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7. 24. 00:04ㆍ이런 저런 내 얘기들/네 얘기 · 쟤 얘기
마리아 칼라스는 사실 미성(美聲)은 아니다.
그러나 무대와 관객을 압도하는 연주와 연기는
세기적 예술가라 극찬해도 지나침이 없다.
마리아가 떠난 다음 그의 천재에 필적할 연주자가 아직 없는데,
이러한 디바를 소중하게 여기지 않았던
그리스 선박왕 오나시스를 연모한 탓에 그의 삶은 파란의 연속이었다.
무식한 장사꾼의 무엇이 그토록 좋았는지
한때 목소리까지 잃고 방황하다 재기는 했으나
평생 가슴에 품었던 연인 오나시스가 죽자
실의에 빠져 은둔하다 쓸쓸하게 우리곁을 떠났다.
디바의 목소리를 거세하면서 까지
재크린이란 여인과 재혼한 오나시스는
미국에서 날아온 젊은 미망인이 요구한 다양한 조건들을
허겁지겁 수용했다.
젊은 미망인의 승락이 전제된 이용횟수에 관한 계약까지 했다하니
침실 댓가를 지불했다는 얘기가 되는데,
늙은부자와 젊은여인의 매매춘(賣買春)의 원조쯤 되겠다.
결혼이란 합법적 제도를 이용한 매매춘의 원조.
상대의 인품에 대한 완벽한 이해와 신뢰가 구축되지 않으면
잠자리는 커녕 마주앉기도 싫어하는게 여성성의 속성이자 특성인데,
계약서를 주고받는 결혼이라니..
노예문서의 일종인지, 아니면 사용자와 노동력의 계약인지,
인류의 진화과정인지, 모르나
아무튼 나로선 이해하기 어렵다.
얘기가 한참 빗나갔지만 어쨋든,
오랜만에 노르마를 들으니 새삼 그의 삶이 아프고도 아깝다.
요즘의 연주자들에게 마리아 같은 야성을 볼수없어 더욱 그렇다.
폭발력이 없다.
무대의 장악력도 흡입력도 그에 미치지 못하다.
곱고 탁월한 기교를 가진 미성에 그치는 요즘 연주를 보고 있자면
거칠더라도 야성이 살아 있는,
자신만의 소리를 가진, 연주를 좋아하는 나는 지독한 갈증에 시달린다.
타고난 목을 가지지 못하면 연주 불가능한
모짜르트의 마술피리중 복수아리아의 경우엔,
깊은데서 끌어 올려 서서히 확장되고 증폭되다
결국은 폭발해 절정에 이르는, 그것에 대한 갈증이 특히 심한데,
불구하고 목에서 나오는 얕은 소리로 꺅깍 꽥꽥 괴음을 질러대니
듣다보면 내 울대가 아프고
모짜르트에 욕이 되는것 같아 민망하기 짝이없다.
밤의여왕을 완벽하게 연주함으로,
시공을 뛰어넘는 모짜르트의 메시지를 들려줄 연주자가 과연 있을까.
무대란 여백을 카리스마로 채워 몰입을 유도하고
크나큰 진폭으로 공명하게 만드는 힘을 가진 연주자를
과연 언제쯤 만날수있을까...
그러한 의문이 들때마다
마리아 칼라스, 그가 너무나 그립다.
역시 사랑은 의지로 해결되지 않는, 운명인가 보다.
전설같은 프리마돈나가 남자에게 버려져 천재까지 망가졌다는건
인류의 크나큰 손실이라는 생각이다.
그렇게 어려운 곡인데 불구하고,
나는 오며가며 차안에서 크게 틀어놓고 기세좋게 따라 부른다.
가끔 고음에서 사레들어 켁켁대면서도 한바탕 소리소리 지르고 나면
속이 다 시원해진다.
물론, 주위의 시선이 제법 따갑지만
차창을 닫아 어항속 붕어같이 입만 벙싯거리기 싫은데,
여전히 놀라운 것은 따라 해 볼수록
마리아의 연주는 다듬어 만들어진게 아니라
뿜어내는 화산 같으니 언제 들어도 감당하기 힘든 전율이다.
'Casta Diva' from Opera 'Norma'
벨리니 / 오페라 '노르마'중에서 '정결한 여신'
Bellini, Vincenzo, 1801~1835 ,카타니아
15초후 재생됨니다 Maria Calas
< 松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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