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2008. 7. 23. 23:59이런 저런 내 얘기들/네 얘기 · 쟤 얘기




 

 

열아홉 꽃같은 나이에
장날에 만난
할머니들 끼리의 언약이 무르익어
부농집안의 막내이자 사범학교 학생이었던,
기타와 술과 친구를 좋아했던
까까머리 철없는 어린신랑에게 시집와

 

  

나를 잉태하신탓에
입덧을 이겨보려 얻어다놓은 자두를
신랑친구들이 모두 먹어치워
평생 한으로 투정하여
남편을 난감하게 하셨던 어머니

 

  

박봉의 살림을 꾸리시면서도
촌지앞에 의연할수 있도록
화사한 기운으로 집안을 채우시는 지혜를
실천하시고
남편 가슴에 첫사랑으로
영원한 연인으로 살아계신 어머니

 

  

삼년전 오늘 외출 하셨다가
무거운 짐을 내려 놓으시듯
입가에 옅은 미소지으며
불효에 매를 치듯
작별의 기회도 주지않고 홀연히 떠나시어
끝없는 회한으로
가슴치게 하시는 어머니

 

  

가슴을 움켜쥐고
가쁜숨을 몰아쉬며
당신의 생명을 조금씩 조금씩 나누어 주셨는데
병환이 그토록 깊은줄 모르고
내사는데 몰두하여 방관하며
소중함을,감사함을
미쳐 깨닫지 못했던 몰염치와
함부로 했던 원망들이
저린 후회로 남는데 

 

  

이제는
지겨웠던 잔소리와
성가셨던 참견들이 이토록 그립고
따뜻한 어머니 내음과
그목소리 사무치게 그리운데...

 

 

절절한 기도로 나날을 하얗게 밝히며
손주의 손을 놓지않고 오열하시던 그사랑을
오만과 방자라는 빈약한 그릇을가진 나는
내 삶의 버팀목이며 자양분이자
용기의 원천이었음을
이제야 깨닫고

 

  

내게 각인된 그모습의 한부분이라도
내 아이에게 기억되고 싶은
욕심을 부리는데......

 

  

시간을 되돌려 다시한번 기회가 주어진다면
작은 숲에서 마주 담소하며
고단함에 위로로
당신 방안에 화사한 봄꽂으로
당신은 진정
삶의 꽃밭을 지키시는 파수꾼이라,는
함의를 선물하여
기쁘게 해드리고 싶은데......

 

  

전망좋은 언덕에
평화로이 쉬고계시는 그곳에
남몰래 사랑을 가꾸시듯
남편의 손길로
사철 차례대로 꽂이피고지고
또다시 지고피고...하는데...

 

  

작은 토마토와 풋고추도 심어
"니 엄마가 농사를 잘지었더구나."하시는
아버지와 우리에게 그곳은,
힘들때 찾아가
어머니 내음을 맡고
기운차려 돌아오는 또하나의 고향인데

 

  

병풍을 둘러치고
사남매 머리숙여 어머니를 그리는 제사를 앞두고
잡힐듯 선연한 내어머니 모습이 사무쳐
꿈이라도 좋으니
만나서 한번만 안아보길 소원해봅니다.

 

 

............

 

 

 

 

 

 

 

 < 松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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