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치미-김칫국물 국수

2009. 10. 17. 07:38이런 저런 내 얘기들/내 얘기.. 하나

  

 

 

       

  

 

  

인제 양구엘 가면 날씨나 기온이 확연히 틀립니다.

많이 춥습니다. 지금 살고 있는 대전과도 체감온도가 3도 이상 차이가 나는 것 같습니다.

'속초' '강릉' 하는 영동지방과도 많이 다르지요.

아무튼 인제 양구는 겨울이 빨리 오고 길게 느껴집니다.  

  

당시엔 모든 집들이 김장을 하면 땅속 항아리에다 묻었듯이

우리도 뒤란 샘 옆에다 작게 구덩이를 파고 항아리 두 개를 묻었습니다.

항아리 위에는 너절한 이불이나 안 입는 옷가지로 덮어놓고,

다시 그 위에다 초가지붕처럼 이엉을 만들어서 또 덮었습니다.

  

   

겨울밤에 밤참으로 국수를  자주 말아 먹었던 기억이 나는데,

바로 이런 국수였습니다.

맑은 동치미 국물에다 그냥 깨보생이랑 미원만 조금 넣고 먹거나,

아니면 이 사진처럼 동치미국물과 김칫국물을 적당히 섞어서도 먹었습니다.    

 

동치미 국물을 뜨러 가보면 얼음이 늘 꽝꽝 얼어 있습니다.

형 누나는 국수를 삶고, 동치미국물을 떠오는 것은 동생들 차지였는데,

정말로 어린애가 얼음을 깨고 국물을 떠 오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어머니가 항아리 옆에다 어른 주먹만한 돌맹이를 놓아두셨던 걸 보면, 그렇습니다.    

 

동치미 국물을 떠오는 동안에도 그 위로 살얼음이 얼 정도로 추웠습니다.

국물이 얼마나 찻겠습니까?

그래도 오돌오돌 떨면서 국물 한 방울 남기지 않고 맛있게도 먹었습니다.

하` 속이 떨려서 이불을 뒤집어쓰고 먹기도 했습니다.

지금도 그때의 情景이 눈에 선하게 그려집니다. 

 

 

 

 

        

  

 

         

 

  

 

그 때 곁들여서 먹었던 김치는 이런 김치가 아닙니다.

강원도는 김장 담을 때 배추 속에다가 통 무우를 쿡쿡 쑤셔박아 넣습니다.

그걸 '무우 소박이'라고 하는 건지 어떤 건지는 모르겠는데,

아무튼 통 무우를 큰 거는 세로로 두 조각 네 조각으로 길게 쪼개넣고,

작은 것들은 그냥 통채로 찔러 넣습니다.

나중에 꺼내보면 무우도 배추마냥 속에까지 간이 잘 배어 있습니다.   

 

맛이 기막히지요.

그리고 큼지막한 통무우를 그냥 젓가락 쿡찔러서 뭉텅뭉텅 베먹어야만 합니다.

숭숭 썰어놓으면 완전히 베려놓는 겁니다. 진짜로 한 순간에 맛이 변하거든요.

   

제가 집에서 김장 담을때마다 이 얘기를 누누히 합니다만,

담는 분들이 감이 안 잡히나 봅니다. 그 쉬운 걸 못합니다. 시늉만 냅니다.

그래서 명태를 넣고 어쩌니 하는 말들은 아예 꺼내지도 않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그 무우김치의 추억도 잊기로 했습니다.

 

지금도 어머니가 하시긴 하십니다만 옛맛이 아닙니다.

어머니가 연세 드시면서 김치 담그는 솜씨가 형편없어졌습니다.

그건 어머니 책임이 아니고 전적으로 아버지 책임입니다.

아버지가 입맛이 변하면서 지독하게 짜게 잡수십니다.

제가 요즘들어 자꾸 젖갈에 손이 가는 걸 보면 아버질 닮아가는가 봅니다.

   

 

저는 겨울이고 여름이고 사시사철 가리지 않고,

혼자서 김치국물에 국수를 잘 말아먹습니다.

동치미 국물이 없으면 냉면육수 사다가 거기에 김칫국물 부어도 되고,

그것 마져도 없으면 그냥 김칫국물에 물 붜버리면 됩니다.

국수 삶는 동안이면 띄워논 얼음덩이가 녹아서 국물이 시원해집니다.

제 아이들도 몇번 해줬더니 이젠 그런대로 잘 먹습니다.   

   

세상에 그렇게 간편하고 쉬운 음식이 어딧습니까? 

그런데 그 맛을 충청도 사람들은 모릅니다. 제가 이런 얘기를 하면 희한하게 쳐다봅니다.

냉국수의 참 맛을 아는 이들은 한강 이북 사람들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희한하지 않습니까?

비교적 식재료가 풍부했을 남녘 사람들 보다도 북녘 사람들의 음식문화가 더 발달했다는 것이 말입니다.

지금도 보십시요,

남북 정상회담이나 이산가족 상봉할 때는 좀 그렇다치더라도,

가난에 쩔어 살았다던 탈북자들마져도 남한의 음식솜씨에 대해서 이러쿵 저러쿵 타박하는 걸 보면

분명 북쪽 사람들의 음식솜씨가 우리보다 낫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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