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구경 (1)

2008. 6. 8. 16:02산행기 & 국내여행

 

 

 
 
 
 출발
 
 
 원래는 남도여행을 계획했었다.
보성차밭으로해서 낙안읍성으로해서 해남 대흥사로해서 곡성으로 한바퀴 훑어올 생각이었다.
하여, 그 쪽에 해박한 친구에게 코스며 숙박이며 맛집까지 세세한 일정표를 부탁해 놨는데, 
엉뚱하게 서울구경으로 방향을 틀게 된 것은 속초 사시는 큰누님 때문이었다.
 아버진 오히려 잘됐다고 쾌재를 부르시더라.
 
 
 
 

 

 

 

 "삼춘! 삼춘도 꼭 같이 오셔야해요!"  이놈이 나보고 경비부담하란 모양이군. ㅎㅎㅎ

 이젠 부모님만의 홀로 여행은 불가능이겠더라. 참말로 슬픈 일이다만 어쩌겠는가.

내 이런 날이 올줄 알고 미리 해외여행부터 모시고 다녔던 것은 지금 생각해도 현명한 처사였다.

 

 

 

 

 

 

 청계천

 

 

 

    

 

 

   

 

 

 

 

 

 아버지가 그렇게 궁금해 하시던 청계천부터 둘러보고 덕수궁을 들렀는데 

시청앞 광장에서 텐트를 치고 고생하고 있는 이들을 보니  염치가 없더라.

 

 

 

 

 

 

 

그러거나 어쩌거나 이왕에 시작한 걸음, 부지런히 댕겨야지-.. 

아침 6시 전에 나와서 사우나 들렀다가  해장국으로 아침 해결하고 청계천에 오니 아직 8시 전이었다.

시간은 널널... 근데 참, 청계천에서 쫒겨난 상인들은 잘 살고 있능겨?

 

 

 

 

 

 

 

 덕수궁

 

 

「그분은 한국미를 "조국에 대한 안온한 즐거움, 담담한 아름다움, 겸허와 실질, 소박한 아름다움, 선조의 높은 안목과 미덕,

의젓하고 넉넉하고 너그러운 아름다움, 필요미, 실용미, 그윽하게 빛나는 아름다움, 자연과의 조화……" 등으로 일컫고 있고

이러한 아름다움을 만들어 내어 오늘에 있게 한 선조들께  "사무치는 고마움으로 가득하다"고 하였다.」

 

 

 

 

 

 

  

 

 

 

  

 

"아부지, 덕수궁에 뭐 볼 게 있다고 가유?  에이-, 시간만 낭비한당께유-,,

그러지말구 차라리 경복궁이나 한번 더 보셔유."

"그래요 할아버지 덕수궁 볼 거 없어요." 

"소용없어-, 난 덕수궁 봐야뒤야-!"

 

 

 

 

 

  

 

 

 

  

 

계단 한가운데 있는 넙적한 돌, 난 그게 뭔지 여태 몰랐었는데,

그거, 가마 들고 올라갈때 쓰는 용도라데.

자금성에 있는 거 보면 물론 째비도 안 되겠지만. 거긴 참 옥으로 해놨을 걸?

 

 

 

 

 

  

 

 

 

  

 

내가 여길 와 본 게 도대체 언젯적이냐?

30년은 조히 된 거 같은데, 옛날에 국전 할 때 와보곤 처음이니까.

하긴 돌담길은 밤에 와서 몇번 걸었지. 갸하구, 갸하구, 또 갸하구.

 

 

 

 

 

  

 

  

 

 

 

 

  

 아부진 뭐 볼 거 있간디? 괜히 체면 때문에 관심있는 척 하는 거지.

다 안다 다 알아.

 

 

 

 

 

 

 

 

 

 

 

 

 

창경궁

 

 

 

 한국의 미술은 담담하다. 그리고 욕심이 없어서 좋다. 없으면 없는대로의 재료, 있으면 있는대로의 솜씨가

별로 꾸밈없이 드러난 것, 다채롭지도 수다스럽지도 않은  그다지 슬플 것도 즐거울 것도 없는  덤덤한 매무새가

한국 미술의 마음씨다. 

하늘을 향해 두 귀를 사뿐히 들었지만  뽐냄이 없는 의젓한 추녀의 곡선, 아낙네의 저고리 도련과 붕어밸 지은

 긴소매의 맵시 있는 선, 외씨버선 볼의 동탁한 매무새, 여기엔 시새움도 허세도 가식도 그리고 존대도 발을 붙이지 않는다.」

 

 

 

 

 

   

 

 

 

 

 

 여긴 휠체어가 있더만. 그리고 역시 65세 이상은 꽁짜.

 

 

 

 

 

 

 

  요길로 쫙 따라가면서 시계방향으로 돌아야 되는데 우린 반대로 돌았다.

아무리 볼 게 없더라도 글믄 안 되는겨.

 

 

 

 

  

 

 

 

 

  

울 아부지, 이번에 휠체어 덕 톡톡히 본다.

나야 휠체어 밀 군번이 아니지.

