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4. 12. 17:14ㆍ책 · 펌글 · 자료/종교
1930 년대말 수덕사 아래 동내에 사는 나뭇군들이 만공스님의 어린 시봉에게
재미난 노래를 가르쳐 준다며 ‘딱다구리 노래’ 를 따라 부르게 하였다.
철부지 어린 시봉은 그저 따라 부르기 쉬운 노래라고만 생각하고
절에 올라 와서도 틈만 나면 그 노래를 불렀다.
"저 산의 딱다구리는 생 나무 구멍도 잘 뚫는 데
우리 집 멍텅구리는 뚫린 구멍도 못 뚫는구나"
어린 시봉이 이 뜻을 알리가 없었다.
하루는 만공스님이 지나가다가 구성지게 부르는 이 노래를 들으시고 시봉을 불렀다.
"그 노래 참 좋은 노래로구나, 잊어 버리지 말아라"
"예, 큰 스님".
어린 시봉 스님은 자기가 잘 불러서 그러하신 줄 알고 신이 나서 더 크게 불러제꼈다.
그러던 어느날 서울 李왕가의 상궁과 나인들이 노스님을 찾아 뵙고 법문을 청하였다.
만공스님은 그 청을 쾌히 승락하시고, 마침 좋은 법문이 있다 하시며 시봉을 불렀다.
"스님 부르셨습니까?"
"그래, 내가 불렀느니라. 너 전에 부르던 그 노래 한번 불러보거라".
"아, 예 스님".
좀 계면쩍었지만 지난번 큰 스님께서 칭찬을 하신 적도 있어서 그 노래 만큼은 자신이 있어
목청껏 멋드러지게 딱다구리 노래를 불러 제꼈다.
"저 산의 딱다구리느은 생나무 구멍도오 자알 뚫는 데에
우리집 멍텅구리느은 뚫린 구멍도오 못 뚫는 구우나아아".
왕가의 상궁 나인들은 이 엉뚱한 노래에 킥킥거리며 웃기도 하고,
얼굴을 붉히기도 하며 저마다의 반응을 보였다.
이 모습을 보던 만공스님은
"바로 이 노래 속에 인간을 가르치는 만고불역(萬古不易)의 핵심 법문이 있소,
두두물물(頭頭物物) 진진찰찰(塵塵刹刹),
즉 세상의 모든 것이 법문이 아닌것이 없지만
이 노래에 담긴 깊은 뜻을 헤아리게 되어야 내 말을 들을수 있을 것이요."
"마음이 밝은 사람은 이 딱다구리 법문에서 많은 것을 얻을 것이나,
마음이 더러운 사람은 이 노래에서 한낱 추악한 잡념을 일으킬 것이요,
원래 참 법문은 맑고 아름답고 더럽고 추한 경지를 넘어선 것이요.
(중간 생략)
이 땅에 태어난 중생은 누구나 원래 뚫린 부쳐의 씨앗이라는 것을 모르는 멍텅구리요.
뚫린 이치를 찾는 것이 바로 불법이요.
탐욕과 분노와 어리석음 이 삼독(三毒)과 환상의 노예가 된 어리석은 중생들이야 말로
참으로 불쌍한 멍텅구리인 것이요, 진리는 가까운 곳에 있소,
결국 이 노래는 뚫린 이치도 못 찾는 딱다구리만도 못한 세상 사람들을 풍자한 훌륭한 법문이요"
만공스님의 법문이 끝나자
모두들 멋진 딱다구리 법문이었다고 큰절을 하면서 고마워 하였다.
*
*
멍텅구리 법문
경봉스님 지음 (?) / 종범스님 노래
멍텅구리 멍텅구리
모두 모두가 멍텅구리
온 곳을 모르는 그 인간이
갈 곳을 어떻게 안단말가
온 곳도 갈 곳도 모르누나
그것도 저것도 멍텅구리 멍텅구리
올때는 빈 손에 왔으면서
갈 때는 무엇을 가져갈까
공연한 탐욕을 부리누나
그것도 저것도 멍텅구리 멍텅구리
백 년도 못사는 그 인생이
천만 년 죽지를 않을처럼
끝없는 걱정을 하는구나
그것도 저것도 멍텅구리 멍텅구리
세상에 학자라 하는 이들
동서에 모든 걸 안다하네
자기가 자기를 모르누나
그것도 저것도 멍텅구리 멍텅구리
멍텅구리 멍텅구리
모두 모두가 멍텅구리 멍텅구리
진공묘유 못 간 그 인생이
어떻게 영생을 어떻게 말하는가
끝없이 윤회만 하는구나
모두 모두가 멍텅구리
'책 · 펌글 · 자료 > 종교' 카테고리의 다른 글
“경허 스님 ‘술ㆍ여자’ 후회해” - 윤창화 (0) | 2012.09.26 |
---|---|
『한국의 神氣』 (0) | 2012.08.21 |
모름지기 중은 이래야 되는 기라. (0) | 2012.04.06 |
《조선불교유신론》 (0) | 2012.01.09 |
만해, 통감부건백서 (0) | 2012.01.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