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3. 15. 11:25ㆍ詩.
거리 · 1
너는 모를거다
때때로 내 가슴에 큰 소나기 쏟아져
내 삶을 온통 적시는 것을
어디론가 멀리 떠나가
꿈도 없는 긴 잠 속에 며칠이고
나를 눕히고 싶다
너는 모를거다
때때로 내 가슴에 큰 바람 몰아쳐
내 눈과 귀를 멀게 하는 것을
아무도 없는 어둠 한구석 찬 벽에 등 기대 앉아
새벽이 오도록 별을 바라보고 싶다
나는 안다
너는 내 마음 속에, 나는 네 마음 속에
이토록 크게 자리잡고 있지만
때때로 우린, 철저히 혼자라는 것을
거리 · 2
그래, 그럴수도 있겠지
너는 너를 살고
나는 나를 살아
우리의 삶이 많이 달라보일 수도 있겠지
네가 쫓는 파랑새가
내 앞길엔 없고
내가 찾아내 이름 붙여준 아주 조그만 별이
네 하늘엔 없을 수도 있겠지
네 마음을 울리는 노래가
내겐 별볼일 없고
내 영혼을 사로잡는 시 한 편이
네겐 그저 그럴수도 있겠지
그래도 우린 이렇게 함께 살아가지
가끔 서로의 살아있음을 확인하며
넌 너의 이름을 갖고
난 나의 이름을 갖고
넌 너의 얼굴로
난 나의 얼굴로
거리 · 3
그대와 내가어느 만큼의 거리를 두고
서로를 바라보는 일은참 좋다.
사랑은 둘이서 한 곳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각기 바라보는 것에 대해 이해하는 것
그대는 그대의 길을 가고.. 나는 나의 길을 가더라도.
우리 사랑 훼손받지 않기 위해 할 일은..
그대가 어느 만큼의 거리를 두고.. 나를 사랑하는 일..
내가 어느 만큼의 거리를 두고.. 그대를 사랑하는 일..
그래, 그런 거겠지
1
그래, 그런 거겠지
산다는 게 뭐 그런 거겠지
새벽녘 어머니의 밭은기침처럼
그렇게 안타까울 때도 있는 거겠지
그래, 그런 거겠지
산다는 게 뭐 그런 거겠지
장마철 물이 새는 한낮의 짧은 잠처럼
그렇게 어수선할 때도 있는 거겠지
아무렴 삶의 큰 들에 고운 꽃만 피었을라구
그래, 그런 거겠지
산다는 게 뭐 그런 거겠지
2
그래, 그런 거겠지
산다는 게 뭐 그런 거겠지
해거름 늙은 농부의 등에 얹힌 햇살처럼
그렇게 쓸쓸할 때도 있는 거겠지
그래, 그런 거겠지
산다는 게 뭐 그런 거겠지
겨울밤 연탄불이 꺼진 구들방처럼
그렇게 등이 시려울 때도 있는 거겠지
아무렴 삶의 긴 길에 맑은 바람만 불어올라구
그래, 그런 거겠지
산다는 게 뭐 그런 거겠지
참을 수 없는 존재의 무거움
백창우
나 정말 가벼웠으면 좋겠다
나비처럼, 딱새의 고운 깃털처럼 가벼워져
모든 길 위를 소리없이 날아다녔으면 좋겠다
내 안에 뭐가 있기에
나는 이렇게 무거운가
버릴 것 다 버리고 나면
잊을 것 다 잊고 나면
나 가벼워질까
아무 때나 혼자 길을 나설 수 있을까
사는 게 고단하다
내가 무겁기 때문이다
내가 한 걸음 내딛으면 세상은 두 걸음 달아난다
부지런히 달려가도 따라잡지 못한다
나 정말 가벼웠으면 좋겠다
안개처럼, 바람의 낮은 노래처럼 가벼워져
길이 끝나는 데까지 가 봤으면 좋겠다
Your Love(Once Upon A Time In The West ost) - Dulce Pont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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