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2. 25. 12:18ㆍ미술/내 맘대로 그림 읽기
가츠시카 호쿠사이(葛飾北齋, 1760-1849)
‘많은 작품을 남긴 호쿠사이는 일본 이상으로 해외에서의 평가가 높다.
1998년에 미국「라이프」잡지가 기획한「이 1000년간에 위대한 실적을 올린 세계의 인물 100명」에서는,
일본인으로 단지 한 명 '호쿠사이'만이 등재되어 있다.’
저, 이 그림 보고 진짜 충격받았었습니다.
섬뜩한 것도 섬뜩한거지만, 어떻게 저런 장면을 그려낼 생각을 했냐는 거지요.
우리가 ‘극적인 순간’이라는 말을 많이 씁니다만,
저렇게 모가지가 뎅겅 짤려나갔을 때의 그 얼굴표정만큼 극적인 장면 어딨겠습니까?
설마 저런 그림을 유명한 화가가 그렸을리는 만무일테고 아마도 民畵 같은 거겠지 했는데, 그런데 아닙니다.
에도시대의 대표적인 화가 호쿠사이의 작품이었습니다.
누구나 한번쯤은 호쿠사이의 그림을 봤을 거예요. 화가 이름만 몰랐을 뿐이지.
우리나라로 치면 김홍도 급의 화가입니다.
우키요에가 인상파 화가들에게 기폭제 역할을 해서 새로운 전기가 되었다고들 하는데,
단순히 영감을 얻는 정도에 그칠 일이 아니었을 겁니다.
서구 중심의 오리엔탈리즘으로 폄하하다보니 그런 표현을 쓴 것이지,
실제로 그림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받았던 충격은 엄청났을 겁니다.
아래 그림을 보십시요. 호쿠사이가 즐겨 그렸던 파도와 후지산 그림들입니다.
한눈에 봐도 인상파화가들과는 레벨 차이가 엄청 납니다.
'인상파'란 寫生하는데 그치지 않고 대상 속의 이미지를 그린다는 것입니다.
세잔, 고흐, 고갱이 채취했던 이미지와 지금 이 호쿠사이가 채취한 이미지에서 경지의 차이가 느껴지십니까.
제가 보기엔 호쿠사이의 그림들은 半추상화, 현대작품으로 쳐도 손색이 없습니다.
17~18 세기 일본그림들 중에는 이런 류의 작품이 널렸습니다. 화가도 많고, 작품수도 많습니다.
다시 말해서 사실묘사 단계는 훌쩍 뛰어넘었다는 거죠.
'서양화와 동양화는 차원이 다르다'는 식으로 적당히 하고 넘어갈 문제가 아닌 것 같습니다. 격이 달라요.
서양화에선 '추상화(抽象畵)'라고 해서 구별이 딱 지어지는데,
보다시피 일본화(중국화 일부)에서는 '抽象化'의 이미지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가 있습니다.
누구나 쉽게 이해한다는 말입니다.
그런데 서양화 '추상화는 어떻습니까? 쉽게 이해가 됩디까?
난해하기도 하지만, 그보다도 화가의 독선이 지나치다는 생각이 안 들던가요?
소통을 배제한, ‘너는 너, 나는 나’, 식의 표현예술이란 것이 존재할 수 있나요?
양해 (1140~1210), <발묵선인도(潑墨仙人圖)>
그런데 일본의 회화 수준이 저렇게 높아진 과정은 도대체 무엇일까요?
호쿠사이는 1760년생으로 70살 넘어서도 왕성하게 활동한 화가입니다.
그러니까 1745년(영조21년)생인 단원 김홍도랑 완전히 동시대 사람이라고 보면 됩니다.
중국 그림들을 보다 보면 조선시대의 회화 수준을 가늠할 수가 있습니다.
‘신토불이 진경산수화’와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회화 수준만 가지고 말하자는 겁니다.
우리는 사실 중국화풍의 영역을 벗어나지 못했다고 봐야 합니다.
그런데 일본은 전혀 다릅니다.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 같아요.
어떻게 자생적으로 저런 화풍의 정신과 기교이 나올 수 있었는지,, 의문덩어리입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중국회화나 조선 회화와 관계낫싱이다, 라고 하는 건 아니죠.
지금 위에 올려놓은 그림은 북송때 양해의 작품 <발묵선인도>입니다.
저 그림을 서양 미술사 한복판에다 풍덩 던져 넣는다 치면 어느 시기에 해당할까요?
- 최소한 인상파 이후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면 도대체 얼마를 앞서간 것입니까?
일본미술의 뿌리는 바로 저것이 아닐까요?
일본사람들은 미술의 본질을 일찌감치 깨달았단 것입니다. 형상이 아니라 이미지를 그린다는 것을요.
실제로 중국 그림을 역사별로 쭉 살펴보면 후대로 오면서 더 발전했다고 느낄 수가 없습니다.
제가 보기엔 청나라시대 그림이 송나라 저 때 만도 못합니다.
이게 무슨 말이냐면,
중국과 조선이 제자리 걸음 하는 동안에 일본은 深化 과정을 거쳤다는 말입니다.
일본의 고대사나 중세사가 결코 만만하지 않습니다.
삼천포로 빠지는 것 같은데, 자, 끝냅시다.
사람 머리 잘린 그림, 生首圖 ,
저걸 그려보겠다는 기발한 착상,
아무렇게나 우연히 나오는 게 아니라는 거지요.
바로 이런 마인드 위에서나 나올 수 있다는 것입니다.
'미술 > 내 맘대로 그림 읽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가츠시카 호쿠사이 (0) | 2012.02.26 |
---|---|
안도 히로시게 (0) | 2012.02.25 |
드뎌 찾았넹, 가쓰시카 호쿠사이 《잘린 머리 生首圖》, (0) | 2012.02.24 |
다비드, <마리 앙투아네트 최후의 초상> (0) | 2012.02.24 |
예찬, '육군자도' '용슬재도' (0) | 2011.12.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