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상병 유고시집 중에서

2011. 4. 8. 12:18詩.

 

 

 

 

맥주 1

 

 

나는 요사이

맥주 두 병으로 만족한다.

오전 열 시에 한 병 마시고

오후 두 시에 한 병 마신다.

 

맥주 두 병을

하루에 마시는 것은

건강에도 좋고

기분도 매우 좋다.

 

나이 육십넷이 되니

이렇게 술주량이 약해졌다

참으로 참으로 다행한 일이다.

 

 

 

 

 

 

 

 

맥주 2

 

 

내가 젊은 때

말하자면 대학생때

친구와 둘이서

명동 맥주집에서

 

맥주를 사십여덟 병이나

한자리서 마신 적이 있었습니다.

그 덕택으로 만취하여

제대로의 집으로도 가지 못하고

 

왕십리 시장에서 잤는데

방도 깨끗하고

이부자리도 완전히 깨끗하여

나는 다만 하나님의 은총이라고

굳게 믿게 되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그것을 알고

진짜 방주인을 기다리고 있었으나

아무래도 나타나지 않아

할 수 없이 혼자

그 방을 떠날 수밖에 없었습니다.

 

나이 육십세 살 된 지금에는

하루에 두 병밖에 안 마시니까

되려 건강이 더 좋아집니다.

 

 

 

 

 

 

 

 

麥酒頌

 

 

20대, 30대, 45세까지는

소주만 마셔대고

47세 48세때는

막걸리만 마시고

일체 음식물을 안 먹었더니

59세 말에는

내 배가 임산부처럼 퉁퉁 부어올라,

할 수 없이 친한 친구인

鄭源石 박사가 원장으로 있던

춘천의료원에 입원하여

구사일생으로 살아났었다

5개월이나 걸려서 ─

 

살아남은 나는,

술은 일체 안 마시려 하다가,

술꾼이었던 내게,

아내가 슬기롭게도

맥주를 마시라고 하여,

퇴원 후부터는

OB맥주만 하루에 두 병씩

마시고 있다

 

 

 

 

 

 

 

 

강태열 시인

 

 

강태열 시인처럼

내게 고맙게 해준 시인도 드물다.

 

우리 내외가

처음 2, 3년은

돈 때문에 무척 고생이 많았다.

 

그런데

그런ㅇ 고생중에

난데없이 헡태열 시인이

 

돈 삼백만 원을 빌려주면서

천상병 시인에게 술을 끊이지 말라고

아내에게 당부했다는 것이다.

 

현명한 아내는

그 돈으로 인사동 가까운 관훈동에

<歸天>이라는 카페를 내어

이제는 부유하게 살게 되었다.

 

그 삼백만 원은 이젠 갚았지만

그 뜻이 얼마나 고마운가!

나는 늘 강태열 시인의 그 고마움을

한시도 잊은 적이 없다.

 

 

 

 

 

 

 

 

담배

 

 

담배는 몸에 해롭다고 하는데

그걸 알면서도

나는 끊지 못한다.

 

시인이 만일 금연한다면

시를 한 편도 쓸 수 없을 것이다.

 

나는 시를 쓰다가 막히면

우선 담배부터 찾는다.

 

담배연기는 금시 사라진다.

그런데 그 연기를 보고 있으면

인생의 진리를 알 것만 같다.

 

모름지기 담배를 피울 일이다.

그러면

인생의 참맛을 알게 될 터이니까!

 

 

 

 

 

 

 

 

新春

 

 

1월1일에 발표되는

신춘문예는

왜 신춘이라고 하는가?

 

사람들은 겨울에

봄을 생각하면서 사니까

신춘인 것이다.

 

눈길을 걸을 때도

항상 봄을 생각하며 걸으니

어찌 새로운 봄이 아니겠는가?

 

 

 

 

 

 

 

 

徐廷柱 선생

 

 

내가 다소 모자라는 생각인지 몰라도

선생님은 이미

노벨상을 탔어야 할 분이시다.

 

선생의 시의 문장의

그 우수초월성은

한국을 넘고 아시아를 넘었다.

 

그 솔직함과 정직성은

선생 시의 구절구절에 넘쳐나고

그 소리없고 말없는 그 겸손함이여.

 

 

 

 

 

 

 

 

시로 쓰는 《김삿갓》론

 

 

《김삿갓》을 6권이나 읽고

나는 천하의 명작을 읽어서

감동이 쉬이 갈앉지 않았다.

 

펄 벅의 《대지》보다 더 훌륭하고

이고의 《레미제라블》보다 좋고

하여튼 한국사람은

다 읽어야 할 책이다.

 

정비석씨는 나는 알지만

씨는 나를 잘 모를 것이다.

훌륭한 작가요 인물이다.

반드시 노벨상을 타야 할 작품이다.

 

 

 

 

 

 

 

 

꼭 읽어야 할 책

 

 

정비석의 《김삿갓》과

이재운씨의 《토정비결》 두 책은

한국 지식인이면

꼭 읽어야 할 책입니다.

 

너무나 너무나  재미있고

지식도 많고 교양도 많고

몰랐던 것을 너무나 많이 알려줍니다.

 

나는 이 책을 읽을 때

담배 피우는 것도

맥주 마시는 것도 잊곤 했습니다.

