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7. 24. 00:01ㆍ이런 저런 내 얘기들/네 얘기 · 쟤 얘기
단두대에 목을 들이밀듯,
체념과 포기로 모든걸 비우고 의자에 앉는 곤욕을 꽤 여러날 치루고있다.
예약 날짜를 일방적으로 어기며 꾀를 내는데
피해갈 도리는 없는듯 하다.
乳齒부터의 수난과 투쟁은 상당한 역사를 가지고 있는데
이건 순전히 반쪽피를 받은 외가의 혈통탓일게다.
이종사촌들은 거의 모두 가짜 이빨로 살아간다.
세월이 드뎌 나를 그대열 뒤쪽에 세운다.
齒痛에 관한 이종들과의 사연은 구구하고도 절절한데,
어릴적 내게 덤비다(?) 내손톱에 무수한 상흔을 간직하고 있는
한살위 이종언니의 신혼여행 첫날밤 치통에 관한 이야기는
눈물없인 듣지못할 우리만의 절절한 아픔이자 연대감이고
우리가 혈육임을 확인시켜 주는 대목이다.
나와는 달리 범생이었던 언니는,
깔끔하고도 새침함으로 어릴적부터 부모님 속한번 안�이고
성장기를 거친 소위 심청의 전형인데
치통사연 앞에선 깔끔 새침의 냉정이 무너지고 대책없이 흥분,
이미 돌아가신 부모님을 성토하여 심청의 이미지에 먹칠을 하니,
계시지도 않는 부모님과의 반목까지 조장하는걸 보면
치통이란 놈의 무자비함과 잔인함에 치가 떨린다.
- 휘영청 밝은 달빛,
말그대로 달콤한 달빛과 신랑의 눈빛에 취해야할 결혼 첫날밤에,
아 글쎄! 치통에 시달려서~~~
딸래미 이빨을 땜빵할건 하고 보링할건 하고, 암튼 정비를 완벽하게 해서
보내야 할거 아니니?
글타고 모 나중에 AS 해줄것도 아니고,
모린척~ 해서 리콜이라도 당하면 누가 책임질거니?
내가 아픈 이빨을 앙다물고
파출부 한번 안쓰고 몸으로 떼우는 악착을 떨었길래
노인네들 늙그막에 못볼거 안보신줄, 그런줄이나 아시겠니?
신혼여행 내내 통증을 참느라 우거지상을 했으니
꽃같아야 할 신부얼굴에 시름이 가득해 첫사랑 사연이나 간직한 얼굴로 안비�겠니?
형부의 관대한 인품을 자랑하려는건지
딸가진 부모의 도리에 관한 썰인지 모를 맥락없는 푸념을 한바탕 늘어놓는데
그만큼 고생했다는 얘기일터...
꼴에 유치부터 뿌리가 깊어 내손으로
이빨을 갈아 본적 없는 나로선
드라큐라가 하이고 성님~~ 할 덧니로 우울한 사춘기를 보냈는데
내 열등감의 뿌리와 유치뿌리와의 역학관계를 생각해볼때
특히 딸의 이빨모양새는 그부모에게 전적인 책임이 있다 할것이다.
그래도 나같은 경우엔
덧니는 대충정리하고 시집을 가긴 했는데,
알을 낳아 품으면서 잠복됫던 문제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해서
나 건강하고 고른치열 갖고서 니한테 시집왔다,
니 알품느라 내가 이지경으로 망가졌으니 물어내라.... ,
혈통으로 잠복됫던 문제는 시치미떼고
이렇게 어필하면 먹혀드니 다행(?)아닌가.
각설하고,
도미노게임이야 그무너짐에서 카타르시스라도 있지
拔齒하는 속도보다 상하는게 가속도가 붙는듯 놀랍게 진행된다.
어금니가 무너지니 그기능을 다른것들이 맡아 하다
오합지졸같이 힘없이 막 무너진다.
성한놈은 이제 몇개 안남았다.
푸른작업복 입은 저승사자 같기만한 의사가,
- 미관상 틀니보단 임플란트시술이 낫긴한데,
손님같은 경우엔 뼈가 튼튼칠 못하니 어려울것 같군요.....
그래도 아직은 의치에 의존한다는 심리적 타격을 입을 나이는 아닌데요
.......
내 삶을 통틀어 제일 부러웠던, 하얀 잇속과 분홍빛 잇몸을
활짝 드러내는 웃음,
어금니와 목젖까지 보이도록 커다랗게 터뜨리는 웃음이었다는것도
잠시 잊은체,
미관, 아니 지금 미관이 가당키나 한일인가,
수려한 미관이든 외관이든
우선 수십년 이어온 치통과의 관계부터 청산하고 볼일 아닌가,
이 악연의 고리를 끊어내는게 우선될 일어어야 않는가.... 할만큼
급하기만 한데.
얼음주머니를 갖다댄체 눈물짓는 환자는 보이지않고 환부만 보이는지
프로의식에 투철한 손이
여기저기를 두들겨보고 건드려도 보며
의료서비스의 질적 향상을 위해선지 환자를 손님으로 부르며
그래서 어쩌라는건지 모를 횡설수설을 웅얼거리더니,
- 내과 검진부터 받고오세요, 혈색이 나빠 장기치료가 가능할지가
의문입니다...
내 눈물엔 개의치 않겠다는 단호한 의지를 드러내며
소견서를 받아오라며 내과로 몰아내다 시피한다.
무릇 환자의 고통을 외면하는 의술은 기능일 뿐인데
인술이란 철학의 경지까진 못이른 미성숙한 의사롤쎄...
�겨나 내과로 향하면서 혼자 맥없이 궁시렁 거린다.
그러나 어찌하랴
이 작은 동네에 치과가 그곳 한군데 뿐인것을.
저혈압에다 빈혈이긴 하나 당도없고 지혈이 잘되는데 고무된
미성숙한 우리동네 의사는
그때부터 팔을 걷어부치고
뿌리깊은 역사를 자랑하는 뿌리깊은 내이빨과 한판 씨름을 시작한다.
이건 순 노가다,다.
어느땐 이빨을 뽑는건지 턱뼈를 들어내는건지 모를 기세로
땀까지 쏟으며 니죽고 내죽자고 덤빈다.
쩌윽~ 하는 기분나쁜 낮은파열음과 함께
- 됫습니다, 됫고요~~, 다아 끝났습니다아....
라며 나를 안심시킬때,
그와 나의 순간 교환하는 눈빛은 위로와 격려가 담겨있어
사뭇 감동적이기까지 하다,
물론 내착각이겠지만.
역사적인 대공사가 모두 끝나 준공검사까지 필하게 될때
거의 유동식에 의존했던 시간들에 한풀이 하듯
와작와작 안주를 씹으며 술한잔을 하고싶다.
그리고
순전히 혈통탓으로 몇달째 발이 묶여
변변한 외출한번 못한체 포기해야할 이 봄,
이 아름다운 계절이 끝나기전에 마무리 된다면 참좋겠는데.
그렇게 된다면
하얀 잇속과 분홍빛 잇몸을 활짝 드러내고
어금니와 목젖까지 보일만큼 크게 웃어보자.
그래,
이 봄, 눈부신 웃음을 포기하지 말고 날 설마 죽기기야 하랴.. 는 배짱으로
성큼성큼 그의자로 다가가 앉아보자...
(2005년 봄에..)
< 松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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