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르차(Orcha)

 

  

  

 

 

 

인도는 말이요, 9인승 봉고만 돼도 말이요, 조수가 타오. 조수도 나이가 많소.

<바라나시>에서 노젓는 배 탔을 때도 그러고보니 조수가 있었소. 

 

 

 

 

 

 

  

내가 둘러본 지역은 말이요, 들판이 넓긴한데 이상하게도 기름진 평원이란 생각이 안드오.

심은 작물을 봐도 식량이 되겠다거나 돈이 되게 생겼다거나 그리 보이지가 않소.

거칠어 보이는게, 여차직하면 언제고 거죽이 뒤집어져서 사막이 될 것처럼 보이더란 말이오.

물이 부족하오. 한 눈에 봐도 많이 부족해 보이오.

갠지즈강을 엄마 젖줄이니 천상의 강이니 하는 것도 다 이런 연유가 있었던 게요.

 

 

 

 

 

 

 

 

 

 

 

주(州) 경계를 넘어갈 땐 세금을 내야하오. 어딘가는 100불도 넘게 줘야한다 하오.

전국을 돌아다닐 수 있는 차는 저렇게 번호판이 다르오.

차단기는 말이요, 한쪽에 돌멩이를 매달아놓고 사람이 잡아댕겼다 놓았다 하면서 작동하오.

그것도 끗발이라고 위세부리오. 

옛날에 세계사 배울때의 기억을 더듬어보면 말이요, 인도 최초의 통일왕조가 마우리아 왕조이고,

그 뒤로 쿠샨왕조니 굽타왕조니..., 하다가 무굴제국으로 넘어왔다고 하지 않습디까.

그런데 어떤 왕조도 인도 전역을 명실상부하게 지배한 왕조는 없었던 듯하오.

통일왕조라고는 해도 우리 동아시아의 군현제 같지는 않았을테고, 유럽의 중세 봉건사회하고도 다르고, .... ,

좀 어정쩡하오. 

그건 카스트와 연관이 있지 않나 싶소.

인도는 지방 곳곳에 나름대로의 조그마한 왕조가 수없이 많았었다오.

그래서 유적도 여기저기 지역마다 각기 다른 특색이 있다고 하오.

아무튼 지금도 28개 주에서 그 왕족들이 특권을 누리며 살고 있소이다.

 

 

 

 

 

 

 

버스 지붕에 타고가는 사람도 돈을 낼게요. 당신같으면 깎아주겠소? 

 

 

 

 

 

 

이 강 이름은 미투나江강이라고 하오. 어디서 발원하는지는 몰라도 수량이 많소. 한강만 하오.

그러나 이 수량이 계속 유지되지는 않을 것이오.

졸졸 흐르는 물일망정 그래도 합쳐지는 골짜기 물이라도 있어야 하잖소?

그런데 여긴 허허벌판일 뿐이요. 사방에 물을 필요로 하는 곳은 많아도 물 보태 줄 골짜기는  없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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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잡설은 그만두고 오르차 성(城)이나 구경합시다.

  

 

<카주라호>에서 <아그라>를 가자면 버스로 세시간 와서 <쟌시>라는 곳에서 기차를 타야 하오.

그 <쟌시> 바로 못 미쳐서 <오르차>라는 작은 마을이 있는데, 거기에 꽤 유명한 성(城)이 있소. 

누가 이렇게 소개합디다.

 

「 인도의 숨은 비경중의 하나인 오르차는 1531년에 마하라자 루드라 쁘라탑이 세운 분델라 왕조의 수도로

무굴제국의 제후국으로서 융성했던 도시이다. 무굴제국 악바르황제 시절, 그의 아들 제항기르가 일으킨 반란

사건이 실패로 돌아가자 악바르의 눈을 피해 도망 한 곳이 오르차였다.