  

 

 

 

  

 

 

  

 

 

 

  

 

여긴 뭐 설명해주는 사람도 없고, 또 특별히 볼만한 건물이 있는 것도 아니고,

치욕의 역사만이 휑덩그러니 남아있는데, 또 넓은 공터가 많이 아깝긴한데,

그렇다고 해서 졸속으로 채우려 들면 안 되겠지. 천천히 천천히...

 

 

 

 

 

 

 

 

  

 

 

 

 

국립 중앙박물관

  

 

「평소에 누군가로부터 어떻게 하면 우리 미술과 문화재에 눈을 뜰 수 있냐는 질문을 받을 때면
나는 지체없이 "좋은 미술품을 좋은 선생과 함께 감상하며 그 선생의 눈을 빌려 내 눈을 여는 길"이라고  대답하곤 한다. 」 
 
 
 
 
 
 
아부지이-, 좀 비켜나셔유-, 따루 찍어드릴께유-,,
 
 
 
 
 
 
 
 
 
 
  
 
페르샤 특별전시관인데 사진은 못 찍게 하더라.
뭐 대단한 물건이 온 건 아니고,
그냥 이란(Iran)의 역사를 소개한 정도라고나 할까. 
 
 
 
  
 
 
 
 
 
 
 
 
 
 
 
   
경천사 10층 석탑. 이건 세계 어디 내놔도 꿀릴 거 없겠더라. 
 
 
 
 
 
 
 
 
 
 
 
 
 
 
 와-,, 나 여기 와서 이거 하나 건졌다-!!!
  저 표정 봐라, 표정 봐-!
아니 어떻게 우리나라에 이런 진귀한 불상이 있는 줄을 여태 몰랐다니-?
 
 
 
 
 
 
 
  
 이것도 웃기긴한데, 앞에 거보다는 좀 격이 떨어진다.
그리고, 이 얼굴은, 중학교때부터 날 좋아했던 여자애랑 닮았다.
지금도 선생을 하고있다면 꼬장꼬장한 교감쯤 됐겠다. 
 
 
 
 
 
 
 
 
전쟁 박물관
 
 
 
 「한국의 미술, 이것은 한국 강산의 마음씨에서 그리고 이 강산의 몸짓 속에서  몸을 벗어날 수는 없다.
쌓이고 쌓인 조상들의 긴 옛 이야기와도 같은 것, 그리고 우리의 한숨과 웃음이 뒤섞인 한반도의 표정 같은 것,
마치 묵은 솔밭에서 송이버섯들이 예사로 돋아나듯이 이 땅 위에 예사로 돋아난 조촐한 버섯들,
한국의 미술은 이처럼 한국의 마음씨와 몸짓을 너무나 잘 닮고 있다. 」
 
 
 
 
 
 
 
 내 터키 여행기를 보면 알겠지만   앙카라에 있는 아타튀르크 英墓를 모델로 삼은 듯하다.
'ㄷ字' 형태, 그리고 지하구조와 전시 형태, ... 똑같다. 
 
 
  
 

  

 

 
왜 학도병 중에 강원도와 제주도 출신이 많았을까?
난 알지.
 
 
 
 
 
 
 
내가 휠체어를 챙겨 버릇한 건 대전 엑스포때부터였는데,
그 이후론 부모님과 어딜 가 건 늘 휠체어를 빌린다. 
물론 보행이 불편한 어머니를 위해서다.
 
 
 
 
 
 
 
 여기 전쟁기념관 오니까 휠체어가 두 대 밖에 안 남았단다. (휠체어가 총 3개 뿐이란다.)
 
참, 빼먹은 게 있는데, 그동안 어머닌 누님이랑 밀린 얘기나 하시라고 따라나서지 말고
그냥 집에 머물러 계시게 했는데, 이 날은 온 식구가 모두 같이 나온 거였다.
누님은 얼마전에 허리수술을 하셔서 지금 아들네 집에서 몸조리 중이시다.
그렇다면 당연히 휠체어는 누님이 우선 아니냔 말이다.
 그런데 아버지가 먼저 덥썩 차지하고선 안 내려오시는 거다. 
앞에 박물관에서도 휠체어만 타고다니셨으니 오늘은 한 발짝도 걸은 곳이 없으셨는데도.
그러니 겨우 한발 한발 내딛는 누님이 양보를 할 수밖에...

 

저렇게 보호대를 하고 시위를 해도 소용없다. 
아무래도 안되겠다 싶어서, "야, 윤식아, 너 얼릉 가서 휠체어 반납하는 거 있으면 전화 연락해달라 그래라."
곧 연락이 왔는데... 결국 휠체어 3대 우리가 다 썼다.
 
그나저나, 나, 이제 클났다. 가뜩이나 여행 좋아하시는 아부진데,  휠체어 편한 걸 아셨으니
앞으론 갈 데 무지무지 많아졌다.
 
 
 

 

 

  

 

 

 

  

 

 이 날, 남산까지 갔는데 날씨가 흐려서 시계는 별루였다.

그냥  밥이나 먹고 내려왔다.

 

  

 

 

 

 

 

저거, 열쇠쟁이 불러다 다 따서 내버리면 뭔 죄여?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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