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5. 10. 11:50ㆍ미술/내 맘대로 그림 읽기
"금방 비바람이 몰아칠 것 같은 하늘 밑 드넓은 보리밭으로, 슬픔이라든가 극도의 고독 같은 것을
나는 마음껏 표현해보고 싶었다." (반 고흐 서간전집)
죽기 며칠 전 고흐는 테오와 그의 아내에게 보낸 편지에 이렇게 썼다.
"내 생활은 뿌리가 뽑히고 내 걸음걸이도 휘청휘청한다.
나는 내가 너희들의 저주스러운 짐짝이 되어 있는 게 아닌가 하고 -
전적으로 그렇진 않을지 몰라도 어쨌든- 염려하게 되었다."
고흐를 괴롭히고 있는 것도 역시 '생활'이라는 얘기다.
현세적인 가치관에 대한 순수한 저항을 관철하기 위해서도 의식주 따위의 현실적 뒷받침은 필요하다.
이 단순한 모순이야말로 옛날 옛적부터 창조자 ·구도자 · 혁명가를 괴롭혀왔다.
그래서 자기 자신에게 채찍질을 해대지만,
그러한 행위는 그 채찍의 의미를 이해하는 자까지도 함께 쓰러뜨리고 마는 것이다.
즉 그들은 자기 자신뿐 아니라 타자에 대해서도 창조자 ·구도자 ·혁명가이기를 끊임없이 요구한다.
그것이 '짐짝'인 것이다.
그러므로 '슬픔과 고독'은 고흐에게만이 아니라 테오에게도 있었다.
처절한 색채감각으로 그것을 표현해내는 것이 형의 역할이었고, 말없이 감수하는 일이 아우의 몫이었다.
사까자끼 오쯔로오는『고흐의 유서』에서
고흐와 테오 사이에 '창조하는 인간'과 '감상하는 인간' 사이의 어쩔 수 없는 단절이 있었다고 말한다.
- 서경식, 《나의 서양미술 순례》 -
£
이 글을 쓰신 서경식님의 두 형님 분들이 간첩죄란 누명을 쓰고 15년간이나 감옥살이를 했습니다.
재일교포인 두 분이, ‘나와 내 조국의 정체성을 찾기 위해서’ 직접 남과 북의 현실을 둘러보겠다며 나섰는데,
북한을 먼저 들렸다가 한국에 들어와서 붙잡혔습니다.
연일 긴급조치 1호, 2호, 3호, ....,15호, 공안정국 조성에 혈안이었던 박정희 정권에게 호재였을 터,,
'올타 마침 잘 걸렸다', ─ 반공법, 간첩 혐의를 씌워 국내외 정치적으로 이용해 먹은 ─ 희생양이 되어,
대학생 때 잡혀들어간 사람들이 마흔이 넘어서야 풀려나왔습니다.
감옥에서 십 수년만에 나왔으니, 재일교포로서 의식주 문제부터 해결해야 돼서 억울해 할 새도 없었답니다.
먼저번에 성공회대 교순가가 그랬죠, 자기 학교 다닐때 똑똑했던 친구들은 민주화 운동이나 노동운동하다가
잡혀들어가고, 비리비리 무개념의 찌끄래기 인생들이 지금 자기처럼 대학교수를 하고 있다고.
.
.
.
그림을 그리자면 돈이 꽤 들겠죠? 에휴~
물감도 사야 하고 붓도 사야 하고, 출품도 하고 전시장도 빌리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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