당시 오르차의 마하라자 비르 싱 데오가 제항기르를 숨겨 주었고, 3년 뒤 악바르 황제가 죽고 난 뒤 제항기르

가 등극 하면서 제항기르의 비호 하에  분델라 왕조는 막강한 권력을 누리게 되고, 이 시기에 많은 건물들을

짓게 괸 것이 지금의 오르차성이다. 제항기르가 죽고, 사자한이 왕위에 오르면서 했던 권력도 사라지게되고,

지금의 반 폐허화된 성과 사원 만이 숨은 인도의 비경으로 남아있다. 」  

 

 

  

 

 

  

 

 

 

  

 

 

 

「베트와 강에 걸려 있는 큰 다리를 걸어가면 고성처럼 성곽으로 이뤄진 궁전건물이 웅장한 모습으로 전개된다.

이곳에는 두 개의 성곽궁전인 타지마할과 자한기르 궁전이 있다. 자한기르 궁전은 무갈제국의 황제인 자한기르

를 영접하기 위해 지었다고 하는데 이슬람 건축이 큰 영향을 주었고 견고하면서 육중한 모습이 무척이나 당당해

보였다.」

 

 

-  이 책은 안영배라는 분이 쓴 『인도건축기행』이라는 책이오.

앞으로 몇번 인용하게 될 것이오.

 

그런데 지금 이 다리 밑을 흐르는 강을 '베트와' 강이라고 해서 뭔 큰 물이라도 흐르는 것처럼 얘기하지만

우기때라면 모를까 그냥 하수도 도랑물이오.

외곽으로 흐르는 큰 강이 따로 있는데 그 강이 '베트와 강'이오. 이 양반이 잘못 알고 있소이다.

 

또 <타지마할>과 <자한기르> 궁전 두 개라고 했는데

인도는 같은 성 안에다 궁전 건물을 짓고나서 후대에 다시 또 추가로 짓고 하오.

그래서 처음 방문하는 사람은 나중에 내가 본 게 뭐였는지 헷깔리기도 하오.

'마할'이란 얘기는 궁전이란 뜻도 되고 무덤이란 뜻도 되오. 

(* 아그라에 있는 그 유명한 타지마할은 아니오.) 

 

 

 

 

  

 

    

 이 양반은 앉아서 뭘하다가 내가 온 기척을 알고는 벌떡 일어나서 영업 시작합디다.

 

 

 

 

 

 

 

 

 

 

 

여기가 '타지마할'이란 모양인데, 보다시피 관리가 엉망이오.

저 흰 칠 해논 것이 수성페인트가 아니오? 그것도 없어서 하다 만 모양이오.

  

 

 

 

 

 

 

 

 

보시오. 멀쩡하지 않소?

사암이 뭔지는 몰라도 붉은 암석을 캐다가 가루로 만들어 썼을 것이기 때문에 재질이 엄청 단단할 거요.

겉으로 봐도 쉽게 파손되게 생기질 않았소.

조금만 손대면 별로 돈 안들이고도 멀쩡하게 보수할 수 있겠는데 저렇게 방치하고 있는 것이오.

하긴 비까번쩍 바꿔 놓으면 이런 맛을 느낄 수는 없겠지요.

 

 

 

 

 

 

 

 

 

이 지경이오. 내가 다 승질납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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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부터가 자한기르 궁전이오.

그나마 관리가 좀 낫소.

 

 

 

 

 

 

  

"자한기르 궁전은 1591년에 비르 싱이 설계했다고 하는데 그의 탁월한 건축 감각을 충분히 느낄 수 있는 매우 훌륭한 건물이다."

 

   

 

 

 

 

 

 

 

멋지지요?

더러 나무처럼 보이는 것도 있는데, 모두가 돌이오. 나무는 없소.

 

  

 

  

 

 

인도는 성이나 궁전 어디를 가봐도 항상 앞 뜰 복판에다 이런 물을 담는 데를 만들었소. 이슬람의 영향이라고 하오.

여기는 야외 목욕탕이오.

자항기르는 부인이 4명이었다 하오. 탕이 하나, 둘, 셋, 넷, 맞지않소?

그런데 참, 자항기르가 여기서 하룬가 밖에는 안 묵었다 하오. 그 하루 때문에 이 큰 건축물을 지은 것이오.

