 있어서"…,,

그건 상대방이 언제든지 나에 대한 사랑을 철회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드러내 보인 것입니다.

나보다 더 잘 생긴 사람을 만난다면, 나보다 더 경젝적 여유가 있는 사람을 만난다면 언제든 떠날 수 있다는 말일테니까요.

"사랑에 빠진 자가 원하는 것은 사랑받는 자가 자신을 절대적으로 선택해야만 한다"라는

사르트르의 말이 분명해졌죠?

 

상대방이 어떤 조건에서도 자신을 절대적으로 선택하기를 그토록 원하는 것이지요.

그렇지만 그것은 이루어질 수 없는 소망에 불과합니다.

상대방은 자신의 자유를 버리지 않을 것이고, 지금 사랑하는 것도 그의 자유로부터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마찬가지로 나를 버리는 것도 그의 자유 때문에 가능한 일입니다.

절대적으로 선택을 해주길 바라는 이면에는 이런 불길한 직감이 자리잡고 있다는 점은 역설적이지 않나요?

 

 

욕망은 타자의 육체(body)로부터 그 옷들을 벗길 뿐만 아니라 그 육체의 운동도 빼앗아,

타자의 육체를 순수한 살(flesh)로 존재하도록 만들려는 시도이다.

이런 의미에서 애무는 타자의 육체를 내 것으로 가지려는 운동이다.

(.....) 애무는 단순한 접촉을 원하지 않는다. 애무는 단순한 건들임이 아니라 어떤 모양을 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타자를 애무할 때 나는 내 손가락 아래에서 그녀의 살을 탄생시키고 있다.

애무는 타자를 육화(肉化)시키려는 그런 관계들의 앙상블인 것이다. -《존재와 무》

 

 

싸르트르에게 애무란 한 마디로 말해서 타자의 정신 혹은 자유를 '육화시키려는' 노력을 의미합니다.

내가 타자의 몸을 애무하면, 타자는 나의 손길에 집중할 것이고, 그것을 그대로 몸으로 표현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몸의 뒤틀림일 수도 있고 신음소리일 수도 있겠지요. 어쨌든 자신의 육체적 느낌이 몸으로 고스란히 표현되는 순간,

타자의 육체는 살로 변한다는것이 사르트르의 생각입니다.

최소한 이 순간만큼 타자는 나, 혹은 나의 손길에만 집중하고 수동적인 상황에 빠지겠지요.

물론 이것은 순간적인 효과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육체적 쾌락으로부터 빠져나오자 마자 타자는 다시

내가 알지 못하는 자유로운 인간으로 되돌아갈테니까 말입니다.

 

 

- 출처. 강신주,『철학적 시 읽기의 즐거움』

 

 

 

 

 

한순간만이라도 타자의 정신과 자유를 육화시켜 내 안에 가두고 싶어한다는 말이 쨘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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