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10. 16. 14:04ㆍ이런 저런 내 얘기들/내 얘기.. 하나
지난 봄에 함평 나비축제장에서 찍었던 사진입니다.
저는 어머니가 담근 된장만 주로 먹는데,
어머니가 이젠 장 담글 기력이 안되시니 이거 큰일 났습니다.
더는 장 못 담으시겠다고 공식적으로 선언도 하신 터입니다.
된장 떠주실 때 들여다봤는데, 항아리에 얼마 남지도 않았습니다.
둬 달전에 이모네 집에 뭔 일로 형제들이 모였을때
언제고 날 잡아서 모두 들어가서 장 담그자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어째 다들 시큰둥한 반응입디다.
저는 "어 참 그래야지, 서둘러야 돼" 할 줄로 알았습니다.
저처럼 절박하지가 않은 눈치입니다.
나름대로 뭔 대체수단이 있다는 건지, 있으면 먹고 없으면 말지,식입니다.
그러니 나만 똥줄 탄 겁니다.
어머니가 담그신 된장은 특이합니다.
여태 어디서건 비슷한 된장 맛을 본 적이 없습니다.
쫌 짠 편이지요.
된장 색깔이 시커멓고, 맛이 아주 칼칼합니다.
한마디로 구수한 맛은 없는 반면에 뒤끝이 텁텁하지 않고 깔끔한 된장입니다.
안식구 얘기를 들어보자니, 그래서 국이나 찌개를 끓일때 다른 된장과 섞어서 쓴다는군요.
일본 된장 있잖습니까? 미소된장이라고 하던가요?
저는 그 된장국을 먹으면 미치겠습니다. 갈증이 나서 안절부절 할 정돕니다.
꼭 똥누고 뒤 안 닦은 기분입니다.
저는 뭔가 매콤한 걸 먹어야만 마무리가 됩니다.
해외여행 나가서 호텔 부페 먹을때면,
예전에는 그래도 그럭저럭 견뎠는데, 지금은 못 참겠습니다.
이번에도 아주 혼났습니다.
제가 근래 들어서 입맛이 많이 변한다는 걸 느낍니다.
점점 기름진 게 싫어지고 담백하고 매콤한 것만 찾게 됩니다.
그러자니 어머니 된장이 제겐 필수인 셈인데,
어머니 연세가 80세가 넘으셨잖습니까?
가끔 방송에서 식당 소개할 때 "어머니가 해주시던 손 맛" 어쩌구 합니다만,
저는 진짜루 어머니 된장이 아니면 안되기 때문에, 어머니 돌아가시면 그걸로 끝입니다.
어머니 장 담그는 방식이 북한식이라고 듣긴 했습니다만,
그야 또 알 수 없지요. 북한도 여기 저기가 다 다를 것 아닙니까?
그래서 우리만이라도 이래저래 메주를 쒀다가
어머니께 가서 한 항아리 담아놓고 오자고 얘기했습니다.
이번에야말로 정신 바짝 차리고 제대로 배워야지요.
그러고 나선 아무도 못 퍼가게 철조망을 콱 쳐놓고 나올 겁니다.
약오르잖아요.
▒ superbedro ▒
'이런 저런 내 얘기들 > 내 얘기.. 하나'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배호. (0) | 2009.11.16 |
---|---|
동치미-김칫국물 국수 (0) | 2009.10.17 |
부모님 모시고 처음 여행이란 걸... (0) | 2009.10.07 |
부모님 사시는 집 (0) | 2009.10.01 |
내일 여길 가긴 가는데... (0) | 2009.09.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