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11. 15. 17:26ㆍ이런 저런 내 얘기들/내 얘기.. 셋
뭇 고통이 이르지 않는 곳에 (衆苦不到處)
따로 한 세계가 있나니 (別有一乾坤)
그곳이 어디냐고 묻는다면 (且問是何處)
아주 고요한 열반문이라 하리라 (大寂涅般門)
이처럼 쉽게 쓴 임종계도 없을 것이다.
진각국사의 모든 시는 난해하지 않고 생생하게 다가온다.
탁월한 대시인이다. - 정찬주,《다인기행》
*
*
*
머리 깎은 중이라고해서 누구나 임종계를 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당장에 한시도 지을 줄도 알아야 하고, 알쏭달쏭 그럴듯한 내용도 담아야 하고,
또 곧바로 받아적어 줄 제자도 있어야 하잖습니까.
그런데 그거보다도 죽기 전에 말짱한 정신으로 말을 제대로 할 상황이어야만 합니다.
제 어머니를 보니까 그런건 어림반푼어치도 없게 생겼습니다.
스님들도 신부나 수녀처럼 똑같이 병원 가서 진료받고 입원하고 그럽니다.
그러다보면 그들도 죽게 생기면 마찬가지로 병원에서 임종해야 할 것 아닙니까.
죽는 사람들 보니까 대개 중환자실로 옮겼다가 1인실로 옮기더군요.
그러니까 임종게를 하려면 그런 찰나지간에 정신 날 때 해야 합니다.
상상이 되십니까?
고승들 일대기를 쓴 책을 보면 열반송 하고나서 뚜벅뚜벅 방으로 걸어들어가 죽었다는 분도 있습디다.
방 문을 삐꿈히 열어보니까 이미 앉아서 임종하셨더라는 식으로….
앉아서 죽는 것을 ‘좌탈입망(坐脫立亡)’이라고 하더군요.
책상에 엎어져서 죽는 것이 아니라 가부좌 틀고, 올방지 치고 앉아서 꼿꼿이 죽는 것을 말하는 겁니다.
등받이 의자는 없다고 봐야하니까 이마를 콕 찍으면 뒤로 벌러덩 넘어가는 상태겠지요.
그 상태로 앉아서 열반송하고는 스르르 눈감고 죽는 경우도 있다는데, 믿거나 말거나겠고.
어떤 경우든 제자는 정신을 바짝 차리고 있어야만 할 겁니다.
“준비됏냐?” 한마디하고, “다 적었냐?” 또 한마디 하고, .. ☜ 이렇게는 안할테니까,
지필묵 준비는 기본이고, 순발력 · 암기력이 출중한 제자 사람이라야만 가능합니다.
그런데 서산대사 열반송은 무지 깁니다.
만일 제가 제자라면 고분고분하게 받아적을 것 같지가 않군요.
스승님! 쪼그리고 쓸라니깐 무릎꼬뱅이도 아프고… 오
거 뭐 글 몇 줄 남겨서 사람들이 기억을 해준들… 그냥 흙으로 돌아가믄 그 뿐이라매… 여
귀찮게시리… 거 뭐 간단히 가십시다… 에에 스님……ㅁ
'이런 저런 내 얘기들 > 내 얘기.. 셋'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적우, 얼굴이 익다 싶더라니 (0) | 2011.11.28 |
---|---|
나가수에 적우가 나온다매? ^^ (0) | 2011.11.21 |
박영석 (0) | 2011.11.01 |
청승 (0) | 2011.10.22 |
논산 벌 갈 볕 (0) | 2011.10.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