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12. 23. 06:52ㆍ책 · 펌글 · 자료/ 인물
<사상계>는 1958년 8월호에 함석헌의 '생각하는 백성이라야 산다'를 실었다.
8월호는 '실존주의'를 특집으로 꾸몄다.
박종홍ㆍ김하태ㆍ황산덕ㆍ안병욱ㆍ김붕구ㆍ마이클슨 등이 필자로 참여하고,
그 밖에 유기천의 '자유사회', 김팔봉의 '우리가 걸어온 30년', 고승제ㆍ김영선의 '부흥백서비판'등이 실렸다.
문제가 된 것은 함석헌의 글이었다.
이 논설로 함석헌과 장준하는 필화를 입게 되었다.
반면에 <사상계>는 불티나게 팔렸다.
필화사건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전국의 서점에서는 <사상계>를 찾는 사람이 줄을 이었다.
경찰은 함석헌의 구속과 함께 서점에서 <사상계>의 압수를 시작했지만 서점 주인들은 재빨리 숨겨두었다가 비밀리에 팔았다.
정부가 문제로 삼은 내용은 다음과 같다.(발췌)
우리나라가 일본에서 해방이 됐다고 하나 참 해방은 조금도 된 것이 없다.
도리어 전보다 더 참혹한 것은 전에 상전이 하나던 대신 지금은 둘 셋인 것이다.
일본시대에는 종살이라도 부모 형제가 한 집에 살 수 있고 동포가 서로 교통할 수는 있지 않았는가?
지금은 그것도 못해 부모처지가 남북으로 헤어져 헤매는 나라가 자유는 무슨 자유, 해방은 무슨 해방인가.
남한은 북한을 소련ㆍ중공의 꼭두각시라 하고 북한은 남한을 미국의 꼭두각시라 하니 있는 것은
꼭두각시 뿐이지 나라가 아니다.
우리는 나라 없는 백성이다.
6.25는 그 꼭두각시의 놀음이다.
민중의 시대에 민중이 살아야 할 터인데 민중이 죽었으니 남의 꼭두각시 밖에는 될 것이 없지 않는가.
6.25전쟁은 미국을 배경으로 한 이승만과 소련ㆍ중공을 배경으로 한 김일성의 싸움이었지 민중이 한 싸움은
아니다.
그러니까 서울을 빼앗겼을 때 저 임진왜란 때 선조가 그랬듯이 이승만도 국민을 다 버리고 민중 잡아먹고
토실토실 살이 찐 강아지 같은 벼슬아치들과 여우 같은 비서 나부랭이들만 끌고 야밤에 한강을 건너
도망을 간 것이다.
밤이 깊도록 서울은 절대 아니 버린다고 공포하고 슬쩍 도망을 쳤으니 국민이 믿으려 해도 믿을 수 없다.
저희끼리만 살겠다고 도망을 한 것이지 정부가 피난간 건 아니다.
이승만시대에 ‘이대통령’, ‘이박사’, ‘대통령각하’ 정도가 일반적인 호칭이었다.
그런데 함석헌은 아무런 관형사나 존칭없이 그냥 ‘이승만’이라 표기했다. 이것 자체가 ‘불경’이었다.
거기에다 이대통령을 직설적으로 공격한 내용을 담았다.
6.25때 서울을 버리고 피난한 것을 임진왜란 때의 선조에 비유하면서 야밤에 ‘도망’ 간 것이라고 썼다.
- 김삼웅, 「장준하 평전」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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