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5. 23. 18:23ㆍ음악/음악 이야기
1965년 런던의 로열 페스티벌 홀에서는 명지휘자 존 바비롤리 경이 이끄는 오케스트라의 콘서트가 열리고 있었다.
그런데 그날 관객들의 이목은 지휘자보다는 오케스트라와 협연할 솔리스트에게 쏠려 있었다.
협연할 첼리스트는 만 20세가 된지 불과 3개월이 지난 젊은 여성이었다.
이윽고 협연자가 오른손에 첼로를 들고 나타났다. 그녀는 아름다웠다.
훤칠하게 큰 키에 밝은 금발의 생머리를 뒤로 넘겨 끈으로 묶고,
사춘기 남학생처럼 성큼성큼 무대로 걸어 나왔다.
그녀가 밝고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관객들을 바라보자 홀 전체가 다 환해지는 것 같았다.
의자에 앉은 그녀의 활이 현을 문지르기 시작했다.
그 순간 관객들은 소리없는 탄성을 질렀다.
그 연주회에서 자클린 뒤 프레가 연주한 곡은 영국이 자랑하는 작곡가 엘가의 첼로 협주곡이었다.
그녀는 단 한번의 연주로 영국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유명해졌다.
이제 영국은 세계에 내놓을 첼리스트를 갖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그녀가 연주한 엘가의 곡 역시 그녀 덕분에 최고의 첼로 협주곡의 하나로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자클린이 데뷔하고 나서의 5년간은 그녀와 음악계가 모두 즐거웠던 시절이었다.
뛰어난 음악성만이 아니라 발랄함과 재기로 어디서든 기쁨을 선사했다.
그런데 자클린을 사랑한 것은 비단 팬들만이 아니었다.
그녀는 열렬한 사랑에 빠졌고 겨우 스물 두 살의 나이로 결혼을 발표하였다.
상대는 그녀만큼 젊고 신동 소리를 들었던 피아니스트이자 지휘자인 다니엘 바렌보임이었다.
사람들은 키가 15센티나 작은 유태인과 매력 넘치는 국민의 연인과의 결합에 섭섭함을 숨기지 않았다.
심지어 일부 신문에서는 "영국산 장미와 이스라엘산 선인장의 어울리지 않는 결합"이라고까지 표현하였다.
그러나 두 사람은 행복하였다. 서로의 열정과 감각을 자극하면서 멋지고 신나는 음악활동을 해나갔다.
이제 사람들은 이 젊은 천재부부의 왕성한 연주활동에 박수와 환호를 아끼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연주회에서 첼로를 연주하던 도중 갑자기 자클린의 지판을 짚었던 손이 미끄러졌다.
결국 자클린은 불치병인 '다발성 경화증'이라는 진단을 받는다.
결혼한 지 겨우 6년 만의 일이었고, 그녀의 나이 28세였다.
이것은 온몸의 신경과 근육들이 굳어들어가는 무서운 병이다.
그녀의 병세는 나날이 나빠졌다. 점점 걷지도 못하게 되었으며,
처음에는 휠체어에, 나중에는 침대에 의지해야만 했다.
혼자서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된 자클린으 결국 바렌보임과 헤어졌다.
그리고 세상사람들의 기억 속에서도 멀어졌다.
반면 바렌보임은 세계 유수의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면서 승승장구했다.
그리고 끝없이 들려오는 바렌보임의 염문들은 자클린 팬들의 가슴을 더욱 아프게 만들었다.
1987년 그녀의 나이 42세,
영국발 통신들은 호흡근육의 마비로 자클린 뒤 프레 여사가 쓸쓸히 사망했다고 타전했다.
- 박종호,『내가 사랑하는 클래식』에서 발췌 -
Offenbach, Jacques / Cello.Jacqueline du Pré
토마스 베르너라는 젊은 첼리스트가 Offenbach 사후 우연한 기회에 그의 미발표 악보를 찾아내게 되었고,
Thomas werner 자신이 재클린'의 죽음을 애도하여 '재클린의 눈물'이라 는 이름을 붙여 세상에 알렸다고 한다.
2년전 노무현 대통령님 장례식때 연주되었던 곡이랍니다.
벌써 2주기가 되었군요.
2년 전에 대전역에서 경전선을 타고 내려가면서도,
진영역에서 길게 한 시간 넘게 줄 섰다가 셔틀버스를 타면서도,
도무지 실감이 안나는 거예요.
그런데 봉하마을에 당도해서 빼곡히 '謹弔'라고 씌여진 현수막과 만장을 보고나니, 그제야,
아, 노무현 대통령, 이 세상 사람이 아니구나!
눈물이 핑 돕디다.
그리고 울컥합디다. 슬픔이 아닌 분노. 국민에 대한 분노.
방명록에다 이렇게 쓰고 왔던 기억이 납니다.
"반만년 역사 속에서,
당신과 함께 했던 내가,
가장 자랑스러운 백성이 될 줄로만 알았습니다.
그런데, 당신을 이리 보내고나니,
나는 이제,
가장 쪽팔리는 백성이 되고 말았습니다."
갑자기 눈물이 막 쏟아져서 이거 한줄도 간신히 썼더랬습니다.
챙피해서 도망가서 울었던 기억이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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