 

 

 

 

 

 

 

「또한 평면구조를 보면 중정을 중심으로 한 기하학적인 점대칭 구성이어서 아주 단조로울 것으로 예상했는데,

내부로 들어가 보니 공간의 변화가 제법 다양했다. 여러 방들이 탑이 있는 모서리 주변에 모여 있는데다 방들

사이에 테라스가 있어 내부에서 실외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탑과 테라스를 통해 햇살과 신선한 공기가 들어

오도록 매우 잘 짜여져 있었다. 단형으로 된 테라스와 깊은 추녀 그리고 테라스 사이에 설치된 행킹테라스로 인

해 형태가 재미있고 공간도 다양한 변화가 생겼다.」 (同書)

 

 

 

 

 

   

 

 

 

 

   

 

「오르차에서 북쪽으로 약 30킬로미터 되는 다티아에도 그가 설계한 고빈드만디르라는 또 하나의 성곽궁전이 있다.

  오르차와 다티아의 두 성곽궁전은 전통양식을 구현하면서 서유럽의 영향을 받은 훌륭한 건축물이다.」 (同書)

  

 

 

 

 

자항기르 궁전에서 타지마할 쪽을 내려다 본 것이오.

이 모두가 오르차 성 안이오.

 

 

 

 

 저건 마굿간이라 하오.

저 멀리 보이는 강이 베트와 강이오.

 

 

 

  

 

 

 

 

 

 

'폐허(廢墟)'란 말이 실감납디다.

 

 

 

 

 

궁전을 개조해서 호텔로 꾸민 게 있다더니 이걸 말한 모양이오.

여기, 밤에 무서워서 어디 자겠소?

 

 

 

 

 

 

아깐 혼자더니 셋이 됐소,

외국인들이 왔단 얘기가 전해진 모양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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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오르차는 인구가 만 명도 안될 것이오. 조그마한 소읍이오.

 

 

 

 

 

 

 

 

 

여긴 소가 참 많이 나와 있소.

욕을 하면서 몽둥이로 막 때려서 쫒는 사나이도 있습디다. 인도라고 해서 소를 떠받드는 것은 아니오.

이런 소들은 다 주인이 있는 것인데 지금 쟤네들도 마실 나온 것이오.

대부분은 집에서 아침을 먹고 출근한다하오. 어두워지면 알아서 제 집에 찾아가오.

말하자면 사람 사는 세상 구경을 나오는 것이라오.

 

 

 

 

 

 

눈빛이 살아있소. 범상한 인물이 아니오.

그런데 소가 만만히 보는 눈치구료.

 

 

 

 

 

자세히 보면 뒤에 또 한 명이 있소이다.

 

 

 

 

 

 

 

 

이런 걸 보면 옛날 성곽의 규모가 짐작이 가오.

외관을 그대로 살려서 호텔로 개조하면 좋겠지 않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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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차에는 큰 강이 흐르는데다 자연경관이 그만이오.

그 강가에 리조트가 하나 있는데 전망이 기가 막힌 곳에다 자리를 잡았구려.

머지않아 이곳은 틀림없이 관광특구로 개발되게 생겼소.

여기서 점심을 먹었는데 식당이 규모는 큰데 시설은 그저 그렇습디다.

 

 

 

 

 

 

 

 

 

 

 

 

잔시에서 출발하는 아그라行 기차가 6시간이나 연착하는 바람에

여기서 묵새기 치며 아까운 소주만 두병 깠소.

 

  

 

 

 

잔시역이오.

인도는 기차 등급이 복잡합디다.

거기에 따른 요금 차이도 많이 나는데, 젤 비싼 건 비행기 항공료나 엇비슷하답디다.

 

 

 

 

 

 

기차에서 비행기처럼 밥을 다 줍디다.

그것도 격식을 갖춰서 줍디다.

물 한 병부터 돌리고나더니, 홍차랑 과자 부스래기 주고,

담엔 제대로 밥 주고, 나중엔 디저트로 아이스크림 까지 챙겨줍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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