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허 스님 ‘술ㆍ여자’ 후회해” - 윤창화

2012. 9. 26. 19:19책 · 펌글 · 자료/종교

 

 

 

“경허 스님 ‘술ㆍ여자’ 후회해”

- 윤창화 대표, ‘불교평론’ 기고…“계율의식 부재 경허 스님 탓”

  (2012년 08월 23일 (목) 10:08:14   조현성 기자 cetana@gmail)

 

 

 

 

“돈오는 비록 부처와 같지만 다생의 습기는 깊어서 바람은 고요해도 파도는 용솟음치고,

이치는 분명하지만 생각은 여전히 침노한다(頓悟雖同佛, 多生習氣深, 風靜波尙湧, 理顯念猶侵).”
- 보조국사의 <수심결> 가운데 일부이다.

구한말 선지식으로 선풍을 드날렸던 경허 스님(1846~1912)이 술과 여자에 빠졌던 자신을 후회하고

변명하기 위해 인용했던 말이기도 하다.
윤창화는 최근 <불교평론>에 ‘경허열반 100주년 특별기고,
경허의 주색과 삼수갑산’에서 이 같은 내용을 소개했다.

경허 스님은 근대 한국불교를 중흥시킨 인물이다.

‘오도가’  ‘참선곡’  ‘중노릇 하는 법’ 등 스님의 글에는 간절한 구도심이 넘쳐난다.

반면 깨달은 후의 삶은 파격이었다.

음주식육과 여색을 서슴치 않았다. 오늘날로 치면 룸살롱을 출입한 것과 같다. 

경허 스님의 주색은 불교사학자 이능화(1869~1943)도 <조선불교통사>에 언급할 정도였다.
<조선불교통사>는 “‘경허 화상은 변재(辯才, 말을 잘함)가 뛰어나고,

그가 설한 법은 옛조사라 할지라도 이를 뛰어넘는 이가 없다’고 한다.

… 음행과 투도를 범하는 일조차 꺼리지 않았다.

세상의 납자들은 다투어 이를 본받아 심지어는 음주식육이 깨달음과 무관하고,

행음행도(行淫行盜)가 반야에 방해되지 않는다고 외치며 이를 대승선이라고 한다”라고 적고 있다.

윤 대표는 “경허 스님의 주색은 긍정적으로 보면 선승의 무애행이고,

부정적으로 보면 승가의 뿌리를 뒤흔드는 계율 파괴 행위였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1970~1980년대 너도나도 경허 스님을 흉내 내어 주색을 일삼는 납자들이 적지 않았다”며

“오늘날 한국 승가의 계율 의식 부재는 경허 스님의 영향이 크다. 한국불교가 주색과 도박으로 망신 당하는 것도

경허 스님의 영향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윤 대표는 경허 스님이 주색을 좋아한 것은 스님의 강건한 기질적인 바탕과 성격, 습관 때문이라고 봤다.
경허 스님이 구례 화엄사 강백이던 진진응 스님을 만났을 때에도 주색에 빠져 있자, 진진응 스님이 이를 나무랬다.

이때 경허 스님은 <수심결> 구절을 인용하며,

 

“습기(습관) 때문에 주색을 끊지 못하고 있지만, 성품은 공(空)이므로 거기에 걸리지는 않는다.”

 

자신을 변호한 내용이 김태흡의 <인간 경허>에 나온다.
이는 <능엄경>에 “이치로는 돈오했지만 현실적으로는 한번에 제거할 수 없다”와 같은 말이라고
설명했다.

경허 스님은 자신의 깨달음을 알아주는 이도, 그것을 전할 이도 없던 외로운 선지식이었다.

스님의 주색도 이와 전혀 무관치 않으나 자신의 무애행에 대한 후회도 적지 않았다.

윤창화 대표는 “경허 스님은 <취은화상행장> 끝에서 ‘나는 쓸모없는 존재로서 세상에 쓸데가 없고,

부처님 교화에도 폐단을 끼쳐 백가지 잘못을 함께 일으켜서 도덕으로는 구제할 수 없는데

문장으로 또 어떻게 구제할 수 있으리오?

그래서 비분강개하여 문묵(문장작성)을 놓아 버린지 수년이 되었다’고 적었다.

이는 자신의 행위가 불교의 폐해가 되고 있다는 것을 인정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 대표는 경허 스님이 말년에 산수갑산에 은둔하다 열반한 것에 대해서도 “음주식육과 여색 등으로

비도덕적ㆍ비계율적 행위를 일삼은 것이 대중들로부터 ‘악마’ ‘마종(魔種)’이라는 원색적인 비판ㆍ비난을 샀고

그 따가운 시선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은둔을 선택했다”고 분석했다.

“경허 스님의 주색을 옹호적인 측면에서 보는 것은 그가 전통선을 부활시킨 인물이라는 점이다,

또한 그의 제자들이 훗날 한국선종을 주도한 인물이라는 점을 간과할 수 없다.

그러나  제자 가운데 만공ㆍ한암 같은 고승이 없었다면 경허 스님은 진작 폄하됐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경허 스님은 전통선은 다시 일으켰지만, 한국불교는 깊은 병에 들게 했다”

 

 

 

 

 

 

불교계 대표 학술지로 꼽혀 온 불교평론이 경허 선사에 대한 비판적인 글이 실렸다 하여 폐간이 결정됐다.

지난달 말 발간된 불교평론 52호(가을호)는 경허 선사 열반 100주년을 맞아서

재야 불교학자인 윤창화씨(도서출판 민족사 대표)의 ‘경허의 주색과 삼수갑산’이라는 글을 실었다.

 

“경허 선사는 깨달음에 매진했던 진정한 수행자”, “후학들에게 적지 않은 숙제를 안겨주고 있다”.

 

윤 대표는 경허 선사가 왜 그런 행적을 보였는지를 조명하는 한편,

경허 선사 스스로도 자신의 주색을 후회했다는 미공개 글을 발굴해 실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윤 대표는 24일 “경허 선사의 인격을 매도하거나 가르침을 폄훼할 생각은 전혀 없었다”며

“경허 선사는 훌륭했으나 다만 그분의 음주식육과 여색이 후대의 많은 선승들로 하여금

자신의 주색을 정당화·타당화하는 핑게가 되었음을 지적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글이 실리자 경허 선사와 그의 제자인 만공 스님의 법맥을 이어온 것으로 자부해 온 수덕사와

경허 선사 열반 100주년 기념사업회는 크게 반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홍사성 불교평론 주간 등이 수덕사를 사과방문하고 가을호 전량 수거를 약속했지만,

‘불교평론’ 발행을 지원하고 있는 신흥사와 만해사상 실천선양회가 지원 중단을 결정해 폐간에까지 이른 것이다.

1999년 창간한 ‘불교평론’은 그동안 불교학과 인접학문의 교류를 촉진해 왔을뿐더러,

현재 불교학자들이 논문을 발표할 때 가장 많이 인용하는 잡지로 꼽히고 있다.

지난해에는 대한불교진흥원이 주는 제9회 대원상 수상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잡지 폐간 소식이 전해지면서 비판의 목소리도 일고 있다.

 

(경향신문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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