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3. 7. 08:35ㆍ책 · 펌글 · 자료/문학
마당에 눕게 된다면 먼저 우리의 둘레를 보호하는,
눈에 보이지는 않으나 실재하는 몸의 위기(衛氣)처럼
마당을 감싸 안는 울타리를 다정스레 바라볼 일이다.
그러면 울타리의 아늑함과 더불어
주변을 감돌며 和氣처럼 환하게 꽃등을 밝힌 나팔꽃이며 호박꽃들이 보일 것이다.
......
울타리를 둘러보고 난 후에는
고개를 돌려 등을 붙이고 반듯이 누워
우리의 눈길이 자연스럽게 뻗어가는 위쪽의 하늘을 바라보자.
그러면 높디넓은 하늘 나라가 감탄의 마음을 일으키며
상부로부터 벅차게 다가올 것이다.
......
누워서 대지의 사람으로 하늘과 넓고 깊은 교감의 신비를 마음껏 나누고 있노라면,
우리의 몸은 하늘색으로 물들고,
온 마음은 하mf 나라로 가득차고,
우리의 온 영혼은 하늘의 신성으로 울렁이게 된다.
그리하여 내가 땅의 사람이자 하늘에 속한 사람임을 느끼게 된다.
......
마당이 있다면
그리고 우리가 그 마당의 진가를 알 수 있는 사람이라면,
마당에선 이런 우주적 사건이 날마다 일어날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실존과 영혼은 이로 인하여
한결 수행자의 그것처럼 잘 닦여 빛나는 가운데
참모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
......
이렇게 마당에서 잠이 들게 되는 날이면,
분명치는 않지만 어떤 기이한 느낌에 빠져든다.
그것은 이 지구 속에서,
아니 우주 속에서,
자신이 얼마나 작고 가벼운 존재인지를 실감하게 되는 것이다.
스스로를 작고 가볍게 느낄 때,
우리는 초라해지기보다
존재가 지닌 부피나 무게감에 대한 줄이며 오히려 편안해질 수 있다.
또한 마당에서 잠이 들다 보면,
그가 어른일지라도 야영의 즐거움을 누리게 된다.
땅을 요로 삼는다는 그 거창한 느낌까지야 가질 수 없더라도,
우리 자신이 한 마리 짐승이 되어
이 자연과 우주의 마을에,
'살아서' 함께 머무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사람들은 하늘의 달과 별을 두고 다르게 말한다.
달은 떠 있고, 별은 박혀 있다고 이야기 하는 것이다.
정말이지 적절한 표현이다.
달은 하늘의 바다에 무게 없이 편안한 배처럼 떠 있는 것 같고,
별들은 마치 여문 씨앗처럼
어딘가에 깊이 총총히 박혀 있는 것 같다.
그래서 달의 흐름과 넓이의 표상이라면,
별은 강한 응집과 발산의 표상이다.
달의 빛이 부드럽고 고요한데 반하여
별빛은 얼마나 영리하고 밀도가 강하며 쨍쨍한 기운을 느끼게 하는가.
달과 별은 이렇게 서로 다른 하늘의 짝이다.
......
......
달의 고요하고 성숙한 우아함에 비하면 별은 동화적이다.
그 동화적인 별들이 총총히 얼굴을 드러내는 밤엔
마당에 나온 사람들도 동심으로 돌아간다.
......
마당이 동심의 장이 된다는 것,
그것은 무엇보다 밤하늘의 동화적인 별들의 방문에 의해서다.
......
요즘은 어른들도, 아이들도 별을 보러 거창한 천문대로 간다.
크고 비싼 망원경의 도움을 받아 그들을 관찰하고
별에 관한 슬라이드를 보며 공부하기도 한다.
그들은 별에 대해 많이 아는 것 같다.
그러나 앎이 삶은 아니다.
도회의 그들과 별들 사이엔 구체와 추상 사이 같은 틈이 있고
그들이 별들과 더불어 사는 내용의 질도 만족스럽지 못하다.
.......
별들을 보고 별들과 살기에 적합한 장소는 시골집 마당이다.
입장료도, 망원경도 없는 마당에 그저 큰 대 자로 누워
하늘을 향해 우리의 눈길만 사랑스럽게 보낸다면,
별들은 밤새도록 우리의 육안이 뻐근하도록 그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Shardad Rohani .. Golden Dre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