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2. 7. 21:20ㆍ음악/쟈덜- f
Sesaria Evora / Jardim Prometi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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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ésaria Évora, Miss Perfumado (Melodie, 1992) *****
카부 베르데 (영어식으로는 케이프 버디)는 서아프리카 해안에서 서쪽으로 600km 가량 떨어진 10개의 화산섬들로 이루어진 나라다. 이곳은 원래 무인도엿으나 포르투갈이 한창 바다로 뻗어나가던 시절인 15세기에 '발견'되어서 식민지가 되엇고 1975년에야 독립햇다. 포르투갈은 이 곳을 대서양 횡단 노예 무역의 중심지로 삼앗다. 포르투갈의 주요 식민지가 브라질, 앙골라, 기니 비사우, 모잠비크 등이엇니 지도를 탁 펼쳐놓고 보면 카부 베르데가 이들과 포르투갈을 이어주는 지리적 중심지임을 금세 알 수 잇다. 이곳 주민의 70%는 혼혈인 '크리올루 (criolo)'로서 포르투갈 식민자들과 아프리카에서 끌려온 노예들의 후손이다 (나머지 30%는 아프리카계 흑인이다).
이와 같은 식민 역사와 지리적 조건은 카부 베르데의 문화와 음악을 이해하는 데 중요하다. 세자리아 에보라를 통해서 이 작은 섬나라가 가지고 잇는 풍부한 음악 유산, 특히 카부 베르데의 독특한 음악인 모르나 (morna)가 전세계에 널리 알려지게 되엇다. 모르나는 포르투갈의 파두 (fado)의 보컬과 기타 연주, 서아프리카의 퍼커션, 브라질 음악의 보컬과 리듬 등의 영향을 받아 발전한 '혼종 (hybrid)' 음악이다. 모르나는 구슬픈 노랫말과 곡조와 찰랑거리는 서아프리카의 리듬이 우아하게 결합한 음악이다.
이미 '월드 뮤직'이라는 말을 상징하는 존재가 되어버린 '모르나의 여왕' 세자리아 에보라가 전세계 청중에게 소개되는 우여곡절은 잘 알려져잇는 편이다. 1941년 생으로 열여섯 살에 노래를 하기 시작하여 1960년대에는 카부 베르데 전역과 유럽 일부에도 이름이 알려질 정도의 가수가 되엇으나 1970년대에는 활동을 중단햇다. 카부 베르데처럼 작은 데서는 노래하는 것이 생계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앗다. 1988년에 프랑스에서 다시 알려지기 시작한 것을 계기로 유럽과 북미를 돌며 순회 공연에 나서 대성공을 거두엇다. 유럽과 북미에 일기 시작한 '월드 뮤직 붐'에 힘입어 세자리아는 새로운 전성기를 맞이하게 되엇다.
모르나는 포르투갈의 파두와도 비슷하게 사랑과 상실, 열정과 갈망을 표현하는 음악이다. 세자리아는 "모르나는 블루스 같습니다. 삶의 고통을 음악으로 표현하기 때문입니다"라고 말한다. 세자리아의 목소리는 섬세하고 풍부해서 모르나 음악의 센티멘털한 느낌을 잘 전달한다. 때로는 관능적이고 열정적이며 때로는 친근하고 치유적인 여러 측면이 모여서 이런 복합적인 느낌을 이룬다. 한마디로 설명하기 힘든 바로 이런 느낌은 포르투갈어로 부르는 노래들에 공통적이다. 이런 정서를 포르투갈어 또는 크리올루 말로 '사우다지' (saudade) 또는 '소다지' (sodade)라고 한다. 이 단어는 한국의 고유의 정서를 '한'이라고 하거나 '신명'이라고 하는 것과 비슷한 방식으로 포르투갈 또는 카부 베르데 사람들의 집단적인 정서를 규정하는 말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
그녀의 최초의 전세계 히트곡의 제목이 바로 "Sodade"인 것은 우연이 아니다. 프랑스에서 발표된 Miss Perfumado (1992)에 첫 곡으로 수록된 이 노래는 세자리아 음악, 나아가 모르나 음악의 특징을 잘 보여준다. 물결이 일렁이는 듯한 기타 연주와 퍼커션 연주가 부드럽게 바탕을 깔아놓으면, 슬픔과 열정이 묘하게 뒤섞인 세자리아의 목소리가 우아하게 등장한다. "Angola"와 "Miss Perfumado"는 이 앨범의 또 다른 대표곡으로서, 클래시컬한 악기 (피아노 또는 바이올린), 싱커페이션이 강한 퍼커션 보다 극적인 세자리아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잇다.
이 앨범을 통해 세자리아 에보라와 카부 베르데의 모르나는 유럽과 북미에 널리 알려지게 되엇다. '모르나의 여왕'의 등장을 알리는 소리임과 동시에, 나아가 '월드 뮤직의 유행'을 본격적으로 알리는 소리이기도 햇다.
작은 섬나라 카부 베르데의 놀라울 정도로 풍부한 음악 문화는 세자리아 에보라 이후 등장한 많은 카부 베르데 출신 젊은 뮤지션들이 증명하고 잇다. 약 500만명이 카부 베르데에 사는 반면, 그보다 더 많은 인구가 유럽과 미국 등 세계 각지에 흩어져서 산다. 마리아 데 바로스 (Maria de Barros), 체카 (Tcheka), 루라 (Lura), 티투 파리스 (Tito Paris), 사라 타바레스 (Sara Tavares), 마이라 안드라데 (Mayra Andrade) 등 대표적인 젊은 뮤지션들 중 대부분은 카부 베르데 디아스포라 출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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