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석헌 / 그 사람을 가졌는가
2010. 10. 13. 13:40ㆍ詩.
그 사람을 가졌는가
만리길 나서는 길
처자를 내 맡기며
맘놓고 갈만한 사람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온 세상 다 나를 버려
마음이 외로울 때에도
"저 맘이야"하고 믿어지는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탔던 배 꺼지는 시간
구명대 서로 사양하며
"너 만은 제발 살아다오" 할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마지막 숨넘어오는 순간
그 손을 부썩쥐며
"여보게 이 조선을"할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불의의 사형장에서
"다 죽여도 너희 세상 빛을 위해
저만은 살려 두거라" 일러 줄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잊지못할 이 세상을 놓고 떠나려 할때
"저 하나 있으니"하며
빙긋이 웃고 눈을 감을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온 세상의 찬성보다도
"아니"하고 가만히 머리 흔들 그 한 얼굴 생각에
알뜰한 유혹을 물리치게 되는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가졌거든 그대는 행복이니라
그도 행복이니라
그들을 가지는 이 세상도 행복이니라
그러나 없거든 거친 들에 부끄럼 뿐이니라
(1947. 7. 20)
註)
4째연과 마지막 연은 2000년 3월 한길사에서 저작집 간행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육필원고를 발견하여 새로이 추가한 것이다.
출처. http://blog.daum.net/hyounjlee/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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