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그(녀)가 지난 8월 데뷔 무대였던 1959년의 뉴포트 포크 페스티발 이후 50주년을 기념하는
음반을 내고 세계 순회 공연을 한게 올해인데,
이를 계기로 미국의 PBS가 기획하는 시리즈 <American Masters>에 그(녀)를 위한 시리즈를 만들었다.
지난 13일에 DVD로 발매되고 14일 첫 방송을 탄 이래 공개되고 있는 필름이 바로
<Joan Baez: How Sweet the Sound>인데, 그 1시간 30분 전편이 아래 링크에 열려 있다.
아마 한시적으로 12월 10일까지만 볼 수 있는 것 같다.
관심 있으신 분들은 즐기시기 바란다. 유튜브에도 있는지는 모르겠다.
Joan Baez: How Sweet the Sound사실은 나도 그(녀)의 세대는 아니다. 오히려 어머니 세대에 가깝다.
사실 가장 먼저 조안 바에즈를 알려준 것도 어머니였고,
실제 음반을 들은 것은 어릴 때 함께 살았던 이모와 삼촌이 사오던 음반을 통해서였다.
그래서 내게 팝과 락 음악을 지나치게 일찍 알게 해준 누나와 형도 그(녀)의 노래는 잘 몰랐다.
영상을 본 것은 AFKN에서 어떤 공연을 본 것이 아마 처음이자 마지막이었을 것이다.
이 AFKN이 좀 이상해서, 우리로 치면 배달의 기수를 방송해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상당히 폭넓은 프로그램들을 자주는 아니지만 상영하곤 했다.
마틴 루터 킹의 유명한 연설도 여기서 그의 생일 기념일에 보았고,
유명한 오프라 윈프리의 마이클 잭슨 인터뷰도 보았다 (엘리자베스 테일러가 깜짝 출연하던).
이야기가 샜는데, 아무튼 나는 거기서 어떤 공연에 등장한 이 긴 흑발의 여인이
아예 기타마저도 던지고 주저앉아 무릎을 두드리며 살인자 키신저가 어쩌고 하는
무시무시한 가사의 노래(<Turn me around>)를 부르는 것을 보았다.
그(녀)의 데뷔 무대는 자그마치 1959년이다.
캠브리지의 유명한 클럽47에서 노래를 부르다가 첫 공연을 하면서 미국 음악계에 큰 충격을 던진데 이어
타임 지의 커버 스토리로까지 등장한게 1962년 11월이었고,
우드스톡에서 <우리 승리하리라>를 부른게 1969년이었다.
하지만 이미 그(녀)는 이전부터 마틴 루터 킹 목사와 여러 차례 행진에 참여했다.
단순히 불려가서 노래 부르고 집에 간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킹 목사의 강력한 지지자였고 친구였으며,
반전운동가, 인권, 평화운동가였다.
그(녀)가 처음으로 '저항'을 한 것은 16살인 고등학교 때,
냉전의 절정기였던 당시의 민방위 훈련에 참여하기를 거부하고 교실에 남아 계속 책을 읽었던 그(녀)는
학교에서 축출 당했고 마을 사람들로부터는 빨갱이로 돌팔매질을 당했다.
아마 퀘이커 교도였던 부모님으로부터 평화와 비폭력의 정신을 물려받았을지도 모르겠다.
부모와 달랐던 것은 좀더 적극적으로 '저항'에 가담했다는 것일까.
아무튼 그(녀)는 1972년에는 심지어 북폭이 한창이던 북 베트남을 방문한다.
아직 피노체트의 철권통치가 한창이던 1981년에는 칠레를 방문하여
민주화운동을 하다 희생당한 분들의 유족을 방문하고,
1993년에는 학살이 절정에 달한 코소보를 방문하여 거리에서 노래를 부른다.
이뿐만이 아니다. 앰네스티 미국 지회를 만든 사람들 중 하나가 그(녀)였다.
이런 활동들에 대해서는 너무 많으므로 그냥 줄인다.
나는 그(녀)의 노래들을 좋아했다. 그리고 그(녀)의 막힘 없는 목소리를 좋아했다.
더욱 좋아한 것은 그(녀)의 정신이었고 막힘 없는 비폭력 저항의 일관된 생애였다.
물론 이쁘기도 했다.
이 필름으로 최근 모습을 처음 보았는데, 1941년생이니 무려 68세인데도 너무나 젊고 건강할 뿐더러
아직 이뻐서 깜짝 놀랐다.
교회를 통해 일찍부터 '가스펠'로 알고 배운 <우리 승리하리라> <쿰 바 야>
그리고 금지곡이었지만 어떻게든 들었던 <바람아 너는 알고 있나> <바람만이 아는 대답>
<Blessed are...> <Turn me around> <The night they drove alll dixie down>
그리고 밥 딜런과 불렀던 노래들...
이 필름에는 특히 최근에 발견된 그(녀)와 가족들의 어린 시절 영상이 있어서 좋았다.
그리고 코소보에서 유명한 거리의 첼리스트가 연주를 마치자 바로 그 의자에 앉아 즉석에서 노래를 부르는 모습, 칠레에서 민주화운동 유족들과 포옹하는 모습,
몇 해 전 암으로 세상을 먼저 뜬 여동생 미미와 노래하는 모습(이 장면에서 유일하게 눈물을 보인다),
킹 목사와의 초기 모습, 첫 공연 모습...
창밖에 비 내리는데, 덧없이 흐르는 저 많은 것들 속에서,
아름다운 것 하나를 볼 수 있어서 좋았다.
감사한다.
출처. 수지 마라톤 클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