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4. 7. 11:29ㆍ詩.
새와 나무
류시화
여기 바람 한 점 없는 산속에 서면
나무들은 움직임 없이 고요한데
어떤 나뭇가지 하나만 흔들린다
그것은 새가 그 위에 날아와 앉았기 때문이다
별일없이 살아가는 뭇사람들 속에서 오직 나만 홀로 흔들리는 것은
당신이
내 안에 날아와 앉았기 때문이다
새는 그 나뭇가지에 집을 짓고
나무는 더 이상 흔들리지 않지만
나만 홀로 끝없이 흔들리는 것은
당신이 내 안에 집을 짓지 않은 까닭이다.
■
■
제가 가입한 카페 수가 20개도 넘는 것 같습니다.
자료 검색을 하다보니 그렇게 된 겁니다.
저는 블로그보다는 카페에서 주로 베껴옵니다.
블로그는 네꺼 내꺼 따지는 사람도 많고, 또 나중에 보면 닫아버려서 배꼽이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그런 점에서 카페가 좋은데, 그런데 카페는 블로그와 달리 가입을 해야만 더 뵈주지 않습니까?
거의 모든 카페에 보면 詩코너가 있더군요.
(글타믄 시문학 저변이 굉장히 넓다는 얘긴데, 왜 시집이 안 팔린다는 건지...??)
자작시도 있지만 기성시인의 시를 나름대로 편집해서 올린 게 많은데,
아시다시피 시에다가 그림 걸고, 음악 끼워놓고, 하거든요.
저도 '그 짓' 즐겨했습니다. 그래야 예쁜 것 같고 구색이 맞는 것 같아서요.
그런데 가만 생각해보니까 이게 어쭙잖은 짓이더라구요.
그것도 작품이라면 작품인데,
시에 어울리는 이미지 그림 얹고, 맞는 분위기 음악을 넣는다는 것은,
시를 완벽하게 이해를 한다는 전제가 아니겠습니까?
과연 그러냐 이거죠.
지금 이 詩, <새와 나무>를 보십시다.
대충 뭔 뜻인가는 알겠는데,
이 추상적인 詩意를 형상화한다면 어떤 이미지의 그림이나 사진을 가져와야 할까요?
샙니까? 나뭅니까? 사람입니까?
음악은 또 어떻습니까?
되게 어렵지요?
입장 바꿔서 내가 시인이라고 해봅시다.
전혀 엉뚱한 이미지의 그림과 음악을 삽입해 놓고 사람들이 돌려본다면 얼마나 황당하겠습니까?
그러니까 시를 시각적 청각적 이미지로 바꿔놓는 일은 신중해야겠다는 것입니다.
차라리 시만 달랑 올려놓는 것이 백 번 천 번 낫다는 생각이 듭니다.
제가 껍쭉대는 건가는 모르겠는데,
다른 분들의 블로그랑 비교해보면 제가 하는 포스팅이 예쁜 편입니다.
그러다보니 예전에 저를 흉내내는 분이 생겼습니다.
글을 아주 잘 쓰는 분인데, 어울리지 않는 음악을 삽입해서 좋은 글의 품격을 스스로 떨어트리는 걸 보면서,
뭐랄 수는 없고 속으로만 안타까워한 적이 여러번 있었습니다.
내가 내 글을 쓰면서 내 맘에 드는 음악을 넣겠다는 거야 아무 상관 없겠죠.
'사랑'을 주제로 글을 쓰면서 '세상은 요지경' 같은 음악이야 넣겠습니까?
또 허접하다 싶은 글을 올릴 땐 양수겹장으로 써먹을 수도 있다고 봅니다.
아니면 그림이나 음악을 主로 하고 글을 들러리로 채우는 경우도 있구요.
그런데 여행기를 쓸 때는 음악이 꼭 필요하더군요.
때론 글로 늘어놓는 대신에 사진만 걸어두고 음악만 들려주고 싶을 때가 있거든요.
이럴 땐 음악 골르는 데 시간이 좀 걸리죠.
근데 지금, 제가 골라온 이 음악 어때여? 맞아여? ㅎㅎㅎ
'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천상병 유고시집 중에서 (0) | 2011.04.08 |
---|---|
술 시... 천상병「막걸리」& (0) | 2011.04.07 |
류시화 시모음 (0) | 2011.04.07 |
천상병 시모음 (0) | 2011.04.07 |
백창우 <거리 1. 2. 3> 外 (0) | 2011.03.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