 

 

 

 

 

 

 

 

 

 

 

#「유고시집」이란 것은 시인이 죽은 이후에 생전의 원고가 발견되어서, 사후에 다른 사람이 발행한

시집이란 뜻이지요? 본인이 생전에 발표하기를 꺼렸던「미발표시」라면 어떻게 되는 거죠?   천상병

시인의 부인인 목여사님이 알뜰살뜰 챙겨주신 걸로 아는데, 어떻게 뒤늦게야 유고가 발견되었을까요.

유고시집에는 52편의 시와 수필, 일기가 들어있습니다. 사정이야 제가 모릅니다만, 눈에 띄는 詩가 별

로 보이지 않는 걸로 봐서는 천상병 시인이 발표를 원치 않았던 것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 「서정주 선생」을 보면서 놀리는 詩거니 생각했는데「시로 쓰는 김삿갓론」「꼭 읽어야 할 책」을

보니까 그것도 아닌 것 같습니다. 정비석의『김삿갓』5권인가 6권인가는 저도 읽었습니다. 그리고 이

재운의토정비결』도 읽었습니다. 토정비결은 베스트셀러였지요. 그렇다하더라도 시인이 이렇게까지

상찬한다는 것은 아무래도 좀 어색합니다.  아무래도 이 '유고'라는 원고는 본인이나 부인이나 발표

하기를 꺼려한 것으로 여겨집니다.

 

# 저는 천상병 시인에 대해서 몰랐습니다.「귀천」이란 시 때문에 이름만 알았습니다. 동백림 사건에

연루돼서 옥고를 치루시고 심하게 고문을 받으셨다는 것, 부인이 카페를 차렸는데 많은 문인들이 도와

준다는 것, 이런 정도밖에 몰랐습니다. 오늘「저승 가는데도 여비가 든다면」이란 시집과 이 유고시집

을 보는 중입니다. 어떤 분이 말씀하시길, 천상병 시인의 작품은 전 후로 나누어야 한다면서, 후기에는

이렇다 할 문학성을 보여주지 못해서 안타깝다고 한 얘기에 점차 동의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나의 새마음

 

우리나라 최근의 새마을 운동과 함께 요사이는 새마음운동이 한창인 것 같다.

새마을운동은 농민의 것이요 새마음운동은 도시민들의 것이다.

새마을운동으로 우리나라 농민들이 활기를 소생하자 도시의 시민들도 일어선 것이다.

도시와 농민의 차가 거의 없어진 지금의 우리나라는 온 세계가 놀라는 발전국가가 되었다.

해외의 경제학자들이 입을 모아 우리나라를 최고로 추켜세우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박정희 대통령의 공덕은 앞으로 두고두고 칭송받겠지만

너무나 고마우신 '나라사람'이 아닐 수가 없는 것이다.

이런 판국에서 난ㄴ들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어떻게 무엇을 하나 라고 생각하고 있다가 금연운동을 시작하기로 하였다.

 

 

 

 

 

1989년 8월 16일 (수)

 

오늘 <세느>다방에 오랜만에 다녔다. 카운터 마담도 다르고, 레지도 전부 중에 오양만 남아 일하고 있었다.

그 오양이 단골손님이라고 라이터를 주느데, 어찌 안 받을 수가 있겠던가!

그리고 혜화동에 와서 시집독서실을 찾으니 김경민씨는 없고 아랫사람이 돈 천 원을 준다.

근처의 카페 쇠죽가마에서 조그만 병 하나로 맥주 마시고 나왔다.

신문을 보니 영등포 을 선거가 재선거인데 왜 이리도 비합리적인지? 그래서 나는 정치가 싫다는거다.

그렇지만 노 대통령께선 민정당 청년국장을 시켜 내 시화(詩畵)를 20만원 주고 사셨고,

강영훈 국무총리는 軍의 군단장 숙소로 우리 문학가협회 일행 30여 명이 가서 재미나는 일도 있었다.

명목은 군 위안인데도 우리는 다만 강 군단장님 숙소에서 점심을 맛있게 먹고, 또 강 군단장께서 ( ....... )

김재순 국회의장님은 내 商大 선배로 재학생때부터 나를 사랑해주셨고,

국회의원이 됐어도 꼭꼭 천 원씩 주신 후한 선배였다. 너무 높아서 찾아갈 수는 없고 관운만 빌 뿐이다.

 

 

 

 

# 이해가 안된다.

  시집을 더 읽을 필요가 있을지 모르겠다.

  아래 글은 다른 책에서 베낀건데, 이걸로 마칩니다.

 

 

 

奇行(?)

 

오갈데 없는 천상병의 신세가 딱하여 시나리오 작가 S씨는 그를 자기 집으로 데리고 갔다.

S는 직장으로 나갈 때마다 대문간까지 따라나오는 천상병에게 술값을 어마씩 쥐어주었다.

천상병은 그 돈으로 술을 사다 마셨는데, 혼자 마시려니 술맛이 나지 않았다. 그래서 초등

학교도 들어가기 전인 S씨의 딸에게 술 한 잔씩 따라주면 얼마를 주기로 하고,  술을 따르게

했다. 그런 날이 여러날 계속 되었고, 천상병은 기분이 좋아서 나날을 해롱해롱 보냈다. 그

러던 어느 날, S씨는 딸이 주지도 않은 돈을 가지고 있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그것이 천상

병의 소행임을 알고 그길로 거리로 쫒아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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