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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저런 내 얘기들/내 얘기.. 하나

부모님 모시고 처음 여행이란 걸...

 

  

 

   

       아버지와 외조카 윤식이. 작년 여름 서울구경 갔을때다. 

 

 

 

15년 됐나?

그땐 어째 하는 일마다 모두 꼬이냐.

사는 형편이 다 뭐야? 사람 구실도 못하고 살았어.

그런데 어느날 '불현듯 생각이 나서' 아버지를 찾아뵈니 아주 파싹 늙으셨더라구.

차암_, 환장하겠더만.

그러니까 그동안 아버지 어머니랑 줄창 왕래를 하고 다녔어도 얼굴 한번 제대로 살펴본 적이 없었단 얘기지.

그렇게 무신경 했어, 내가.

아, 아차 싶대.

아버지가 어느새 칠십이야.

당장 돌아가셔도 그려려니 해야 할 연세가 되셨더라구.

도대체 그동안 내가 뭔 생각을 하며 살은 거야.

참말로 환장하겠더만.

이건 아니지.

또, 내가 어느 세월에 잘 풀린다는 보장이나 있어?

그래, 나아진다고 쳐. 그러면 그땐 또 부모님 연세가 어떻게 되는데?

아니더라구. 이렇게 살다간 안되겠더라구. 

아버지가 여행을 엄청 좋아하시지.

그래 떠나자.

목적지도 정하지 말고, 그저 아버지가 원하시는 곳으로,

몇 날이 걸리던, 몇 십 일이 걸리던, 

눈 딱 감고 떠나는 거야.

좋아, 부자지간에 한번 원없이 회포나 풀고 오자.

  

그렇게 떠났더랬습니다. 

 

 

 

 

 

 

 

 

얼마 전에 강원도 양구에 있는 큰댁에 다녀왔잖습니까?

그때 어머니도 함께 가시기로 했었습니다.

떠나기 전 날에 전화드렸을 때까지도 그리 말씀하셨습니다.

그런데 막상 담 날 모시러 들어가니 못 가시겠답니다. 제가 봐도 무리로 보였습니다.

결혼식도 그냥 결혼식이 아니라, 큰형님네 둘째와 막내를 한 몫에 내보내는 합동결혼식이고,

큰아버지 제사도 있고, 조상 산소에 들려서 벌초하는 것도 보시고, ... ,

얼마나 가고 싶으셨겠습니까?

이번이 마지막이란 걸 감지하고 계셨을겁니다. 저 역시도 그리 생각했구요.

세월이란 게 그렇습디다. 불과 일 년만에, 아니 삼 개월만에 이리 되고 마는군요.

야속하지요. 

그래도 제가 모시고 한번 더 다녀올 겁니다.

뒷자리에 아예 푹신한 이부자리 한 채 싣고 가면 안되겠습니까?

이리 끝낼 수야 없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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